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뇌섹남 타일러 라쉬가 말하는 지구에서 살아남는 법

김호이 객원기자입력 : 2020-12-28 11:40
 
‘한국인보다 더 한국어를 잘하는 외국인’, ‘뇌섹남‘, ’8개 국어가 가능한 언어천재’ 등의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타일러 라쉬. 

자연 속에서 보낸 어린시절을 뒤로 하고 대도시에서 살며 자연과 연결돼 있음을 잊고 살아왔지만 요즘 최대 관심사는 기후위기와 환경이다. 
우리는 지구를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될까?

한국에 온 지 어느덧 10년이 됐다는 지금, 타일러 라쉬와 지구에서 살아남는 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김호이 기자/ 타일러 라쉬]


Q. 23살에 한국에 와서 어느덧 10년이 지났습니다. 청춘을 어떻게 보냈나요?
A. 제 삶의 3분의 2를 한국에서 지내면서 청춘 대부분을 한국에서 보냈어요. 공부도 하고 사회생활도 해보고 미디어 업계에서도 일해봤고요. 컨설팅, 스타트업에서도 일을 했는데 한국에서 10년 동안 지내면서 진짜 다양하게 이것저것 경험을 한 것 같아요. 사람으로서의 그릇이 상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많았던 것 같아요.

Q. 어린 시절을 보낸 미국과 어른 시기를 보낸 한국의 환경은 어떻게 달랐나요?
A. 미국 버몬트 지역에서 자랐는데 자연이 강원도처럼 잘 되어 있었어요. 숲에 들어가 놀면서 자연스럽게 환경이나 동물, 자연과 정이 들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래서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사는 줄 알았어요. 근데 나중에 시카고에서 생활해보고 한국에 와서 서울 같은 엄청난 대도시에서 살게 됐는데 어린 시절 내가 살아 온 환경과 비슷한 식으로 살아 본 사람이 거의 없는 거예요. 그래도 몇 년동안 서울에서 도시생태계를 발전시키는 게 눈에 띄었어요. 도림천 같은 하천에 자연이 다시 생겨나는 게 보였어요. 소풍이나 운동을 가서 왜가리 같은 걸 봤다고 친구들한테 말하면 놀라더라고요.

Q. 한국에서 살아보니 어떻던가요?
A. 굉장히 좋았어요. 서울 외에 다른 지역에서 살아본 적이 없긴 하지만 한국은 일반적으로 생활 설계를 잘하는 편이에요. 교통이 편리하고, 어디든 편의점이 있고 세금 내는 것도 편해요. 코로나 때문에 전 세계가 한국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환경과 자연 관련된 부분이 좀 더 발전되면 굉장한 리더십을 가질 수 있을 거예요.

Q. 타일러가 경험한 한국은 선진국에 속하나요?
A. 선진국에 속하지 않는다고 하면 무책임한 거예요. 한국 경쟁력이 OECD 10위권 안에 들었잖아요. 그리고 그에 따르는 세계적인 리더십과 책임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세계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돼요. 중국과 미국에 공장을 두고 중국 소비자와 미국 소비자의 돈을 벌어서 잘살게 된 나라가 한국이에요. 그런 상황에서 다른 나라만 잘못이 있고 우리나라는 잘못이 없다고 신경을 끄면 잘살게 된 이유에 인정을 하지 않고 회피하는 거예요. 선진국이라는 게 전 세계에서 유리한 경제 조건이 생겼다는 건데 그거에 수반되는 책임이 있다고 봐요. 세계적인 문제인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서 어떻게 방역을 했는지 등에 대한 정보를 세상과 공유할 책임이 있다고 봐요,

Q. 처음 온 시점과 비교하면 지금까지 한국은 어떻게 발전했나요?
A. 관점의 변화가 큰 것 같아요. 제가 한국에 오기 전부터 한국은 선진국이었어요. 한국에 오면서 생각이 열리고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더 높아진 것 같아요.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더 관심을 갖게 됐어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정말 관심이 없었거든요. 한국이 세상과 공유해줄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많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한국에 보석처럼 숨겨져 있다고 생각해요.

 

[사진= 김호이 기자]


Q. 많은 경험들을 하면서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았나요?
A. 2016년에 대학원 졸업을 하고 세계자연기금(WWF) 홍보대사 역할을 하면서 환경에 대한 생각이 더 많아졌어요. 졸업을 했던 시기라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할 때였거든요. 방송 일을 계속 할까, 창업할까, 미국에 돌아가서 외무고시를 볼까 생각도 많이 했고, 하고 싶은 것도 굉장히 많았어요. 잠깐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면서 영주권 직전 단계인 정주권이라는 비자를 받았어요. 한국 사람들과 같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선택지가 확 넓어진 것이죠. ‘나중에 은퇴를 하면 어느 나라에서 살고 싶을까’ 하면서 노후를 미리미리 생각했거든요.

