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中 공략]"한국 기업 잡아라" 옌타이·옌청 불 뿜는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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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타이(산둥성)=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0-12-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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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한·중 산업단지로 오세요"

  • 추가 한국 기업·자본 유치경쟁 치열

  • 산둥성·장쑤성 지원사격도 '화끈'

  • 옌타이, 고른 산업구조 강점 어필

  • 옌청 당서기, 코로나 뚫고 한국행

옌타이 경제기술개발구 홍보관에 전시돼 있는 주요 입주 기업 명단(위)과 옌청 내 최대 기업인 기아차 공장 전경. [사진=이재호 기자]


산둥성 옌타이(煙臺)와 장쑤성 옌청(鹽城)의 한국 기업 유치 경쟁이 불을 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자 열기가 더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성(省) 정부 차원의 지원 사격도 화끈하다. 외자 유치 실적이 지방정부 수뇌부의 고과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자존심 싸움이 치열하다.

미국의 제재와 압박에 시달리는 중국은 한국과의 협력 강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각 도시의 매력을 따져 선택할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옌청의 적극성, 긴장하는 옌타이

2017년 12월 중국 국무원은 옌타이와 옌청, 광둥성 후이저우(惠州) 등 3곳의 한·중 산업단지 설립을 비준했다.

이미 다수의 한국 기업이 입주해 있는 옌타이와 옌청은 이를 계기로 추가적인 기업·자본 유치에 적극 나서는 중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관련 협력업체가 대거 빠져나간 후이저우는 경쟁에서 다소 밀린 모양새다. 최대 280여개에 달했던 후이저우 내 한국 기업 수는 지난 상반기 말 기준 96개로 급감했다.

옌타이와 옌청의 경제력은 각각 성내 2위다. 1위는 칭다오와 쑤저우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옌타이가 7653억 위안, 옌청이 5702억 위안이었다. 인구는 옌청(824만명)이 옌타이(709만명)보다 많다.

두 도시 모두 한국과의 경제 협력을 통해 급성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든 뒤 가장 발 빠르게 한국 기업 잡기에 나선 배경이다.

특히 옌청의 적극성이 돋보인다. 지난 8월 다이위안(戴源) 옌청시 서기는 코로나19를 뚫고 방한해 투자 유치 활동을 벌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올 들어 8회에 걸쳐 전세기를 운영하며 800여명의 한국 기업 주재원과 가족, 교민 등을 데려왔는데, 운항 횟수와 수송 인원 모두 중국 내 최대다.

옌청은 '한국인=신(新)시민' 정책으로 한국인에게 내국인 수준의 공공서비스를 제공한다.

백미는 지난달 개최된 한·중 무역투자박람회다. 우정룽(吳政隆) 장쑤성 성장은 개막식 참석을 위해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5중전회)가 끝나자마자 밤새 기차를 타고 오는 정성을 보였다.

장쑤성 정부의 지원 사격도 눈에 띈다. 옌청이 난퉁(南通) 등 인접 도시와의 경쟁 끝에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유치하는데 성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우친젠(婁勤儉) 장쑤성 서기는 산시성 성장 시절 삼성의 시안 반도체 공장 유치를 주도한 대표적인 지한파다.

옌타이도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옌타이는 2025년까지 20억 달러 이상의 한·중 경제 협력 프로젝트를 100개 유치한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수립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 기업이 한·중 산업단지에 투자한 금액은 129억 달러로 집계됐다.

천페이(陳飛) 옌타이 시장은 네트워크 마케팅(다단계) 기업인 애터미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직접 태스크포스(TF) 팀을 이끌었다.

의료기기 전문기업인 멕아이씨에스의 중국 내 자회사 세종의료기계의 옌타이 첨단기술산업개발구(고신구·高新區) 입주도 비슷한 사례다.

고근석 세종의료기계 총경리는 "지난해 3월 고신구로 옮긴 뒤 9월 판매 허가를 받았다"며 "의료 관련 지식이 부족했던 공무원들이 스스로 공부하며 회사를 도왔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옌청에서 열린 '한·중 무역투자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한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와 우정룽 장쑤성 성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주중 한국대사관 제공]


◆산업구조 옌타이 우세, 옌청 新분야 개척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두산인프라코어, 대우조선해양, 포스코, 현대차, 모비스 등. 옌타이에서 생산라인과 연구개발(R&D)센터 등을 운영 중인 한국 기업들이다.

옌타이는 정보기술(IT)·기계·조선·철강·석유화학 등 다양한 산업이 고르게 발전한 곳이다. 관련 인프라 구축도 잘 돼 있어 중국에 추가 투자를 하거나 처음 진출하는 기업에 유리하다.

바이오·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새로운 산업도 적극 육성 중이다.

애터미 중국법인의 이동기 부총경리는 "옌타이에 건강식품 공장을 짓겠다고 하니 시 정부에서 20만평(약 66만㎡) 규모의 부지를 제공했다"고 귀띔했다.

고근석 총경리는 "3년간 임대료 면제 혜택을 받았다"며 "의료·바이오 산업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반면 옌청은 자동차 제조업 의존도가 높다. 옌청 내 최대 기업도 기아차다.

이에 대해 차오루바오(曹路寶) 옌청 시장은 기자와 만나 "옌청은 장쑤성에서 소비되는 농산품의 25%를 공급하며 해안선이 581㎞에 달해 풍력 발전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에너지·환경·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과 합작을 추진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더 많은 한국 기업과 자본이 옌청으로 향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옌타이와 옌청 두 도시의 경제·지리적 강점을 따진 뒤 입지를 고르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SK그룹의 경우 옌청에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을 설립한 건 전기차 수요를 겨냥한 전략적 선택이다.

옌청 국유기업 웨다(悅達) 그룹은 기아차 1공장을 전기차 생산라인으로 교체해 지난달 말부터 양산에 돌입했다.

이에 반해 SK케미칼은 7000만 달러를 들여 옌타이에 엘라스토머(고무·플라스틱 성질을 모두 가진 합성수지)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건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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