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선별' 수혈엔 공감…재원확보부터 안 풀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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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형 기자
입력 2020-11-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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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대양당, 선별 지급 공감대…재원편성 놓고 ‘갈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극장 관객도 다시 급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3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큰 틀에서 공감대를 이뤘다. 국민의힘이 3차 재난지원금 예산을 본예산에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머뭇거리던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3차 재난지원금의 명칭부터 시작해서 지급시기, 지급방식, 지급대상, 규모, 재원 마련 방식 등 각론에서 이견이 있다. 다음달 2일이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인데, 여야 간 협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 예산안 처리가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좀 더 지켜본 뒤 3차 재난지원금과 관련된 세부 사항을 확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3차 재난지원금 관련 예산 2조원을 이번 본예산에 목적 예비비로 편성해 둔다는 계획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3조6000억원 규모의 3차 재난지원금을 본예산에 포함시켜 피해업종 지원과 위기가구 긴급 생계 지원에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與野, ‘선별’ 지급엔 공감대··· 현재로선 2차 재난지원금 ‘수준’

먼저 지급 방식과 규모를 살펴보면, 거대양당인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입은 업종을 대상으로 한 ‘선별’ 지원과 생계위기가구에 대한 긴급생계지원이라는 큰 틀에서는 이견이 없다. 민주당은 ‘선별’ 지급에 방점을 두고 ‘맞춤형 피해지원금’이라는 용어도 제시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특별히 더 큰 고통을 겪으시는 계층을 지원해야 한다. 재난피해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며 “이 문제를 우리 당이 주도적으로 대처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종배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코로나 3차 대유행으로 코로나 경제 위기의 직격탄을 맞는 택시, 실내체육관, 학원, PC방 등 피해업종 지원과 위기가구 긴급 생계 지원 등을 위해서 3조6000여억원의 재난지원금을 필요한 곳에 적시에 지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당 모두 구체적 지급 내용 등에 대해선 언급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2조~4조원을, 국민의힘은 3조6000억원의 재난지원금 편성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1차 재난지원금 14조3000억원, 2차 재난지원금 7조8000억원에 비하면 상당히 축소된 규모다. 1차 재난지원금의 경우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전 국민에게 보편 지급됐고, 2차 재난지원금은 ‘재난구조’를 목적으로 피해업종과 생계위기 가구, 긴급돌봄 지원 등에 선별 지급됐다.

3차 재난지원금의 목적은 2차 재난지원금과 유사하다. 2차 재난지원금과 비교해 본다면 지급 내용을 미뤄 짐작해볼 수 있다. 민주당은 2조~4조원이라는 전체 규모만 계획해두고 있다. 겨울철 코로나19의 3차 재확산으로 인해 피해 규모를 추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향후 피해 상황을 살핀 뒤 구체적인 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지급 대상이나 범위는) 아직 나올 수가 없다. 피해지원 대상이 정확히 잡히지 않는다”며 “현 시점에선 산출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의 경우 피해업종지원 3조2000억여원, 위기가구 지원 3500억원을 계획 중이다.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소상공인 긴급 피해지원 명목으로 3조2000억원이 편성됐는데, 지급 규모로 볼 때 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소상공인 1인당 100만~250만원씩 291만명에게 지원했다. 생계위기가구 지원의 경우 중위소득 75% 이하 가구에 가구원 수에 따라 40만~100만원씩 지급하는 등 총 3500억원이 소요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중위소득 75% 이하 가구라는 기준을 충족한다면 같은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재원 확보 방식 이견 “국채 발행” vs “K뉴딜 예산 삭감”

