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물 산업 스타트업, 세계 향한 발길 뻗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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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 기자
입력 2020-11-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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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성창 지식재산과 혁신생태계 연구소 대표

정성창 지식재산과 혁신생태계 연구소 대표 [사진=아주경제 자료실]



물 관련 속담은 우리 삶 속에 일상적으로 배어 있다. ‘물 만난 고기’는 자신을 알아주는 누군가를 만났을 때 쓰는 말이다. 그 반대로 ‘고기는 물의 고마움을 모른다’라는 속담도 있다. 고기가 물의 고마움을 모르듯이, 사람도 늘 마시는 물의 고마움을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물에 관한 한 후자의 속담 유형에 속했다. 적어도 올해 3월까지는 그랬다.

경제협력개발국가(OECD)는 지난 3월 초 '물 관련 기술혁신의 동향, 특허에서 얻는 통찰력'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민 다수가 믿기 어려워할지 모르지만,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물 산업의 특허는 세계 2위이다. 미국이 1위이고, 3위가 독일이다. 중국과 일본이 뒤를 잇고 있다. 필자는 지식재산 분야에서 평생을 종사한 사람이라 여러 기술 분야의 국제통계를 보지만 '세계 2위'라는 수치는 좀처럼 보기 드문 수치이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 물 산업 기술력이 대단한 것인데, 그간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후 물과 관련한 스타트업 뉴스를 눈여겨보고, 한국수자원공사가 개최하는 세미나 등에 참석하면서 물에 관한 관심을 키웠다.

지난 9월에는 환경부와 수공이 개최하는 '제1회 대한민국 물 산업 혁신 창업 대전'의 국민평가단 모집이 있었다. 국민평가단은 물 산업 혁신 창업대전이 여느 공모전과는 다른 독특한 점이다. 기술 등을 심사하는 전문심사위원과는 별도로 국민평가단을 둔 것이다. 국민평가단을 두는 이유는 물 산업이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국민의 의견을 폭넓게 반영하기 위해서다. 필자는 특허라는 조그만 창문을 통해 물 산업을 보는 한 사람으로 ‘물 만난 고기’가 된 듯 평가단에 응모해 오늘에 이르게 됐다. 

물 산업 혁신 창업 대전은 안전한 물, 깨끗한 물, 즐거운 물 등 5개 분야에서 스타트업을 모집했다. 5개 분야 중 필자의 눈길을 끈 분야는 깨끗한 물 분야였다. 깨끗한 물 분야는 수질 개선을 위한 물관리 아이디어 또는 기술로 구성돼 있다. 글로벌 물 시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진입하면서, 정보통신 기술의 융합을 통한 지능화 산업이 가속화되고 있다. 글로벌 워터 조사기관인 영국의 GWI(Global Water Intelligence)에 따르면, 전 세계 물 산업은 2020년 연간 약 940조원 규모이며, 매년 4.2%의 가파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공모전 응모자 중에는 깨끗한 물 분야에서 혁신적 아이디어로 도전장을 내민 스타트업이 몇 곳 있었다. 이들 스타트업은 대체로 AI(인공지능), 드론, 빅데이터 등을 활용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었다. 이들 기업 중 단 한 곳만 성공하더라도 세계적인 스타트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혁신적인 물 기술과 서비스는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도 유망한 기술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세 가지를 제안해 본다.

첫째, 모든 창업 공모전에서 공통적인 사항이지만 물 산업 창업 공모전에서는 특히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기를 바란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는 지속 가능한 국가 발전을 위해 물 산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물 산업의 파괴적 혁신을 위해서 AI,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기술과의 융합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창조적 파괴’라는 개념을 제시한 슘페터는 ‘서로 다른 영역의 기술, 재료, 서비스 등이 만나 새로운 조합’이 탄생될 때 창조적 파괴가 일어난다고 했다.

셋째는 두 번째와 관련된 사항으로, 물 산업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대전이라는 지리적 이점과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줬으면 한다. 대전에는 전국 물 산업의 사령탑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있다. 그리고 AI 등 기술연구의 총 본산인 연구단지도 대전에 있다. 또 최근 대전광역시는 혁신도시를 표방하면서 AI,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도시 건설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사실을 종합해 보면, 물 산업에 필요한 기술공급자와 수요자가 모두 대전에 있다는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 대전시, 그리고 연구단지가 긴밀히 협력해 지역 혁신의 새로운 모범 사례를 만들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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