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8차 당대회 톺아보기] ②"기대가 우려로"…고심 깊어진 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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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1-01-11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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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국방력 강화' 당규정에 명시…핵 역량 강화도 공식화

  • "'최대 주적'은 美"…적대시 정책 철회 촉구, 바이든 압박

  • "남북, 판문점선언 전으로 회귀…한미연합훈련 중단하라"

  • 국방 부문 집중…북미 비핵화 협상, 핵 군축 유도 의도도

  •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 군비통제적 접근·해법 필요"

지난 9일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토론과 당 중앙검사위원회 사업총화, 당 규약 개정이 이뤄졌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보도했다. 사진은 박봉주 당 부위원장(왼쪽부터),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 박정천 군 총참모장.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기존의 대미(對美)·대남(對南) 정책 기조를 재확인했다. 또 국방력 강화를 당 규약에 명시하면서 한반도 정세의 긴장 우려를 고조시켰다.

북한은 미국을 최대주적이라고 규정하고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 능력을 계속해서 개발하겠다고 했다. 남측을 향해선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촉구하며 남북 관계가 4·27 판문전선언 이전으로 회귀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일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에서 시대적 요구에 맞는 대남 문제 고찰과 대외 관계 전면적 확대 발전에 대한 입장을 천명했다. 이를 두고 북한이 대남, 대외 관계를 진전시켜야 할 문제로 거론했다는 해석과 함께 한반도 정세에 다시 훈풍이 불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이어진 당 대회 사업총화에서 북한이 ‘강대강·선대선’ 원칙에 따라 북·미 관계를 결정하겠다면서 핵 역량을 과시하면서 한반도 정세 개선에 대한 기대는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오히려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지난해보다 상황이 악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변함없는 김정은···숙제 떠안은 文-바이든 정부

김 위원장은 사업보고에서 미국에 대해선 ‘적대적’, 한국에 대해선 ‘비판적’인 태도를 드러내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국과 미국의 양보를 압박했다.

11일 신년사를 앞둔 문재인 대통령과 오는 20일(현지시간) 공식 취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숙제를 던진 셈이다.

김 위원장의 이번 대미 메시지는 지난해 11월 초에 치러진 미국 대선 이후 처음으로, 바이든 당선인을 향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북미 비핵화 대화가 이뤄질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북한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는 지난 2019년 10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마지막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결렬 이후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북한이 꾸준히 제기해 온 선결 조건이다.

김 위원장은 미국을 ‘최대의 주적’으로 명시하며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북한이) ‘새로운 북·미 관계 구축’이란 희망을 포기한 것”이라며 “향후 상당기간 대미 관계에서는 강력한 핵전쟁 억제력 강화로 맞서면서 중국,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은 남북 관계에서도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며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에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현시점에서 남조선 당국에 이전처럼 일방적으로 선의를 보여줄 필요가 없으며 우리의 정당한 요구에 화답하는 만큼, 북남(남북)합의들을 이행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만큼 상대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첨단 군사 장비 반입과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해야 한다는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를 계속 외면하면서 조선반도의 평화와 군사적 안정을 보장할 데 대한 북남 합의 리행(이행)에 역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까운 시일 안에 북남 관계가 다시 ‘3년 전 봄날’과 같이 온 겨레의 염원대로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북 대화 재개의 여지를 남기면서도, 남북 관계 개선 여부가 남측의 행동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를 두고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시험대에 올려놓고, 한국의 태도를 보겠다는 취지”라고 해석하며 정부가 한미연합훈련 조정, 체계적인 군사대화 제의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 4일 차 회의가 진행된 지난 8일 두꺼운 문서를 쥔 채 지시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서류철을 입가에 대고 경청하는 김재룡 당 부위원장. [사진=조선중앙TV 화면 캡처]

 
◆당 규정에 ‘국방력 강화’ 명시···핵 군축 협상 시사?

김 위원장은 이번 당 대회에서 핵무기 발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데 이어 당 규약에 ‘국방력 강화’를 명시하는 등 국방부문에서 특히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은 대회 3일 차인 지난 7일 사업총화 보고에서 최강의 전쟁억제력을 비축하고 끊임없이 강화하고 있는 것은 북한 스스로를 지키고, 영원히 전쟁이 없는 진정한 평화의 시대를 열어놓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또 핵무기 개발 강화 역시 한반도 안정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당 규약 개정을 통해 국방력 강화를 명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은 핵 무력을 과시하면서도 이를 남용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그동안 북한이 핵무기 개발 등이 미국 등을 위협하려는 데 목적을 둔 것이 아니라 북한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함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전략무기 개발 및 생산의 정당성을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국방력 강화 당 규약 명시는 북미 비핵화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든 상황에서 체제 수호를 위해 국가방위력 강화만큼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김 위원장의 굳은 의지로 읽힌다. 아울러 북미 협상을 더는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 중심으로 이끌어 가겠다는 의도도 내포된 듯하다.

이와 관련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해 군비 통제적 접근과 해법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홍 실장은 “핵무기 고도화, 핵 무력 증강 계획을 자세히 설명한 것으로 봐서 핵보유국 기정사실화를 넘어 ‘핵 군축’ 프레임을 만들어 북·미 간 협상을 ‘북한식 핵 군축’으로 유도하기 위한 전략을 기저에 깔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

한편 북한의 국방력 집중은 대북제재 완화 및 국제사회 고립 탈출 기대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내세울 만한 업적이 마땅히 없다는 것도 배경이 됐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북한 대내외 정책 수립의 최우선 목표는 ‘김정은 1인 체제 유지’이다. 대외, 경제 등의 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경제 등의 분야에서 구체적인 과업을 제시하기보다는 그나마 내세울 수 있는 국방 분야에 집중해 북한 내에 깔린 안보 불안감을 잠재우고, 김 위원장의 업적을 과시하려고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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