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백신 외교]中 야망에 세계가 불안해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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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기자
입력 2020-12-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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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개도국 집중 공략 백신 세일즈... ‘일대일로’ 새로운 동력 확보

  • 16억 회분 백신 생산 능력 확보에 저렴한 가격 내세워

  • "수백만명 접종 부작용 없다" 주장하지만...안전 신뢰도 여전히 낮아

중국 시노팜의 백신 [사진=웨이보 캡처]

전 세계 백신 왕좌를 노리는 중국이 ‘코로나19 백신 세일즈’ 외교에 적극 나섰다. 세계 보급량을 늘리기 위해 충분한 생산 능력을 확보한 것은 물론이고, ‘백신 선(先) 제공, 후(後) 결제’ 공약까지 내걸었다. 경제적 문제로 백신 확보 경쟁에서 선진국에 밀린 개발도상국들을 적극 공략해 국제 무대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문제는 중국산 백신의 안전성이다. 중국은 자국산 백신이 부작용 없이 안전하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서구 전문가들을 비롯한 일각에서는 효능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中수뇌부 직접 나서 백신 공급 약속··· 백신 업체 앞다퉈 생산능력 구축

“중국산 백신을 글로벌 공공재로 사용하겠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국제회의 등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이 같은 약속을 외친 바 있다. 지난 5월 세계보건기구(WHO) 연례총회에서 처음 이를 언급한 후, 6월 아프리카 정상들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아프리카 국가들의 중국산 백신 혜택을 약속했다. 9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의 화상회의에서도 그는 “중국의 백신 개발이 완료된 후 이를 세계 공공재로 사용해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도 지난 8월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을 향해 코로나 백신에 대한 우선 접근권을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 수뇌부가 직접 나서서 세계에 백신 공급을 약속하자, 중국 백신 업체들도 백신 생산설비 능력을 키우고 있다. 중국 제약업체 시노팜의 계열사인 중국생물은 내년까지 연간 10억회 접종분의 코로나19 백신 생산설비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코로나19 백신 개발업체 시노백(베이징커싱)도 올 연말까지 연간 6억개의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시노백은 현재 연간 3억개 보급이 가능한 백신 생산 설비를 가동 중인데, 올해 말까지 두 번째 생산라인을 완공해 연간 생산 능력을 6억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현재 중국에서는 시노팜 백신 2종과 시노백을 포함한 5종의 백신이 임상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군사의학연구원과 캉시눠(캔시노) 백신 중국과학연구원, 즈페이바이오 연합이 내놓은 백신 1종 등이다. 중국의 백신 생산능력이 최소 16억회분에 달한다는 얘기다.

◆‘저렴한 가격, 편리한 운송저장’ 내세운 세일즈··· 15개국 계약 체결

이처럼 대규모 백신 생산 능력을 갖춘 중국은 세일즈에도 적극 나섰다. 특히 ‘저렴한 가격과 편리한 운송·저장’을 내세워 개도국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중국산 백신은 1회당 약 200위안(약 3만4000원) 수준으로, 화이자나 모더나 등 미국산 백신에 비해 저렴하다. 또 시노팜과 시노백 백신은 일반적인 냉장고 온도와 비슷한 2~8도에서 보관하면 된다. 각각 영하 20도, 영하 75도의 초저온에서 보관해야 하는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에 비하면 보관이 덜 까다롭다. 이는 냉동시설 구비가 어려운 개도국에는 엄청난 이점이다.

실제 인도네시아 정부는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은 초저온 보관을 해야 하는데, 우리는 이 같은 보관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인도네시아가 워낙 기온이 높은 데다, 초저온 특수 냉동고를 구비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개도국을 겨냥한 중국의 백신 세일즈는 나름의 성과를 얻고 있다. 앞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이집트, 요르단, 바레인 등 국가에서 5만명이 임상 시험에 참여했다. 브라질, 터키에서도 약 3만명이 시노백 임상시험에 참여해 10여개국의 10여만명이 중국산 백신 임상시험에 참여한 셈이다.

