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청와대까지 강조한 ‘살고 싶은’ 임대주택…주민들은 ”좀 더 발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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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기자
입력 2020-12-1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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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거복지로드맵 혁신설계 반영된 1호 ‘동탄 행복주택’

  • 외관·실내 모두 민간 아파트와 비교해 손색없는 수준

  • 지나치게 짧은 동 간 거리·층간소음·입지 등은 숙제로

청와대가 나서 ‘살고 싶은 임대주택’ 슬로건에 팔을 걷어붙였다. 기존과 달리 양 대신 질 좋은 주택을 정부 주도로 공급하겠다는 얘기다. 실제로 100만호 기념식을 진행한 화성 행복주택은 외관과 실내 구성 모두 민간 아파트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품질이었다.

하지만 입주민들은 동 간 거리가 짧아 사생활이 노출된다는 점과 층간소음이 심하고 입지가 좋지 않다는 등 거주여건을 더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동탄 화성 행복주택. 산책로와 맞은편에서 세대 내부를 볼 수 있다. 입주민들은 동 간 거리가 짧아 불폄함을 호소했다.[사진 = 김재환 기자]


11일 문재인 대통령은 경기도 화성시 영천동 산 17-30번지 일대 ‘화성동탄 행복주택’에 방문해 ”공공임대주택이 함께 어울려 사는 곳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모범 단지“라며 칭찬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품질을 개선해서 누구나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 모두의 기본적 주거복지를 실현하는 주거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는 공공임대주택 100만호 건설을 기념한 자리다. 지난 2017년 설계된 화성동탄 행복주택은 이번 정권 초기에 주거복지로드맵 차원에서 다양한 혁신 설계가 접목됐다.

실제로 단지 외관과 내부는 일반 아파트로 착각할 만큼 우수한 마감을 보였다. 평형은 16~44㎡(이하 전용면적) 1640가구에 임대주택 최초 복층형과 주거약자용 등 51개 타입으로 구성됐다.

 

44㎡ 내부 전경.[사진 = 김재환 기자]

정부는 앞으로 청약 결과를 지켜보면서 다양한 타입 중 선호도가 높은 타입을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입주민편의시설로는 210명 정원의 국공립어린이집과 실내 놀이터, 도서관, 헬스장, 게스트하우스(5실) 등이 있다.

직접 둘러본 어린이집은 2층 규모에 어린이 눈높이에 맞는 화장실과 넓은 반 등 일반 어린이집만큼 우수했고, 헬스장에는 요가실과 GX룸, 남녀 탈의실·샤워실 등이 마련돼 있어 편리해 보였다.

특히 세대 내부는 함께 방문한 기자단 대부분이 감탄할 정도로 깔끔하고 넓었다. 2베이에 2개의 방과 1개 욕실이 있는 44㎡는 자녀 1명이 있는 신혼부부가 살기에 충분한 수준이었다.
 

어린이집 내부 전경. 2층에는 놀이방과 테라스 놀이터도 있다.[사진 = 김재환 기자 ]


전용면적별 보증금과 월 임대료는 공급대상 청년 기준 △16㎡ 2200만원에 8만8000원 △26㎡ 3600만원에 14만원 △36㎡ 4600만원에 18만원 △41㎡ 5600만원에 21만원 △44㎡ 6000만원에 23만원이다.

주요 입주민은 주변 산단 직장인과 주변 학교(경희대 국제캠퍼스), 다원 초·중학교 학생 학부모 등이다. 이날 만난 24㎡형 거주 입주민(31세) A씨는 ”직장이 10분 거리여서 매우 만족한다“며 ”다만, 저층 거주자들은 담배 냄새가 잘 올라온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단지에서 직접 거주 중인 입주민들은 평형이나 입주민편의시설, 단지 내부 전경에 만족하면서도 소음문제와 짧은 동 간 거리, 입지 등 주거여건이 불편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6월 준공한 이후 저렴한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계약률은 75%에 그쳤다. 나머지 25%는 빈집인 셈이다.

실제로 건폐율이 35%에 달해 일반 아파트(10~15%)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었다. 건폐율은 대지면적 중 건물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높을수록 아파트가 촘촘히 지어졌다는 얘기다.
 

단지 배치도. 저층으로 설계된 아파트가 중간중간 들어가면서 건폐율이 높아진 모습.[사진 = 김재환 기자]


건폐율이 높아진 이유는 성냥갑 아파트에서 탈피해 저층 주거지와 고층 주거지를 섞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에 따라 창문을 커튼이나 반투명 필름 등으로 가린 세대가 자주 눈에 띄었다.

단지 외부에 조성된 산책길이나 맞은편 세대에서 내부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인터뷰한 입주민 7명 중 6명은 소음피해를 호소했다. 반려견을 산책 중이던 36㎡ 거주 입주민 B씨는 ”옆집 웃음소리가 들릴 정도“라며 ”주변에서 강아지 짖는 소리에 민원을 제기할 것 같아서 집을 나가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지금은 프리랜서여서 상관없지만 직장이 근처였다면 이곳을 선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교통이 불편한 건 큰 단점이다“라고 부연했다.

차량으로 출·퇴근하는 입주민이 많을 수밖에 없는 입지인데도 가구당 주차대수가 행복주택 설계 기준에 맞춰 1가구당 평균 0.7대로 조성됐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혔다.

또 24㎡형 거주 입주민 C씨(23세)는 층간소음이 심각하다”라며 “바로 옆 방 고양이소리가 너무 자주 들리고, 윗집에서 쿵쿵대는 소리에 잠을 자지 못할 때가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LH는 설계상 문제가 있는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표준형 아파트 건축 기준에 맞춰 210mm 바닥재와 150mm 세대 간 강화콘크리트(RC·Reinforced Concrete) 벽체가 사용됐다는 얘기다.
 

단지 외관 전경.[사진 = 김재환 기자]

LH 관계자는 “아직 소음 민원 사례가 접수된 적은 없다”며 “표준 설계대로 시공했기에 일반 아파트와 방음 성능 등은 같다”고 말했다.

A 대형건설사 관계자에 문의한 결과 “최근 소음문제가 민감한 이슈인 만큼 민간 시공사에서는 표준 설계보다 더 고스펙으로 시공하는 경우가 많아 민간과 공공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LH는 앞으로 임대주택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고민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입지나 실내 마감재 등을 개선해야 하는 점이 숙제다.

LH 관계자는 “동탄 행복주택은 지난 2017년 주거복지로드맵을 발표한 후 혁신적인 설계와 입주민편의시설을 시도한 첫 사례”라며 “앞으로 불편한 사항들을 개선해나가면 더 우수한 품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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