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포스트 코로나 시장 꿈틀’, 반전의 기회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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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동서울대 교수
입력 2020-12-2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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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변하지 않는 본질과 변하는 트렌드의 교차점에서 중심축 견지가 중요 -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경제주체들에 요즘처럼 힘든 시기가 있었을까? 이구동성으로 암울한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당장 집어치울까 하는 분노와 유혹이 엄습한다. 국내의 코로나 상황은 점입가경이고,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더 안절부절못한다. 올 1년을 거의 악몽 속에서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라 밖도 연일 북새통이다.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에 대한 인간의 반격이 시작되면서 글로벌 경제가 요동을 치기 시작한다. 주가(株價)와 환율이 널뛰기를 반복한다. 국가 이기주의는 더 극성을 부리고, 기업 간 합종연횡은 불을 튀긴다. 경제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불투명한 미래를 선점하려는 자들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코를 베일 것 같은 분위기다.

이런 여건하에서 중심을 잡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결코 아니다. 어차피 현업에서 손을 놓지 않는다면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사는 것과 죽는 것은 실로 백지 한 장 차이다. 이왕에 살아남으려면 견뎌내야 하고, 다행히 가까운 장래의 수를 읽을 수만 있다면 강하게 회복하는 교두보를 마련할 수도 있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 즉 동전의 양면과 같다. 모두가 어렵다고 할 때 더 빛을 발하는 기업들이 눈에 띄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리고 최근에 이들의 행보가 더 빨라지기 시작하고 있는 것은 눈여겨 볼만한 현상이다. 코로나로 생겨나는 뉴노멀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판단은 유효하다. 그렇다고 덩치가 작은 기업들이 큰 기업들의 움직임을 무턱대고 따라가는 것은 금물이다.

우선 내년도 글로벌 경제에 대한 진단이다. 일부 부정적인 전망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올해보다 나아지리라는 것이 대세다. 다만 그 시점이 문제다. 백신 접종이 먹혀들어 가면 시기를 앞당기면서 포스트 코로나 원년으로 자리매김을 할 것이다. 방역에 자신감이 붙으면 각국이 자국 경제의 신속한 회복을 위해 경쟁적으로 올인할 것임이 자명하다. 내수 회복, 제조업 부활, 일자리 창출 등 경제의 재가동에 초점이 맞추어질 것이다. 국가 간의 갈등 확대보다는 다자 채널의 복원을 통한 공존공생과 글로벌 경기 회복에 더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경제에 처음 선을 보이는 ‘바이드노믹스’의 향방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중 간의 충돌도 일시적으로 휴지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자연스럽게 예상되는 것이 글로벌 교역의 증가다. 우리같이 수출국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이를 위해선 우리 기업들이 확보하고 있는 글로벌 가치사슬을 점검하면서 회복에 대비하여 미리 실탄을 장전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선순환의 흐름을 탈 수 있어야 하며, 복원되는 채널의 정중앙에 있어야 한다. 글로벌 경제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 글로벌 경제가 ‘K자형’회복으로 양극화될 수 있음을 조언한다. 이는 국가나 기업 등 경제주체에 수혜가 공평하지 않을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잠재력이나 경쟁력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 기업은 이 랠리에서 수혜자가 될 수 있는 충분한 자질이 있다. 기업이 정면으로 부딪칠 수 있는 사기(士氣)만 충전되면 승산이 있는 게임이다.

시장의 흐름 읽는 지혜가 필요

포스트 코로나 시장은 두 개의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수시로 변하는 트렌드와 변하지 않는 본질의 교차점에서의 좌표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더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우선 코로나로 새롭게 생겨난 일상의 변화, 즉 뉴노멀에 대한 대응이다. 다른 하나는 코로나가 종식되면 종래의 일상으로 빠르게 돌아가려는 복원력이다. 시장에서는 벌써 이 두 개의 힘이 역설적으로 작동하고 있기도 하다. 어느 쪽에 서는 것이 유리한지는 각각의 경제주체들이 판단할 몫이지만 이 교차점에서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쳐 오판하다 보면 낭패를 볼 수도 있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래서 시장의 변화를 읽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분명한 것은 본질은 그 자리에 있고, 트렌드는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뉴노멀의 대표적 특징은 비대면의 일상화다. 이로 인해 엄청난 새로운 시장들이 단기간에 만들어졌다. 온라인 시장, 재택근무, 긱 이코노미(정규직 대신 필요에 따라 임시·계약직을 고용하는 방식의 경제) 등이 활기를 띠면서 기존 시장 질서의 파괴를 가져오기도 했다. 업(業)의 본질은 제자리에 있지만, 고객의 가치에 충격적인 변이가 생겨났다. 새로운 방식, 가치, 생각이 자리를 잡으면서 과거 익숙했던 일상과 경험이 송두리째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고 있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업종과 상품 간의 명암이 엇갈리고, 시장에 신규로 진출한 일부 기업들이 반짝 수요에 편승하여 이익을 챙기고 있기도 하다. 코로나로 빚어진 균형추의 역전이 코로나 이후에도 유지될 것인가 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이와 정반대에 자리하고 기업들은 코로나 이전 일상으로의 회복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문을 닫은 기업도 있지만, 상당수는 인내의 한계를 드러내면서도 버티고 있기도 하다. 내년에는 글로벌 경제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기지개를 켜면서 부활의 날갯짓을 조심스럽게 착수하고 있다. 상당수의 기업이 변화의 소용돌이 와중에서 이도 저도 하지 못하고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해온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들에게도 서서히 전환기적 시점이 도래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의 기승으로 절정에 달하고 있는 이 혹독한 겨울을 처절하게 이겨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일방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점을 냉정하게 유지하면서 회복 탄력성을 비축하는 것이다. 멀지 않아 봄은 반드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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