근데 미래를 생각하면 항상 걸리는 게 환경이었어요. 어떤 지역에서 살고 싶다고 하면 30년 후에 그곳이 어떻게 될까를 알아야 되잖아요. 2050년이면 은퇴할 나이인데 그때 해수면이 60cm 정도 상승한대요. 그러면 지형이 바뀌면서 일을 할 수 있는 곳과 사막화가 되는 지역 등 모든 것들이 달라지는 거예요. 꿈을 생각하기 전에 기후위기가 먼저 걸리는 거예요. 그러면서 ‘내 꿈은 기후위기가 해결되는 거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Q. 지구에게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뭘까요?
A. 음식을 살 때 우리는 주로 가격과 영양정보를 보잖아요. 친환경 인증 여부는 확인을 안 해요. 친환경 인증을 확인하는 절차 하나만 있으면 되는 거예요. 뭘 사던 상관없어요. 그걸 하나의 기준으로 삼아서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행동 하나만으로 굉장한 변화를 가지고 올 수 있어요. 지금 시장에 친환경 제품이 점점 많이 나오고 있는데 뭐가 뭔지 모르고 그걸 사지 않으면 더 많이 생기지 않으니까요. 뭔가를 살 때 ‘친환경 인증이 있을까’하고 일단 보세요.

그리고 음식을 먹을 때 고기가 환경에 좋지는 않거든요. 채식하거나 비건을 하면 좋은데 현실성이 없어요. 본인이 하고 싶으시면 너무 좋고요. 근데 다 같이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러면 다 같이 할 수 있는 건 뭘까요? 고기 생산을 할 때 환경 값이 더 비싼 게 있어요. 소가 돼지보다 물을 더 많이 먹고 키울 때도 비용과 공간이 더 많이 필요하잖아요. 햄버거 말고 제육볶음을 먹으면 그만큼은 안 썼을 거예요. 돼지고기는 조금 덜 하니까요. 밥을 먹을 때 고기를 안 먹는 것보다는 모든 고기가 동등하지 않다는 걸 기억해서 소고기보다는 돼지고기를 먹고 돼지고기보다는 닭고기를 먹는 거예요. 어려운 게 아니잖아요. 근데 효과가 있어요.

Q. 미래에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를 덜 보는 지역은 어디일까요?
A. 기후나 지구과학을 공부하시는 분들이 환경에 대한 모델 실험을 많이 해요. 거의 적도 인근 국가들과 남아공, 인도, 파키스탄 같은 나라는 미래에 거주가 불가능하고 대부분의 북미 국가들이 사막화가 돼요. 한국은 수자원과 식량 부분에서 생산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아요. 어릴 때 제가 자랐던 버몬트 지역이 내륙지방인데 태풍 영향권에 포함돼서 버몬트보다 좀 더 가까울 경우 거주가 힘들다고 해요. 홍수가 나고 피해를 볼 거예요. 유리한 국가들은 북극이나 남극 쪽에 땅을 가진 국가들이고요.

Q. '우리는 작은상자 속에 살고 있다'라고 비유하신 적이 있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A. 먹고 마시는 걸 가게에서 사지, 직접 키우지는 않잖아요. 직접 키워도 키우기 위해 쓰는 비료나 물을 직접 가지고 오지 않는 게 대부분이에요. 좁은 상자 속에서 편하게 돌아다니고 이용하기 위해서 작은상자 밖에 있는 큰 상자에서 가지고 끌고 들어오는 거예요. 플라스틱을 만들려면 석유가 있어야 되잖아요. 그 석유가 우리 눈앞에 떠돌아다니지 않거든요. 땅에서 수 만년 넘게 쌓여서 나온 것들이에요. 수 만년이라는 시간을 거쳐야만 나올 수 있는 자연자원이에요.

근데 우리는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거고, 거기서 가지고 오면 된다고 쉽게 생각하잖아요. 사실은 지구가 하나밖에 없는 거고 모든 것이 지구라는 박스 안에 있는 거예요. 그것도 한계가 있어서 석유를 다 써버리면 더 이상 쓸 것도 없고, 수 만년을 기다려서 쓸 건 아니잖아요(웃음). 물도 마찬가지고요. 

