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후장대 탄소배출권 3기 점검] ④에쓰오일, 배출부채 무풍지대 마감···코로나19에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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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0-12-03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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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월분·무상할당량 빠르게 소진

  • 올해·내년 추가할당량이 변수

내년부터 국가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3차 시행기간에 들어간다. 결론적으로 내년부터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할수록 더 많은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해 기업의 재무 상황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 중후장대업체들은 탄소배출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기에 더욱 우려가 커진다. 탄소배출권 3기 시행에 앞서 아주경제가 중후장대업체들의 재무상황을 점검해봤다. <편집자주>

그동안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무풍지대로 인식됐던 정유업계에도 올해부터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국내 정유사 중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에쓰오일(S-oil)에 시선이 쏠린다. 

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지난해 955만t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국내 정유사 중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업체로 꼽혔다. 경쟁사인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SK에너지가 680만~805만톤의 온실가스만 배출한 것을 감안하면 150만톤 이상 많이 배출하는 셈이다. 
 

[사진=각 사 제공]

이보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에쓰오일이 연평균 무상할당량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해 왔으면서도 2018년과 지난해 탄소배출 부채를 하나도 계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에쓰오일이 2기(2018~2020년) 기간 동안 인정받은 무상할당량은 연평균 556만톤으로 추정된다. 2018년과 지난해 탄소배출량을 감안하면 각각 326만톤과 399만톤을 초과했으나 탄소배출권을 매입하는 일을 피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는 정유업의 특수성을 감안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탄소거래제 1기(2015~2017) 기간에 활용하지 않아 남았던 이월분 덕이다. 우선 정부는 정유사가 수소 제조공정 등 일부 공정을 활용할 때 이를 온실가스 배출 대상에 포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모든 공정을 대상으로 배출량을 결정할 경우, 배출부채로 인한 유가 인상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에쓰오일은 2018년과 지난해 실제 배출량의 60~70% 수준인 635만톤 수준으로 서류상 배출량을 낮출 수 있었다.
 

[사진=에쓰오일 제공]

동시에 에쓰오일은 1기에는 배출량에 비해 무상할당 받은 탄소배출권 규모가 다소 넉넉했던 덕에 2018년 237만t의 미활용 이월분을 보유할 수 있었다. 정부가 결정한 무상할당량만큼 탄소를 배출하지 않을 경우 이를 이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쓰오일은 2018년과 지난해 서류상으로 줄어든 배출량마저 이 기간 무상할당량을 초과하게 되면서 이월분을 급격히 소모했다. 그 결과 올해는 이월분이 32만톤밖에 남지 않았다.

문제는 올해 무상할당량과 이월분을 합쳐 563만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올해 1~3분기 에쓰오일의 정유 부문 생산실적은 1조7169만 배럴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7085만 배럴보다 오히려 많은 수준이다. 
 

[사진=에쓰오일 제공]

지난 2년 동안 에쓰오일의 서류상 배출량 규모인 635만톤이 올해도 유지된다면 72만톤가량 배출량이 초과된다. 이 초과분은 한국거래소의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스템을 활용해 구매할 수밖에 없다.

최근 한 달 동안 탄소배출권 1톤의 거래 가치가 2만2500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72만톤의 배출권 구매를 위해서 162억원 수준의 자금이 필요하다. 이 자금은 고스란히 탄소배출 부채로 계상된다.

그러나 에쓰오일에서는 아직 다소 여유가 있다는 입장이다. 사전에 배정된 무상할당량 외에도 추가할당량으로 받은 배출권이 남았다는 설명이다. 실제 탄소배출권 거래제에서 무상할당량 이외에도 다음해 추가 배정되는 추가할당량이 존재한다.

추가할당량은 배정받는 기업마다 차이가 있다. 에쓰오일은 올해 6월 전후 지난해분 배출권 추가할당량을 받았으며, 내년에도 올해분 추가할당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아직 외부에 공개할 수는 없으나 올해와 내년 받게 될 추가할당량을 감안하면 올해 탄소배출부채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부터 거래제 3기가 시작되면 탄소배출 부채는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정부에서 무상할당량 규모를 지금의 연평균 556만톤 이하로 줄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코로나19 재확산의 영향으로 사상 최악 수준인 정유사 실적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에쓰오일은 올해 1~3분기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해 누적 1조180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기간 경쟁사도 대부분 적자를 냈기에 에쓰오일과 유사한 상황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탄소배출 관련 비용을 피할 수 있었으나 3기가 시작되면서 부담이 발생할 것 같다"며 "정유업황이 사상 최악인 상황이라 재무 부담이 늘어나는 일이 반갑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사진=에쓰오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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