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의 추억 '反수소'...한국 물리학도 도전중

최준석 과학작가, ‘나는 과학책으로 세상을 다시 배웠다’ 저자. 입력 : 2021-01-08 06:00
중성미자, ‘반(反)물질 실종’의 비밀을 쥐고 있을까?

[최준석 작가, ‘나는 과학책으로 세상을 다시 배웠다’ 저자.




[최준석, 과학의 시선] 스위스 제네바의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GBAR라는 이름의 실험을 한다. 한국에서는 서울대 물리학과 김선기 교수(입자물리학-실험)가 이끄는 그룹이 참여하고 있다. CERN은 세계 최대의 입자가속기 LHC(거대강입자충돌기)를 갖고 있고 있는, 세계 고에너지 물리학의 중심지다. 크고 작은 실험을 많이 하며, GBAR실험은 그중에서 아주 작은 실험에 속한다. GBAR실험이 흥미롭게 보이는 건 반물질(Anti-matter)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반물질‘은 ’물질‘(Matter)과 전기 부호만 다르고 나머지 물리적 특징은 똑같다. 가령 전자(Electron)는 물질인데, 전자의 반물질은 양전자(Positron)이다. 전자는 음전기를 가지나, 양전자는 양전기를 띤다. 질량, 스핀 등 나머지는 두 개가 똑같아 구분할 수 없다. 전자 말고도 모든 입자는 반물질 쌍을 갖고 있다. 즉 반입자가 있다. 수소의 반물질은 반수소, 양성자의 반물질은 반양성자 하는 식이다.
GBAR실험의 목표는 ‘반(反)수소‘의 중력 가속도 정밀 측정이다. 한국 그룹은 GBAR(Gravitational Behaviour of Anti hydrogen at Rest) 실험을 위해 두 가지 실험 장비를 만들었다. 반양성자(anti-proton)를 모아놓은 장치(반양성자 트랩)와 TOF(Time of Flight) 카운터라는 장치다. 김 교수는 지난해 여름, 이들 장비를 갖고 제자들과 제네바로 떠났다. 장비를 그곳에 설치하고, 데이터가 나오는 걸 볼 거라고 했다. GBAR실험에는 모두 9개국 그룹이 참여한다.


인류는 중력가속도를 정밀하게 측정하려고 애를 써왔다. 중력이 자연에 있는 기본 힘 4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은 궁극적인 중력이론으로 얘기되는 양자 중력 이론(Quantum Gravity Theory)을 갖고 있지 않다. CERN이 반수소를 갖고 중력가속도를 측정해보는 것도 자연을 이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반수소를 극저온에서 공중에 가둬뒀다가, 자유낙하 시키면서 ‘중력가속도’를 재보겠다는 구상이 GBAR실험이다. 반수소의 중력가속도는 수소와 같은 걸로 추정된다. 하지만 재보기 전에는 100% 장담할 수 없다. 그러니 해보는 거다.

반물질은 태초에는 물질과 똑같은 양이 존재했다고 물리학자는 믿고 있다. 빅뱅 직후의 우주는 대단히 뜨겁고 큰 에너지로 가득 찼고,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방정식 E=mc^2에 따르면 에너지(E)와 물질(m)은 모습을 바꾼다. 그래서 빅뱅 직후 높은 에너지는 순간적으로 물질과 반물질 쌍으로 바꾼다(쌍생성). 그리고 물질과 반물질은 서로 만나는 순간 에너지로 바뀌면서 폭발한다(쌍소멸). 이때 물질에 갇혀 있던 에너지는 감마선 형태로 나온다. 감마선은 대단히 에너지가 높은 광자다. 그러니 빅뱅 직후에는 쌍생성과 쌍소멸이 끝없이 일어났고, 물질과 반물질은 똑같은 양이 만들어지고, 똑같이 사라졌다.