1년에 만들어질 수 있는 자연 자원들이 한계가 있는 건데 우리가 좁은 박스 안에 있다 보니까 그게 무한하다고 착각을 해요. 더 큰 박스 안에서 순환하고 있는 것들이지만 큰 박스에 위기가 생기면 우리 박스는 이 안에 있기 때문에 우리도 위험해지거든요. 그걸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가 작은 상자 안에 있다고 표현을 한 거예요. 하나의 시스템이라도 시야가 협소하다 보니까, 큰 걸 보지 못하고 이 안에 있는 작은 부분을 보고 이게 전부라고 착각을 하고 있거든요.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Q. 요즘 뭐에 관심이 있나요?
A. 환경, 부동산, 세계적인 기업의 구조를 설계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그리고 그림과 음악에도 관심이 많아요.

Q.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뭔가요?
A. 제가 미국에서 살던 곳은 충청도 정도의 면적에 64만명 정도 살고요. 다 떨어져 살아요. 가장 큰 도시에도 4만명이 살고요. 친구들 보러 갈 때 차 타고 20분을 가야 돼요. 그러다 보니까 놀 때는 집밖에 나가서 노는 게 당연한 거예요. 과학시간에 동물의 분류를 공부할 때 조금 책으로 보다가 숲에서 이것저것 수집하고 그림 그리고 분석하면서 파악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수업을 진행할 때 밖으로 나가서 환경 속에 있는 걸 교재로 삼아요. 그게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에 있는 다른 지역과도 굉장히 달라요.

Q. 사람들을 만나면 주로 어떤 얘기들을 나누세요?
A. 친구들과 만나면 정치와 사회 얘기를 많이 해요. 사회적인 다양성, 뉴스에서 나오는 말도 안 되는 일들. 여성의원 분이 원피스를 입은 게 논란이 됐다는 기사를 보면서 ‘이렇게 드레스 입은 게 처음이라고?’ 라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 놀랐어요. ‘2020년에 어딜가든 다 보는 건데 그걸 의회에서 봤다고 신기하게 생각하는구나’ 라는 얘기를 많이 나눠요. 한국에서 이슈가 터지거나 찬반이 나뉠 때 전체 담론에 대한 이야기를 친구들과 많이 얘기해요.

Q. 영감을 받을 때 실천하는 타일러만의 방법이 있나요?
A. 저는 바로바로 해요. 어떤 분들은 뭔가 실천하고 싶을 때 버킷리스트 같은 걸 써두잖아요. 근데 저는 운동하고 싶으면 헬스장 같은 곳에 가서 일단 돈을 내요. 그러면 저의 다음 행동이 정해지잖아요. 다음 행동이 정해지는 첫 번째 행동을 먼저 하는 습관이 있어요.

Q. 타일러가 바라는 사회는 어떤가요?
A. 사람들이 겁을 안 먹었으면 좋겠어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는 겁을 내지 않고 표현했으면 좋겠어요. 어떤 게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 생각하면서 안정성을 추구하다 보면 아무것도 못해요. 사람들이 본인의 생각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사진= 김호이 기자/ 타일러 라쉬가 전하는 메세지]


Q.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의 중간점을 어떻게 둬야 될까요?
A. 기술 때문에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원래 안하던 재택근무도 요즘에는 많이 하게 됐잖아요. 그래서 이제는 하나의 직업만 가진 세상은 끝났다고 생각해요. 하나만의 직업을 위해 붙잡고 공식을 채우면 잘산다는 것은 당분간 되는 듯 하더라도 오래가지는 않을 거예요.

시간을 잘 할애해서 여러 가지 매체를 활용하고 관심사를 키워서 동시에 이걸 자산으로 가꿔가는 게 중요한 시대예요. 좋아하는 관심사를 꾸준히 가꿔나가면 어느 순간부터 결실을 맺을 거예요. 이걸 가꿔나가지 않고, 관심사에 투자하거나 다양한 것들을 해보지 않으면 구조적인 변화가 생겼을 때 없어지고 가난해질 수가 있어요. 이제는 직업이 아니라 뭘 할 수 있느냐,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가치를 가져다 줄 수 있느냐에 따라서 잘살고 못살고가 결정될 거예요. 그래서 관심사가 큰 자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Q. 행복하기 위한 타일러만의 방식이 있나요?
A. 기후위기가 사람의 행복 추구권을 침해하거든요, 우리가 이걸 극복하지 않으면 행복을 추구할 수 없어요. 누릴 수 있는 게 줄어가고 있는 상태에서 전쟁을 할 수 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행복해지려면 무조건 이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 거예요. 무조건 기후위기가 해결돼야 꿈을 꾸고 행복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뭔가요?
A.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저의 역할을 키워나가고 싶어요.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은 못하지만 저 나름대로 할 수 있는 만큼 극복하는 게 저의 꿈이에요.

Q. 마지막으로 행복해지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본인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먼저 타협하지 마세요, 절대. 타협을 무조건 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요. 그건 이해하지만 그렇게 되기 전까지는 먼저 져주지 마세요.

 

[사진= 김호이 기자/ 타일러 라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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