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포스트 코로나에도 '돈풀기' 멈추지 마라"...새로운 '경제 표준'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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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1-01-0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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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런스 분 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 FT 인터뷰

  • "섣불리 '돈풀기' 멈출 경우, 민중 봉기에 가까운 반발 직면"

  • "한 세대 동안 유행했던 경제 정책에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 '균형재정론서 MMT로'..."세계기구·각국 재무부 받아들여야"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세계 각국이 '돈풀기'를 섣불리 멈추면 안 된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가 나왔다. 과거,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던 글로벌 경제의 표준이 지난해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격하게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로렌스 분 경제협력기구(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사진=AFP·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로런스 분 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이스(FT)와의 인터뷰에서 "각국이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섣불리 서둘러 되돌리려 할 경우 봉기에 가까울 정도로 대중의 강력한 반발(revolt)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분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사태의 경제적 영향은 공공지출과 부채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변화시킬 것"이라면서 "한 세대에 걸쳐 유행했던 경제 정책관에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여전히 정책 입안자들은 새로운 개념 틀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제기구들과 각국의 재무부는 당장 이를 고려해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분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개시와 함께 제기되는 일각의 때이른 '코로나19 사태 정상화' 논의에 우려를 표했다.

작년 각국에서 코로나19 확산세와 셧다운(도시 봉쇄) 시행 등으로 받은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전례 없는 규모의 정부 재정을 풀었던 상황에 대해 재정적자 상황을 우려해 사태 정상화와 함께 서둘러 긴축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는 견해를 겨냥한 것이다.

분 이코노미스트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의 잘못은 각국의 부양책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이듬해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경제 저점을 벗어난 직후 너무 빠르게 돈줄을 조였던 것"이라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대규모 고용 악화 상황은 사태 정상화 이후에도 더욱 악화할 것이기에 대중의 분노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그는 과거 정치에서 독립적인 중앙은행이 전담해 통화정책 위주의 경기부양책을 추진했던 경제 정책 기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했다. 일자리 문제로 떠오른 대중의 '경제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보다 정부의 재정정책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분 이코노미스트는 "통화정책이 가져오는 재분배 효과는 젊은 층보다 재산을 더 많이 보유한 고령층에 더욱 유리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경제회복 정책으로는 잘못된 도구"라면서 "통화정책은 분배효과를 의도하지 않지만 이를 수반하는 반면, 재정정책은 정책 설계 과정에서부터 분배효과를 의도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제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올 때까지 각국 정부는 부채 상승을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보다 장기간에 걸쳐, 보다 재량적인 방식으로, 보다 민주적인 방법으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경제 회복에 있어 정부가 1차적인 책임을 지고 각국의 중앙은행은 보조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부가 경제 회복을 위해 대규모로 재정을 확장하는 상황에서 국민의 직접적인 심판을 받는 선출직이 이를 주도할 때 정부의 책임감과 신뢰도가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분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회복 책임을 중앙은행에서 정부로 전환하는 일은 정부 부채의 지속가능성 목표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고, 정부는 국민들에게 약속한 것을 제대로 제공한다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이어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목표치를 단기적인 수치로 조정하는 단일한 재정준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환상을 버리고 장기 지속가능성 목표에 맞춰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와 같은 주장은 OECD에 소속한 분 이코노미스트만의 의견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 침체가 가시화한 작년 하반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에서부터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 세계 정부의 재정정책 주류 기조가 '균형재정론'에서 '현대통화이론'(MMT)으로 축을 옮기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현대통화이론은 재정 확장보다 재정 긴축을 우선시했던 과거 정책 방향에서 벗어나, 정부가 완전 고용과 경제 발전·국민 복지 등을 위해 일부 재정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돈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가가 크게 오르지 않는 상황에선 정부가 신뢰성을 담보하는 한 국가 채무로 인해 화폐가치가 급격하게 추락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과거 주류경제학에서 과격한 주장으로 취급받기도 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제가 전방위적 충격을 받자 점차 주목을 받고 있다.

작년 8월 열린 잭슨홀 미팅 당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현재 경제 상황에서 고용이 극대화한다고 해도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우려는 적기 때문에 완전 고용을 위해 연준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연준의 장기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회의로 평가받는 잭슨홀 미팅에서 사실상 현대통화이론의 요지와 일맥상통하는 선언이 나오자, 당시 언론과 전문가들은 향후 연준이 정책 기조를 전환하려는 신호를 보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작년 10월 발표한 1차 2021년 세계 경제 전망 이후 IMF와 WB 역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각국이 적극적으로 돈을 풀고 정부 부채의 우려는 이후에 생각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를 놓고 당시 FT는 "재정 긴축 정책이 공식적으로 무덤에 묻혔다"고 논평하기도 했다.
 

로렌스 분 경제협력기구(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사진=세계경제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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