임상시험 참여는 실제 계약으로도 이어졌다. UAE는 지난 9일 시노팜 백신 사용을 세계 최초로 승인하고 이 백신의 유효성이 86%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바레인도 UAE에 이어 둘째로 중국제 백신을 승인했다. 브라질, 멕시코, 터키, 모로코, 인도네시아 등이 잇따라 시노백 혹은 시노팜과 공급 계약을 맺었다. 현재까지 아시아 7개국, 남미 5개국, 아프리카 3개국, 유럽 1개국 등 총 16개국이 중국산 백신 수입 계약을 맺거나 협상을 진행 중이다.

◆영향력 확대 노리는 중국의 '백신 일대일로'

이 같은 중국의 백신 외교 행보를 놓고 일각에서는 중국이 코로나 백신을 지정학적 영향력 확대 수단으로 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경제분석업체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아이모젠 페이지 자렛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백신 외교가 완전히 이타적인 행위로 보이지 않는다”며 "백신 공급으로부터 무언가 이득을 취하려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도 최근 미국과 패권 다툼 중인 중국이 백신을 통해 세계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이 미국과 힘 겨루기하는 지역에서 백신 공급에 더 적극적이라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WP에 따르면 중국은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불황을 겪는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를 대상으로 시노백 백신에 대한 우선 접근권을 약속하고 협약을 체결했다. 그리고는 양국에 곧장 백신 임상 시험을 촉구했고 돌입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은 백신 구입 비용을 지불하기 어려운 국가에 10억 달러(약 1조1050억원)의 대출을 지원했다고 WP는 전했다.

코로나 백신 외교를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연결짓는 해석도 있다. 아시아·중동·아프리카·유럽 등을 연결하는 '일대일로'가 완성되려면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인데, 백신 공급을 통해 중국이 더 많은 '친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WP는 “중국 지도부들은 공개 석상에서 백신 공급을 협력과 홍보로 연결지었다”며 “이는 중국의 외교 정책인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국립대의 청자이안 정치학 교수도 "중국은 백신 공급 국가에 모든 부문의 협력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여기에는 남중국해 분쟁 문제를 비롯해 중국산 기술 제품 사용까지 포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산 백신 사용 늘어날수록 우려 커지는 세계 

중국의 의도가 어쨌건 결과적으로라도 전 세계가 코로나19로부터 극복된다면 다행이다. 그런데 문제는 안전성이다.

일단 중국은 자국산 백신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쩡이신(曾益新)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부주임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중국산 응급 백신 접종이 지난 7월부터 본격화됐다"며 "이미 100만명 이상이 이 백신을 맞았으나 심각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정중웨이(鄭忠偉) 주임도 앞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최종 단계에 접어들었다"면서 "중국의 백신 개발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안전성과 효능, 저렴한 가격에 주안점을 두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주임은 "중국은 코로나19 백신의 대량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연내 중국산 백신의 공식 출시가 임박했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백신 개발 과정이 불투명한 게 문제다. 시노팜과 시노백은 관련 당국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했지만, 외부엔 임상시험 결과를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부작용 없이 완벽하게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는 건 단지 관련자들의 주장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중국산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을 두고 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페루에선 시노팜 백신을 맞은 임상시험 참가자가 다리 마비를 겪어 시험이 중단됐다. 브라질 보건당국도 시노백 백신에 대해 "중국 당국이 어떤 기준으로 긴급 사용을 승인했는지 불투명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은 불활성화 백신이다. 불활성화 백신은 면역력 지속 기간이 제한적이고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양을 접종해야 할 뿐만 아니라 부작용 우려도 있다.

문수리 제네바 국제개발대학원 국제보건센터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사용 승인이 허가된 백신들 중 기대만큼의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는 코로나 팬데믹에서 벗어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며 “백신 개발 과정이 불투명한 중국산 백신은 세계의 예방접종 노력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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