[최성환 칼럼] 포모증후군은 누가 고쳐줍니까, 靑.政?

최성환 고려대 경제학과 객원교수입력 : 2021-01-1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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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환 교수]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올해 첫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 극복과 경제적 성과를 강조했다. “다음 달부터 코로나19 치료제가 상용화된다면 대한민국은 방역, 백신, 치료제의 세 박자를 모두 갖춘 코로나 극복 모범국가가 될 수 있다”면서 “지난해 세계 경제의 극심한 침체 속에서도 우리 경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경제성장률 1위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특히 연일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주가에 대해서는 “주가 3000시대를 바라보는 등 우리 경제와 기업에 대한 시장의 평가 또한 역대 최고”라고 덧붙였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이틀 후 주가는 3000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이 같은 대통령의 발언을 바라보는 대다수 국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그래,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 이 정도면 잘하고 있는 거야”라면서 고개를 끄덕일까, 아니면 “동문서답 격이네.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거 아냐”라면서 고개를 가로저을까. 여론조사전문회사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가’를 물은 결과를 보자. 긍정적 평가는 38%, 부정적 평가는 55%, 나머지 7%는 의견 유보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2017년 5월 취임 이후 최저치인 38%를 지난달 둘째 주에 이어 다시 한 번 기록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부정적 평가 55%는 지난달 셋째 주보다 3% 포인트 상승하면서 취임 후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었다. 연령대별로는 4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고 있다.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고 주가가 3000시대를 열고 있다지만,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최근의 날씨 못지않게 얼어붙고 있다. 서울 강남의 주요 도로를 지나다 보면 거의 모든 건물에서 ‘임대’라는 문구를 읽을 수 있다. 심지어 건물이 통째로 비어 있거나 통째로 임대하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대한민국 대표 상권이라고 할 수 있는 강남이 이런 상황이라면 서민들이 느끼는 고통은 물으나마나일 것이다. 정부도 이 같은 어려움을 알고 앞서 언급한 새해 첫 국무회의에서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등 580만명에게 9조3000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키로 의결했다. 긴급자금을 지원받는 소상공인들은 그나마 일시적으로 숨통을 틀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내일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언제까지 정부의 인공호흡기에 기댈 수는 없는 노릇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더욱이 정부의 긴급자금을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있는 서민들은 하소연할 곳도, 기댈 곳도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이라지만 마이너스 성장일 뿐 아니라 업종별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있다. 이른바 코로나19시대를 맞아 비대면·언택트 분야는 이전보다 오히려 잘나가고 있는 반면, 다른 업종들은 직격탄을 맞아 아사지경에 이르고 있다. 또한 수출로 활로를 뚫은 업종들은 살아나고 있는 반면, 수출이 막히거나 내수 위주의 업종들은 살아날 길이 막막하다. 주식시장 역시 이 같은 산업별·업종별 양극화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잘나가는 업종과 못 나가는 업종별로 차별화가 더 커지면서 오르는 주식만 오르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200에 포함된 198개 종목(작년에 상장한 2개 종목 제외) 중 80개 종목은 작년 말까지 연초 주가를 회복하지 못했고, 61개 종목은 작년 코스피 상승률(30.8%)에 미치지 못했다. 여기다 주식에 공격적으로 투자한 동학개미 등은 일부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지만 그렇지 못한 그룹과 아예 주식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그룹은 주가 3000시대가 먼 산의 불이자 그들만의 잔치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죽하면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즉 '소외증후군’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을까. 소외증후군은 비대면·언택트 분야는 잘나가고 있을 뿐 아니라 주식시장에서도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는데 나만 홀로 소외되고 있다는 불안과 두려움을 뜻하는 말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세대·계층 등 사회 전체적으로 심각한 갈등을 만들어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방역 및 경제적 성과를 내세우면서 주가 3000시대 운운하는 것은 한 마디로 염장을 지르는 일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2년 연속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대를 받을 정도로 국가적 위상이 높아지고,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작년에 G7국가 중 하나인 이탈리아를 넘어섰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게 나의 삶과 도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이탈리아의 1인당 GNI가 작년에 3000달러나 줄어든 반면, 우리나라는 1000달러 정도 줄어드는 데 그치면서 상대적으로 좋아졌으니 참고 살라는 말인가.

대통령과 정부는 방역과 경제적 성과 등을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서 화려한 미사여구로 포장하는 일을 당장 그만둬야 한다. 그보다는 지금의 어려움을 공감하면서 어루만지는 보다 솔직한 현장체감적 통계와 미래 전망을 내놓고 그에 근거한 위기 극복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도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다 함께 전대미문의 위기를 헤쳐 나갈 의지를 다질 수 있을 것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책 제목처럼 화려한 약속은 우울한 성과만 가져올 뿐이다. 국민들은 화려한 약속보다는 수수하면서도 공감이 가는 약속, 우울한 성과보다는 따뜻하면서도 뿌듯한 성과를 원할 것이다.

/ 최성환 고려대 경제학과 객원교수
 
 

최성환 고려대 경제학과 객원교수  sungchoi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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