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重 500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동부건설…자체 현금은 1000억원 뿐

김해원 기자입력 : 2020-12-18 14:54
한진중공업 매각을 놓고 채권단 내부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컨소시엄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상태지만 본입찰 직전,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PEF)와 급하게 손을 잡은만큼 향후 투자금 회수 과정에서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부건설 컨소시엄은 NH PE·오퍼스 PE에게 부족한 자금 최대 2000억원 가량을 지원 받을 예정이다. 이는 전체 인수자금의 절반 규모로 향후 구조조정 후폭풍의 도화선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한진중공업 노동조합과 부산 지역 여론도 이 같은 이유로 PEF 인수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채권단 내부에서도 투입한 정책자금 회수를 위해 경제적 논리를 앞세워야 할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18일 IB업계에 따르면, 동부건설 컨소시엄이 재무적투자자(FI)인 NH PE와 오퍼스 PE와 손잡으면서 높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토지신탁이 본입찰에서 동부건설을 앞세워 NH PE·오퍼스PE와 새로운 컨소시엄을 구성해 막판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동부건설과 한토신이 전략적투자자(SI)로 나섰지만 자금의 절반 가량이 PEF에서 나오는 구조다. 원매자 중 FI 참여 없는 단일 참가는 SM상선 컨소시엄 하나다. 

동부건설 컨소시엄은 5000억원 가량을 배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배팅 금액의 절반 수준을 FI에서 조달한다는 점이다. 올 3분기 기준 동부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040억원으로 최근 5년동안 가장 적은 규모다. 한토신의 현금 및 예치금 2443억원을 합쳐도 3500억원 수준이다. 부족한 자금은 NH PE·오퍼스 PE는 운용 중인 구조조정 펀드를 통해 충당 받겠다는 것이다. NH PE와 오퍼스 PE는 지난해 2100억원 규모의 기업 재무 안정펀드를 공동 조성한 경험이 있다.

사모펀드에서 절반 이상의 자금을 공급받으면서 부산 여론은 물론 채권단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채권 회수가 우선인 채권단은 당장 금액을 높게 써낸 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지만 매각 후 '기업 회생'과 관련해서는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매각 후 경영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여론의 뭇매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PEF 원매자들은 한진중공업이 보유한 알짜 자산인 영도조선소 이전과 해당 부지 개발 방안을 PMI의 핵심가치로 꼽고 있다. 향후 경영참여형 PEF가 투자금 회수를 위해 무리한 경영을 요구할 경우 한진중공업의 재무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일부 채권단은 자금회수가 목적이기 때문에 연내매각을 목표로 무리한 졸속 매각을 하고 있다"며 "매각에 관심을 보이는 사모펀드는 조선소 운영보다 부지에 관심이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최종 대상자로 사모펀드가 들어오면 인수 뒤 구조조정은 물론 상세실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격조정, 자산분할매각 등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업계는 '대한민국 조선 1번지'로 불리던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갖는 상징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흑자 기업도 PEF가 인수한 뒤 이름만 남기고 폐업을 결정한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반면 동부건설 컨소시엄의 경쟁 상대인 SM컨소시엄은 본입찰 참여 기업들 가운데 유일하게 재무적투자자(FI)와 손을 잡지 않은 상황이다. SM그룹 측은 가격적인 열세를 영도조선소를 존치, 수리조선소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을 강하게 어필하는 중이다. SM상선과 대한해운 등 계열사들의 선박수리, 중형 컨테이너선 신조사업 등으로 일감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우오현 SM그룹 회장도 이날 공식자료를 통해 “지금까지 회사 50여개를 인수했지만 한 번도 회사를 매각하지 않았고, 부도 기업을 과감하게 인수해 정상화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며 “한진중공업 역시 전 임직원이 일심단결해 노력한다면 경영 정상화를 충분히 이뤄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주주협의회는 외부자문사(삼일회계법인·세종법무법인) 평가결과를 토대로 다음주 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전날 채권단협의회에 동부건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는 안건을 부의했다고 전해지지만, 우선협대상자로 선정되려면 지분율 기준으로 4분의 3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막판 변수도 남아 있는 셈이다. 

향후 최종 우선협상대상자가 확정되면, 이행보증금 5%를 지급한 뒤 양해각서를 체결할 계획이다. 이후 상세실사를 진행해 매각가격 조건 협상 및 확정을 한다. 다만 상세실사 과정에서 가격이 조정되거나 매각이 무산되는 경우도 많다.  

[사진=한진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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