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환 칼럼] 세금과 소금은 손님이 짜다면 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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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환 고려대 경제학과 객원교수
입력 2020-12-06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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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환 교수]




“이게 무슨 세금이냐 폭탄이지, 집값은 정부가 올렸지 내가 올렸나, 내가 원하는 곳에서 사는 것도 죄냐.” 올해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받아든 사람들의 반응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고지한 종부세(주택분)는 대상자가 66만7000명으로 총액은 1조8148억원에 달했다. 작년의 52만명, 1조2698억원에 비해 대상자는 28.3%, 총액은 42.9%나 급증한 것으로 사상 최대 규모이다. 사실 종부세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고용과 소득이 늘어나면 집값이 올라가고 그에 따라 종부세도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경제가 침체하면서 실업자가 늘어나고 소득은 줄어든다고 아우성인 가운데 종부세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쓸 곳은 많고 세금을 거둘 곳은 없으니까 집값을 부추겨서 재산세와 종부세를 더 거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대두되고 있을 정도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실수요자인 1주택자의 부담은 크지 않다면서 진화에 나서고 있다. 1주택자인 29만1000명이 납부하는 총액은 3188억원으로 다주택자 37만6000명의 납부액 1조4960억 원의 21.3%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계산을 이렇게 한 번 해보자. 1주택자로 2018년(2019년 통계를 찾을 수가 없어 부득이 2018년 통계와 비교)에 종부세를 낸 사람은 12만7369명, 총액은 719억원이었다. 그렇다면 2018년에는 1주택자의 1인당 종부세액이 평균 56만5000원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1주택자의 1인당 종부세액이 평균 109만6000원으로 2년 만에 무려 94.0%, 거의 2배나 올랐다. 여기다 올해 1주택자 납부자의 56%에 해당하는 16만여명은 2년 전만 해도 남의 일이던 종부세 고지서를 처음으로 받아든 사람들이다. 예상치 못한 많은 세금을 부과받거나 없던 세금고지서를 받아드는 것은 말 그대로 폭탄이자 난데없이 날아온 벌금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은퇴한 후 달랑 집 한 채 가진 사람이라면 핵폭탄급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 불안을 조장하는 무분별한 세금 폭탄론은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매우 의도적인 가짜뉴스 생산과 유포”라면서 “시가 약 12억원 이상에 적용되는 종부세를 내는 사람은 전 국민의 1.3%에 불과한데도 침소봉대해서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 국민의 1%대만이 내는 세금을 올렸으니 나머지 98~99%는 먼 산의 불인양 여길 것으로 보는 것은 큰 오산이다. 주택가격이 요즘처럼 오르다 보면 1%가 순식간에 2%, 3%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어린이들까지 포함하는 전 국민 중 종부세를 내는 비중은 1.3%라지만 주택소유자(2019년 1433만6000명) 중 비중은 4.7%로 5%에 가깝다. 이미 20명 중 1명꼴이니 집 가진 사람이라면 종부세 고지서가 언제든 날아올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 종부세는 그 범위와 세액이 크게 올라갈 전망이다.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는 가운데 공시지가를 현재 시가의 70% 수준에서 90%로 끌어올릴 계획인 데다 과세표준 산정의 기준이 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내년에는 95%로 인상할 예정이다. 또한 내년에는 2주택 이하 1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세율이 0.1~0.3% 포인트(최고 세율 3.0%), 3주택 이상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세율이 0.6~2.8% 포인트(최고 세율 6.0%) 인상될 예정이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서울 강남의 일부 고가주택 보유자만 내던 종부세가 수도권 전체와 지방 주택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영국 민주주의의 뿌리라는 ‘대헌장(Magna Carta)’은 “함부로 세금을 거두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왕의 각서였다. 연이은 전쟁에 따른 세금을 견디다 못한 귀족들이 들고 일어나 왕의 무리한 과세권을 제한한 것이었다. 미국의 독립전쟁은 영국이 식민지 아메리카에 과도하게 세금을 매긴 것이 발단이었다. 조선 후기에 일어난 진주민란과 동학농민운동 등도 결국 과도한 세금이 단초를 제공했다. 이후 조선은 이렇다 할 전투나 전쟁도 없이 남의 나라에 주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세금은 소득에 매기는 것이 기본이다. 자산에 대한 세금도 있지만 자산은 소득 중 쓰고 남은 저축의 합이라는 점에서 소득이 기본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소득이 증가하면 세금도 증가하므로 정부는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소득을 증가시킬 것인가에 머리를 싸매고 그 부산물로 세금을 챙기는 것이다. 늘어난 세금으로 교육과 국방, 인프라 건설, 취약 및 노년계층 지원 등 복지에 나서는 것이다. 그런데 선거와 표를 의식, 쓸 곳은 많은데 소득이 늘지 않는다고 해서 자산, 그것도 미실현 소득에다 과도하게 세금을 매기는 것은 밥을 할 생각은 않고 누룽지를 긁어먹는 격이다. 달리 표현하면 곶감을 만들기 위해 감나무를 잘 키울 생각은 않고 있는 곶감이나 빼먹겠다는 것과 같다. 감나무는 키우지 않고 곶감만 다 빼먹고 나면 다음 세대는 뭘 먹고살라는 것인가.

이제 집을 가진 한쪽에서는 세금이 너무 많이 나와서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고, 집을 갖지 못한 다른 한쪽에서는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서 아우성이다. 두 그룹 모두 불만에 가득 차 있다는 것은 전 국민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반기를 들고 있는 셈이다. 미국 독립전쟁이나 진주민란, 동학농민운동처럼 돌아선 민심이 한계점을 넘어서면 폭발하고 만다. 코로나19 때문에 지난 7월 시작했다가 멈춘 부동산 촛불이 언제 다시 타오를지 모른다.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모두가 제각각 촛불을 들고 나오는 것이다.

어느 식당에서 손님과 주방장 사이에 말다툼이 벌어졌다. 한 손님이 음식 맛이 짜다고 하자 주방장이 뛰어나와서 이게 왜 짜냐고 항변하는 황당무계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세금도 소금과 마찬가지로 손님이 짜다면 짠 것이다.

/ 최성환 고려대 경제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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