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금융 문턱에…중금리대출 최고치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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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봄 기자
입력 2020-12-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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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중은행서 넘어온 중신용자들에 저축은행 공급액 작년 4배까지 폭증

[사진=연합뉴스]

올해 저축은행의 중금리 신용대출 취급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의 대출 수요가 저축은행으로 넘어오는 ‘풍선효과’가 발생하면서, 시중은행에서 넘어온 중신용 차주들의 중금리 대출 이용이 늘어난 영향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올해 중금리 대출 공급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판매 중인 중금리 상품은 총 9개로, 개인 여신의 70% 정도가 중금리 대출로 공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급액은 지난 3분기 기준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해 중금리 대출 공급액인 1조3984억원을 6000억원 넘게 웃도는 수준이다. 대출이 급증한 올해 4분기까지 반영하면, SBI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 공급액은 2조원 중반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JT저축은행도 이달 초 기준 중금리 대출 누적공급액이 5300억원을 돌파했다. 중금리 대출을 본격 판매하기 시작한 2018년(1051억원)과 2019년(1195억원) 공급액을 제외하면 올해에만 3000억원 가까이 취급된 것이다. 

신한저축은행 역시 지난달 기준 중금리 대출 공급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작년도 공급액 2653억원보다 4배 이상 많은 규모로, 신한저축은행의 최근 5년간 총 누적공급액은 2조8000억원에 달한다. 나머지 대형 저축은행들도 지난해 중금리 대출 공급실적을 일찌감치 다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은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을 5~7% 이내로 관리하고 있는데, 중금리 대출의 경우 가계대출 잔액 총량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출 규모를 대폭 늘려도 별다른 제재가 없어 저축은행으로서는 일종의 인센티브인 셈이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들은 2018년부터 중금리 대출 규모를 키워왔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적용되지 않으면서 중금리 대출 활성화 요인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저축은행업계의 중금리 대출이 급증한 데는 금융권 전반에 대출 수요가 늘어나면서 시중은행을 이용하던 중신용자들이 저축은행으로 넘어온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올 3분기 말 기준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9조5913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시중은행들이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금리를 높이는 등 대출 속도 조절에 나서자, 빚을 내 생활자금을 마련하고 집과 주식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저축은행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시중은행에서 넘어온 차주들은 대체로 중신용자인 만큼, 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시중은행에서 넘어온 차주들은 저축은행에선 우량 고객으로 통한다. 급여소득자인 경우가 많아 6등급 이하의 저신용자보다 연체 가능성은 작은 반면 대출 규모는 더 크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러한 중신용자를 중심으로 중금리 대출이 늘어난 탓에, 연체율 증가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축은행들의 중금리 대출 확대 추세는 내년에도 지속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이 중금리대출을 많이 취급하는 저축은행에 영업구역 내 의무대출 비율 규제와 관련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저축은행이 중금리 대출을 많이 취급하면 법정 영역구역이 아닌 지역에서 대출영업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중금리 대출은 차주가 중신용자 위주로 구성돼 있고, 과거 대비 우량 차주들이 몰려 리스크 관리가 수월하다”며 “저축은행 입장에선 가계대출 총량규제 제외 등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중금리 대출을 확대하는 편이 사업운영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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