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R] 수치 2기 경제개혁이 민주주의 관건…"줄어든 외국인 투자 회복시켜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0-12-03 08:39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미얀마 총선이 지난달 초 실시됐다. 이번에 치러진 총선에서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족주의민족동맹(NLD)이 83%에 달하는 의석을 차지했다. 총선에서 선출하는 연방 상하원 의석 467석 가운데 396석을 확보한 것이다. 이는 2015년 총선 때보다 6석이 더 많다. 단독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322석도 크게 넘어섰다. 

반면 군부와 연계된 제1야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은 5년 전 총선 때 획득한 42석보다 9석이 적은 33석을 얻는 데 그쳤다. 다만 2008년 군부가 만든 헌법에 따라 전체 의석의 25%인 166석은 군부에 배정된다. 남은 47석은 군소정당에 돌아갔다. 
 

아웅산 수치 [사진=AP·연합뉴스 ]


문민정부 2기가 들어서면서 미얀마 경제 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 정책이 일관되게 운영될 것으로 보이지만, 동시에 미얀마의 경제·정치적 개혁을 바라 왔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아직 이번 승리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내년 3월 수치 고문은 2기 정부를 구성하게 된다. 수치 고문은 헌법 개정과 소수민족과의 평화 회담 등에서 진전을 보이고 싶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군부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이다. 

군부 영향력을 줄이고 수치 고문과 NLD가 민주주의를 완성하기 위한 영향력을 더 키우기 위해서는 경제 발전이 필수적이다. 경제성장률에서 획기적인 성과를 낸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경제·정치 개혁을 이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더욱 키운 정치적 영향력을 기반으로 빠르게 경제 개혁을 추진할 수도 있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한편으로 수치 정부 1기의 성과에 비춰볼 때 2기에 지나친 기대감을 걸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치 정부 1기 지지부진한 경제 개혁 실망감 

경제가 가장 중요한 열쇠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선에서 경제 이슈는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 NLD는 선거 공약에서 평화, 개헌, 안전 등 세 가지를 강조했다. 경제에 대한 언급은 별로 없었다. 닛케이아시아비즈니스리뷰(NABR)는 "두달간의 선거 유세기간 중 경제에 대한 논의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과 수치 고문 1기의 경제 정책이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줬다"고 지적했다.

NLD 정부 출범 이후 농·어업을 비롯해 섬유, 인프라, 에너지 등의 산업 육성 정책 방향을 발표하기는 했다. 그러나 가시적 성과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미얀마 주재 영국 대사를 지내기도 했던 비키 보우만 미얀마 책임기업 센터(Myanmar Centre for Responsible Business) 이사는 NABR과의 인터뷰에서  NLD가 경제 정책을 빠르게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엄청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6년 7월에 12개의 주요 경제정책으로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금융환경 개선, 외국인직접투자 환경 개선, 인적자원개발 등 기업환경 개선, 국영기업 민영화, 안정적인 국고 및 조세관리 등 정부 혁신안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는 비판도 나왔다.

2018년 새 회사법, 2017년 투자법 시행 등으로 투자환경이 개선됐다는 평가는 나왔다. 다만 이 법들은 군부 세력인 USDP가 장악한 이전 정부에서 이미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정부기구인 미얀마평화안보연구소의 민자우 오 상무는 "개혁이 이어지고는 있지만, NLD 정부 하에서는 유의미한 변화와 발전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보우만 이사는 이번 선거를 통해 NLD가 다수를 차지하는 미얀마 국회는 더 큰 실망을 안겨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NLD가 이끄는 국회는 그동안 경제 발전과 환경·인권 문제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법들이 일관성 없이 처리됐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처럼 일관성 없는 입법 활동이 왜 이뤄졌는 지에 대한 구체적 설명도 없다고 보우만 이사는 비판했다.

민간기업인들도 NLD 정책의 비효율성에 좌절하고 있다고 NABR은 지적했다. 관료주의가 경제 개혁의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파라미 에너지그룹의 파이와 툰 최고경영자(CEO)는 "정부 관리들은 여전히 민간 부문을 미시적으로 관리하기를 원하고 있으며, 이것은 기업의 활동을 어렵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수치 고문이 이끄는 1기 정부 출범 이후 세계은행은 미얀마의 경제성장률을 8.2%로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경제 발전과 민주화에 대한 큰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수치 정권 1기에서 GDP 성장률은 7%에 불과했다. 

미얀마는 2011년 이후 경제가 급속히 개방되고 경제제재도 한 단계씩 완화되면서 외국인 투자가 급증했다. 외국인 투자는 2015년 총선 전인 2014~2015회계연도와 2015~2016회계연도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6년 NLD 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유럽이 경제제재를 완화하면서 경제 성장이 더 탄력을 받는 듯 보였다.

그러나 2017년 미얀마의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 족 대학살 탄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서구와 미얀마의 관계도 악화됐다. 미얀마 정부는 2019~2020회계연도에 외국인 투자 규모를 58억 달러로 예상했으나 코로나 사태로 인해 FDI는 56억 달러를 달성하며 예상치를 밑돌았다. 

◆정치 불안정은 다소 옅어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수치 고문이 이끄는 여당이 2기 집권에 성공했다는 자체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는 이들도 있다. 말레이시아 증권사 메이뱅크 킴 엥의 린다 리우 이코노미스트는 NABR에 "이번 총선에서의 대승은 단기적인 국내 정치의 불안을 다소 줄일 수 있으며, 미얀마에 대한 외국인들의 의구심을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리우 이코노미스트는 "경제 개혁이 제대로 이뤄질 경우 서구 투자자들의 관심이 되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수치 정부는 경제 회복과 개혁안 초안을 짜고 있으며, 이는 외국인 직접투자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포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2기에 들어선 수치 정권은 향후 석달간 새 내각 구성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내각 인사에서 평가 핵심 기준이 되는 것은 1988년 이후 민주화운동에 얼마나 기여했느냐를 비롯해 군부의 탄압으로 얼마나 구금당했는지 여부가 될 수 있다고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NABR은 전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