그런데, 지금 물리학자들이 궁금해 하는 건 반물질은 다 어디로 갔느냐는 것이다. 빅뱅 이후 138억년이 지난 지금, 우주에는 반물질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우주에는 물질이 가득할 뿐, 반물질은 모두 사라졌다. 반물질은 CERN의 LHC(거대강입자충돌기)와 같은 인공적인 시설에서 만들어지거나, 자연에서 순간적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물질로 된 별이 있으면, 반물질로 된 별도 있어야 하는데, 천문학자는 반물질 별이 빛나는 건 관측하지 못했다. 태초에 무수히 많았던 반물질들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중성미자(Neutrino)가 ‘반물질 실종’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물리학자들은 보고 있다. 다시 얘기하면 우주에 물질만 존재하고, 반물질은 왜 사라졌는가 하는 궁금증은 중성미자를 파고들면 이해할 수 있을 걸로 추정되고 있다. 중성미자는 전기를 띠지 않고(중성) 질량은 아주 가벼운 입자다. 현재까지 물리학자는 세 종류가 있다는 걸 확인했고, 네 번째 중성미자가 있을 걸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중성미자의 질량을 알아내려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마디로 중성미자는 미지의 입자이고, 새로운 물리학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때문에 21세기 초 입자물리학은 물론이고, 천체물리학에서도 뜨거운 토픽 중 하나다.

한국의 입자물리학자와 천문학자 100명은 지난해 11월 한국에도 중성미자 망원경(KNO, Korean Neutrino Obsevatory)를 만들자고 정부에 제안해 비상한 관심을 끈 바 있다. KNO를 갖고 물리학자가 탐구할 제 1목표가 ‘반물질 실종’ 사건 이유 규명이다. KNO는 중성미자 천문학과 중성미자 물리학을 위한 도구가 되며, 이번 보고서 작성 책임자인 유인태 성균관대 교수(입자물리학 실험)는 “KNO프로젝트를 시작한다면, 한국의 기초과학이 아주 크게 도약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유인태 교수는 중성미자 물리학 실험에 참여해왔으며, 현재 한국물리학회 부회장으로 일한다.

유인태 교수는 전화 통화에서 “우주는 왜 물질로 가득 찼는가 하는 건 중성미자와 반중성미자의 진동 확률이라는 걸 각각 조사해 비교하면 된다. 두 개가 다르다면, 분명 차이가 있어야 한다. 그 단서가 일본의 중성미자 실험에서 일부 나왔다. 그리고 이를 정밀하게 측정하려고 하는 게 한국의 KNO이고, 일본의 차세대 실험인 ‘하이퍼-가미오칸데’다”라고 말했다.

유 교수에 따르면, 고에너지 물리를 하기 위한 입자가속기를 갖고 있는 일본의 국립연구소인 J-PARC는 중성미자 세 개 중의 하나인 뮤온중성미자를 만들어 300㎞ 떨어진 슈퍼-가미오칸데 지하실험장으로 쏜다. 그런데 때로 J-PARC는 뮤온중성미자 대신 뮤온중성미자의 반물질인 반뮤온중성미자를 만들어 보낸다. 일본의 중성미자 관측소인 슈퍼-가미오칸데는 뮤온중성미자(물질)를 보내올 때와, 반 뮤온중성미자(반물질)를 보내올 때의 진동 확률을 비교 측정했다. 두 개의 진동 확률이 똑같으면 새로울 게 없다. 그런데 두 개가 다르면 크게 새로운 일이 된다. 물질-반물질 비대칭의 증거가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유 교수는 “일본의 실험에서 일부 단서는 나왔지만 단정적으로 말할 정도는 아니다. 측정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도 기존의 ‘슈퍼-가미오칸데 실험’을 업그레이드해서 감도를 높이려고 한다. 그게 ‘하이퍼-가미오칸데’실험을 지난해 착공한 이유다”라고 말했다.

중성미자에 ‘물질-반물질 비대칭’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시선을 돌리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강신규 서울과학기술대학 교수는 한국의 대표적인 중성미자 물리학 이론가 중 한 명이다. 강신규 교수는 전화통화에서 “중성미자는 현재 세 종류가 있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그 외에도 질량이 대단히 무거운 중성미자가 있지 않을까 하고 물리학자들은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그 대단히 무거운 중성미자가 우주가 진화하면서 ‘경입자’와 ‘반(反)경입자’로 붕괴했다는 이론이 있다. 경입자는 전자, 뮤온, 타우입자를 가리킨다. 그리고 반 경입자는 ‘양전자’ ‘반 뮤온’ ‘반 타우입자’를 가리킨다.

