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효과’ 노리는 카드사, 신용대출 상품군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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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기자
입력 2021-01-0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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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중은행 문턱 높이자 고객 잡기 나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카드사들이 고금리에 속하는 신용대출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금리가 더 높은 카드사 대출을 이용하려는 수요가 늘자, 상품군을 늘려 고객 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카드사는 고신용자에게도 고금리를 적용하고 있어, 금융당국이 시중은행 대출 억제에 나선 틈을 타 대출 영업을 강화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카드는 최근 신용·체크카드 회원이 아닌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하나카드 신용대출’을 출시했다. 하나카드가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이 아닌 비회원 대상 대출상품을 출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나카드 신용대출의 이용 한도는 최대 3000만원이며, 이자율은 연 6.9~23.0% 수준으로 책정됐다. 신용대출을 판매하고 있는 대부분의 카드사가 1~2등급에도 11%가량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나카드도 고신용자에게도 10% 이상의 금리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시중은행 신용대출 금리(2~3%)보다 4배 가까이 높다.

다른 카드사들도 지난해 하반기를 전후로 신용대출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우리카드와 롯데카드는 은행에서 넘어오는 고신용자를 겨냥해 지난해 하반기 각각 ‘우카 마이너스론’, ‘롯데 마이너스카드’를 내놨다. 이는 카드사판 ‘마이너스통장’인 마이너스카드로, 수시로 빌리고 빌린 만큼만 이자를 내면 된다. 현대카드도 하나카드와 같이 비회원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대출 상품을 판매 중이다.

카드사들이 대출 상품군을 확대하고 나선 이유는 시중은행 대출 옥죄기에 따라 늘어난 대출수요를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 대출 금리를 높이고 고신용·고소득자를 중심으로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등 신용대출 조이기에 나선 바 있다. 금융당국이 급증하는 신용대출을 옥죄기 위해 구두 경고를 내리고,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시중은행 대출이 막히면서 대출수요가 2금융권으로 넘어오는 ‘풍선효과’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

문제는 카드사들의 신용대출 상품은 비교적 고금리에 속해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커져 건전성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신용자들이 카드사로 밀려나는 역설이 발생하면서 정작 2금융권 주 이용자인 중·저신용자의 대출길은 더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마이너스카드의 금리는 연 2%대에서 시작하는 마이너스통장보다 훨씬 높다. 우카 마이너스론의 금리는 연 4%에서 시작하며, 롯데 마이너스카드 역시 최저금리가 연 4.95%로 5%에 가깝다. 하나카드 신용대출 역시 최저 금리가 연 6.9%로 높은 편이며, 현대카드도 신용대출 평균금리가 13%에 달해 고금리에 속한다.

일각에서는 카드사들의 대출 확대 움직임이 금융당국의 ‘대출 조이기’ 기조와는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 대출 억제에 나선 틈을 타 카드사들이 금융 리스크를 키우는 고금리 대출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우리카드의 경우 우카 마이너스론 출시 당시 최대한도를 1억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출 옥죄기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출시 한 달이 채 안 된 시점에 대출 한도를 절반 수준인 5000만원으로 낮췄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대출 취급을 줄이면서 자금이 부족한 차주들의 수요가 카드사에도 일부 몰렸다”며 “카드사들은 지난해 가계대출 총량관리도 받지 않아 대출 확대에 비교적 자유로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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