여야 간 이견이 가장 큰 부분은 재원 확보 방식이다. 민주당은 순증(국채 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변 중이지만, 국민의힘은 K뉴딜(한국판 뉴딜) 예산 21조원을 삭감해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먼저 목적 예비비 약 2조원을 편성해 둔 뒤 향후 상황을 살펴 3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는 입장이다. 피해 상황이 심각하다면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도 고려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를 위한 재원 마련은 국채 발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박홍근 의원은 지난 27일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에서 “이번 본예산에 맞춤형피해지원금(재난지원금)까지 반영하자고 해서, 어느 때보다 감액도 증액도 더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결국 맞춤형피해지원금 재원은 그 전체 또는 대부분을 순증(국채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K뉴딜 예산을 삭감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예결위 국민의힘 간사인 추경호 의원은 한 라디오방송에서 “이번 예산 심사를 하면서 굉장히 불요불급한 예산, 유사 중복 예산이 상당수 나오고 있다. 이런 부분을 상당히 줄여야 한다”며 “특히 한국판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21조원이 편성돼 있는데 과거부터 해 오고 실효성이 없는 사업들이 재탕으로 와 있는 사업도 많다”고 지적했다. 내년 본예산이 556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1%만 순감해도 5조5000억원의 재원이 마련된다는 설명이다.

◆이재명 “1인당 30만원씩”··· 유승민 “소득하위 50% 계단식 지급”

3차 재난지원금이 민감한 이슈이다 보니 정책 어젠다를 선점하려는 대선 주자들과 소수정당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소속 이재명 경기지사는 전 국민에게 1인당 20만~30만원씩 지급하는 방식의 보편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3개월 시한의 소멸성 ‘지역화폐’로 이를 지급, 피해 지원과 경제활성화라는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자고 주장했다. 28일 이를 호소하는 서신을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선별’, ‘계단식’ 지급을 주장했다. 소득하위 50% 가구를 대상으로 150만~50만원씩 지급하자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더 어려운 국민을 더 도와주자”는 입장으로, 지난 2차 재난지원금 때처럼 특정 업종에만 지원하게 되면 지원의 사각지대가 커진다고 보고 있다. 그는 7조원가량의 소요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K뉴딜 등 전시성 예산을 과감히 삭제해야 한다고 했다.

정의당은 보다 과감한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은미 원내대표는 거대양당을 향해 “전향적 사고”를 촉구하면서 3차 재난지원금 21조원 편성을 요구했다. 먼저 전 국민에게 30만원씩 지원(15조6000억원)하고 567만명에 달하는 모든 자영업자에게 월 평균 임대료의 절반 수준인 100만원을 지원하자고 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전 국민에게 분기별로 1인당 40만원씩 1년에 네 차례 160만원을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하자고 했다. 소요 예산은 82조원 정도로 추산했다.

◆기획재정부, 불만 속 ‘침묵’··· 재정건전성 ‘악화’ 경고

정치권의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침묵’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에둘러 내비치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26일 홍 부총리 주재 회의 뒤 브리핑에서 “3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논의는 없었고, 국회의 상황을 봐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예산안 처리가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큰 폭의 감액이나 증액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예결특위 여당 간사인 박 의원은 “야당은 순증 편성에 부정적이고 정부는 큰 폭의 감액이 어렵다고 한다”며 “여당 간사로서 그 간극을 어떻게 좁힐지 고민이 매우 크다”고 했다.

재정건전성도 문제다. 정부가 4차 추경 당시 밝혔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3.9% 수준(846조9000억원)이다. 내년도 예산 편성을 위해 적자국채를 90조원 가까이 발행, 내년엔 이 수치가 900조원이 넘어서는 47%까지 오른다. 작년(38.1%) 대비 5.8% 포인트 상승한 수치로, 올해의 상승폭은 작년의 2.6배에 이른다. 9월까지 관리재정수지는 108조400억원, 통합재정수지는 80조5000억원으로 같은 달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주요국에 비하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투입이 높은 수준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 4차 추경 당시 제출한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2.3%, 일본이 11.3%, 영국이 6.2%, 독일이 9.4% 등의 재정정책을 실시했다. 한국은 GDP 대비 3.9% 수준으로 주요국에 비해선 낮다. 다만 기축통화를 보유한 국가들과의 단순 비교는 어려운 만큼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은 효과 등을 면밀히 살펴 지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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