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내년도 글로벌 경제 최대 화두, ‘리질리언스(Resilience, 회복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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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동서울대 교수
입력 2020-12-0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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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내년 2분기 ‘W’자형 경기 회복 전망, 회복력에 따라 경제 주체 명암 엇갈릴 듯 -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아니 벌써’ 또 세모다. 지구촌이 팬데믹의 악몽 속에서 한 해의 끝자락을 맞이하고 있다. 아마도 2020년은 모두의 뇌리에서 지우고 싶을 정도로 모두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2021년은 올해보다 나아질까? 아직은 오리무중이고, 상대적으로 오히려 비관론이 높은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이 있기는 하다. 코로나 예방을 위한 백신과 치료제 보급이 조만간 현실화할 것이라는 보도가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전전긍긍한다. 10개 기업 중 7개 기업이 내년도 경영계획을 짜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코로나 재확산과 환율·금리변동 등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업종별로 차이가 있지만 기대 반 우려 반이라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이런 환경에서 내년도 경제에 대해 진단을 해본다. 우선 글로벌 경제의 흐름이다. 이는 우리 경제의 흐름과 대체로 일치한다. 가장 민감한 이슈는 경기 회복 가능 시점이다. 현재 예상되는 낙관적 시나리오는 ‘W’자형 회복세이다. 지난 3분기 일시적 반등을 했지만, 코로나 재확산으로 올 4분기에서 내년 1분기까지는 다시 하향 곡선을 그릴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내년 2분기가 상승 곡선으로 전환할 수 있는 타이밍이다. 이 상승세가 가파를 것이냐, 아니면 완만할 것이야 하는 변수다. 이는 전적으로 백신의 효과와 관련이 있다. 효과가 검증되면 빠른 회복세를 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각국의 재정투입 등 경제 회복 프로그램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가장 우울한 시나리오는 상황 악화로 2년 연속 침체하는 경우다.

경기 회복을 전제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수출과 내수로 구분해 보고자 한다. 글로벌 경기가 호조세로 반전되면 수출에 청신호가 될 수 있다. 수출 증가는 제조업의 회생과 맞물려 있는 중요한 요소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급격한 원화 강세 현상이다. 이미 달러 당 천원 대로 진입하고 있고, 내년 중에는 900원대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현재의 시황이라면 당분간 원화의 평가절상은 피해갈 수 없는 시나리오임은 확연하다. 다만 그 속도이고, 수출 상승에 찬물을 끼얹으면 안 된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 등 경쟁국의 환율 동향도 주시해야 한다. 수출 기업의 손익분기점이 1,130원대라고 가정하면 기업의 환차 손실 관리에 더해 외환 당국의 다각적 대응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내수 회복 문제는 더 복잡하다. 지난 1년간 언택트와 이에 따른 신속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등이 큰 이슈로 등장했다. 이에 빠르게 올라타면서 재미를 본 기업들도 상당수다. 부익부 빈익빈이라고 소위 잘 나가는 기업일수록 더 많은 이익을 챙겼다. 그러나 절대다수의 기업들은 이에 주저하면서 코로나 이전 상태로의 빠른 복귀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언택트에 밀려 시장에서 지진아로 나가떨어져 있던 컨택트 시장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리택트(Retact)’시장이 본격 기지개를 켤 조짐을 보인다. 중국은 코로나 터널 탈출이 가시화되고 있는 유일한 국가다. 쇼핑몰이나 식당은 보복 소비로 연일 북적거린다. 적절한 원화 강세는 우리에게도 내수의 복원력을 한층 끌어올릴 공산이 크다.

대내외 전문가 한국 회복 잠재력 고평가, 반면 내부 역량 결집 측면에선 아직 낙제점

내년도 글로벌이나 우리 경제의 최대 화두는 ‘리질리언스(Resilience, 회복력)’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부 충격으로 인해 발생한 불안정성을 극복하는 시스템 기능 회복 여하에 따라 경제 주체들의 명암이 엇갈릴 것이다. 기존 상태로 빠르게 복구되는 능력, 외부 충격이나 완만한 변화들에 대한 시스템 저항 능력, 변화하는 조건에 적응하는 시스템 능력 등 이 세 가지 능력에서 승자와 패자가 결정된다는 의미다. 이는 국가, 기업, 개인에 따라 희비가 달라질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회복력이 충전하고 있는 주체일수록 경기 회복 초기에 과실을 챙길 가능성이 커진다. 준비가 되어 있으면 기회를 잡을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는 기회가 와도 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할 수 있다.

벌써 시장은 꿈틀거리고 있다. 코로나 경기 반전을 위해 시중에 풀린 글로벌 유동성이 아시아 증시로 몰리면서 한국을 비롯하여 일본, 중국, 대만 증시까지 연일 술렁거리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글로벌 싱크탱크들은 내년 아시아 증시가 슈퍼사이클을 맞이할 것이며, 한국 증시가 가장 유망하다는 예측까지 하는 판이다. 원화나 중국의 위안화, 일본의 엔화의 달러에 대한 가치가 연일 치솟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아시아 국가들이 먼저 수혜자가 될 것임을 예고한다. 미국 신(新)정부의 미·중 무역 전쟁의 재점화 시점과 강도에 따라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흥청거리는 증시 장세일수록 개미들의 시장 참여 유혹이 커지는 만큼 낭패 볼 확률도 비례적으로 증가한다.

포스트 코로나의 회복력 차원에서 한국에 대한 평가가 높긴 하지만 실제 가능할 것인가 하는 점에는 차이가 있다. 회복 잠재력 혹은 탄력성 측면에서 고평가를 받는 이유는 알짜 기업들이 많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는 결과이기도 하다. 한편으론 우리 역량에 대해 과대평가를 해 거품이 끼어 있지나 않은 지를 점검해 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내부적으로 보면 내년에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와 차기 대선(大選)으로 정치권이 달아오르면서 정치가 경제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장에서는 아직 구름이 끼어 있기는 하지만 서광이 비치고 있는 또한 분명하다. 기회가 올 때 확실히 움켜잡아야 하는데 그런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여전히 우리 내부는 어수선하고 역량 결집이 부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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