그런데 대단히 무거운 중성미자의 특정한 대칭성(CP대칭성=전하거울대칭)이 깨져 있으면 ‘경입자‘가 ’반 경입자‘보다 약간 많이 생긴다. 강신규 교수는 그 비율은 물질인 ‘경입자’가 100만1개 만들어질 때, 반물질인 ‘반 경입자‘가 100만개 만들어지는 정도라고 했다. 이 경우, 백만 개의 물질과 반물질은 서로 만나 사라지나, 나머지 한 개의 물질은 만날 반물질이 없으므로 사라지지 않고 우주에 남게 된다.

그리고 빅뱅 이후 우주의 온도가 내려가면서 그 온도가 100 GeV(1 기가전자볼트=10억 전자볼트) 아래로 내려갔을 때 물질과 반물질의 비대칭으로 남은 ‘물질’이 보존되게 된다. 즉 만들어진 물질은 더 이상 반물질을 만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해서 물질(경입자)은 우주에 무수히 많이 남게 되었고, 반물질은 모두 사라졌다는 게 이론가들의 아이디어다.

어쨌든 이제 우리는 손에 경입자를 갖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더 있다. 경입자만으로는 현재 우주에 있는 물질을 만들 수 없다. 우주에는 경입자(전자, 뮤온, 타우입자) 외에, 중입자(Baryon)가 있다. 중입자는 세 개의 쿼크(Quark)로 이뤄진 양성자와 중성자를 가리킨다. 양성자와 중성자와 같은 중입자는 어디에서 왔을까. 강신규 교수는 “초기 우주에서 온도가 매우 높을 때에, 경입자가 중입자로 변신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제시한 이론이 나와 있다. 이를 ‘스팔레론 과정’(Sphaleron Process)이라고 한다. 오늘날 볼 수 있는 양성자나 중성자는 스팔레론 과정에 따라 경입자가 변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수봉 전 서울대 교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중성미자 물리학(실험) 연구자이다. 김수봉 교수에 따르면, 한국이 KNO를 만들면 일본의 중성미자 관측소보다 더 성능이 좋다. 일본 J-PARC가 쏜 중성미자를 갖고 한다는 면에서 일본 가미오칸데 실험과 같으나, J-PARC로부터 떨어져 있는 거리가 가미오칸데 실험장(300㎞)보다 한반도 남부의 대구 인근 비슬산(1000㎞)이 더 멀다. 그 때문에 중성미자의 진동 변환 특성을 보기에 낫다. 그리고 KNO는 ‘하이퍼-가미오칸데’보다 더 크게 지으려하기에 감도가 더 뛰어나다.

김수봉 교수나, 유인태 교수는 일본에서 하는 중성미자 실험에 참여하면서 중성미자 연구자로 성장해왔다. 그리고 이후 한국의 독자적인 중성미자 실험인 르노 실험(2011년 이후)을 수행하면서 자신들의 능력이 세계 수준임을 증명한 바 있다. 일본에서 배웠으나, 일본 못지않은 실력을 쌓은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KNO를 통해 중성미자 물리학 분야에서는 일본과 적어도 나란히 서고 싶어 한다. 일본은 중성미자 연구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미국보다 앞서 있다.

KNO 실험을 준비하는 데는 3500억 원이 든다. 그런데 지하 1000m 속에 시설을 한번 만들어놓으면 운영비는 별로 들 게 없다. 3500억원, 돈 액수로 보면 작지 않다. 하지만 한국의 경제력으로 보아 그리 부담스런 액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쓸데없는 곳에 돈 낭비하지 말고, 과학자들이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최준석 과학작가, ‘나는 과학책으로 세상을 다시 배웠다’ 저자.   iohcsj@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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