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친구들 가발 만드는데 써주세요”...2년간 머리 기른 박대영 군의 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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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0-11-26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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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님 반대에도 초등학교 1학년부터 머리카락 길러 기부

  • “소아암 친구들이 모두 완치되면 좋겠어요”

[박대영 군이 소아암 친구들을 위해 2년간 기른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다. 박 군은 30cm에 달하는 머리카락을 '어머나운동본부’에 기부했다.(사진=제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대한민국이 팍팍해지고 있다. 어렵게 잡힌 송년회 약속은 하나둘 취소되고, 지인들의 안부도 전화로 묻는 분위기다. 사람들이 문 밖을 나서지 않으니 영세 자영업자들은 문을 닫는다. 휴업이 아닌 폐업을 선택하는 가게가 늘고, 1층 상가에는 ‘임대’ 광고가 붙는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염병과의 싸움이다. 모두가 지쳐가는 와중에 서울방일초등학교 3학년 박대영 군의 선행이 훈훈함을 전하고 있다. 

박 군은 소아암에 걸린 친구들을 생각해 2년 전부터 머리카락을 길렀다. ‘착한 가발’을 만들어 어린 암 환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어머나운동본부’에 기부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기른 머리카락 길이는 30cm.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기에 오랜 시간 불편을 감수했고, 마침내 ‘시간의 기부금’을 전달할 수 있었다. 

박 군은 “텔레비전에서 소아암 친구들을 봤는데, 머리카락을 길러서 기부하면 가발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수십 명의 머리카락이 모여야 가발 하나를 만들 수 있다고 해서 저도 기부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라고 결심의 계기를 설명했다.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가 머리카락을 길러 기부하겠다고 하자 어른들은 모두 반대했다. 친구들의 놀림과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화장실이나 목욕탕을 갈 때도 오해받기 쉬웠다. 더군다나, 하루 이틀이 아닌 긴 시간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걱정이 앞섰다.

오히려 박 군은 담담했다.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지 않았냐고 묻자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주변의 오해 섞인 시선을 부담스러워하기 보다 스스로 머리카락을 기르는 것에 즐거움을 느꼈다.

그는 “친구들이 처음에는 머리카락을 기르는 이유를 궁금해 했는데, 이제는 다 알아요”라며 “나중에 또 머리카락을 길러서 아픈 친구들에게 한 번 더 기부할 생각이에요”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이어 "제 머리카락을 받아서 소아암 친구들이 완치되고, 모두가 잘 살면 좋겠어요"라며 "아프리카에도 아픈 친구들이 많은데, 더 많은 사람들이 머리카락을 길러 기부하는데 함께 하면 좋을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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