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눈치보는 기재부..."맘대로 되는 게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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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현 기자
입력 2020-12-2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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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필요하다" 반박했던 주식 장기보유 인센티브, 용역 검토로 선회

  • 대주주 요건 강화·개인 유사법인 과세 등 정치권 압박에 보류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기획재정부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주식 장기보유 인센티브에 대해 용역을 진행해 보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기재부가 또다시 입장을 바꾸면서 이번에도 정치권의 압박에 등 떠밀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 17일 2021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주식 장기 보유 시 세제 지원을 위한 용역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주식 장기 보유 세제 지원 검토를 발표하며 "시중자금의 단기화를 완화하기 위해 주식에 대해 일정 기간 이상 보유할 경우 세제 지원을 강화하는 장기투자 활성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주 기재부 조세총괄정책관은 당시 상세브리핑에서 "내년에 용역을 할 것인데 정해진 바는 없다"며 "필요성과 해외 사례 등을 보고 구체적인 방안을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주식 장기 보유 세제 지원을 위해 용역을 실시하겠다는 것은 기재부가 한 발 물러선 조치로 풀이된다. 기재부는 주식 장기 보유 세제 지원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왔다. 

앞서 지난 6월 금융투자소득세를 도입하는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이 발표되자, 금융투자업계와 투자자 등을 중심으로 주식도 부동산처럼 장기 보유에 세제 혜택이 제공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당시 기재부는 보도설명자료까지 배포하며 "부동산은 실물자산으로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장기 보유 우대가 필요하지만 금융자산은 인플레이션 요소가 없는 만큼 장기 보유 우대가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부동산은 단기 시세차익 목적의 투기수요를 억제할 필요가 있어 장기 보유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식 장기 보유 인센티브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해 왔던 기재부가 다시 입장을 바꾸면서 결국 이번에도 정치권의 요구에 밀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기재부가 장기 보유 인센티브 필요성을 반박할 당시 여당까지 나서 인센티브 필요성을 요구하며 소득세법 개정을 추진하려 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장기 보유 인센티브는 자본 동결 효과로 거래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기재부의 입장이 관철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기재부가 정책을 제시하면 여론을 의식한 정치권이 나서 제도 개편을 미루거나 무산시키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가장 첨예한 논란을 빚었던 대주주 요건 강화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법 개정까지 완료된 상황에서 '동학개미'를 중심으로 여론이 악화하자, 정치권은 요건 강화를 철회하라며 기재부를 압박했다. 결국 대주주 요건은 10억원으로 유지됐으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다.

개인 유사법인의 초과 유보소득을 배당으로 간주해 과세하는 법안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개인 유사법인은 법인처럼 보이지만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8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소규모 법인으로, 정부는 일부 고소득자들이 법인을 활용해 소득세 중과를 회피하고 부동산임대업 등을 운영하며 불로소득을 쌓고 있다고 보고 과세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중견·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투자와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반발이 커졌다. 기재부는 이와 관련, "투자, 부채상환, 고용, 연구개발(R&D) 등에 지출하는 금액은 유보소득에서 제외되며 벤처기업 등도 과세 대상에서 제외할 계획"이라며 설득에 나섰지만 끝내 과세안은 전면 보류됐다.

익명을 요구한 모 부처 과장은 "다른 정책들보다 세금은 아무래도 가장 피부에 와닿는 변화이다 보니 여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며 "부총리가 사표를 낼 정도로 갈등을 빚어온 만큼 앞으로도 또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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