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존치' 형법 개정안, 오늘 국무회의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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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20-11-2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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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세균 총리, 24일 58회 국무회의 주재

  • 임신 14주 이내 낙태 허용 개정안 통과

  • "시대적 후퇴 법안" 비판 나오며 논란

  • 종교계선 "생명 경시 법제화" 반기도

정세균 국무총리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개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임신 14주 이내의 낙태 행위를 허용하고 임신 15~24주까지는 조건부로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이 24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58회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형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법률안 22건과 전파법 시행령 일부개정안 등 대통령령 25건, 일반안 4건 등을 심의·의결했다.

정부는 이번 형법 개정안을 통해 낙태 허용 요건 조항을 신설했다. 우선 임신 후 14주 이내에는 여성이 자기 결정에 따라 의사에게 의학적 방법으로 낙태하면 일정한 사유나 상담 등의 조건이 없어도 처벌하지 않도록 했다.

임신 15∼24주 이내에는 성범죄에 따른 임신이나 근친 간 임신, 임부의 건강, 사회적·경제적 이유 등을 고려해 낙태를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사회·경제적 사유일 때는 임신 여성이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상담을 받고 24시간 숙려기간을 갖도록 했다. 상담과 숙려기간만 거치면 임신 24주까지는 사실상 낙태를 전면 허용하는 셈이다.

이번 형법 개정은 임신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라는 헌법재판소의 주문에 따른 조치다.

앞서 헌재는 지난해 4월 11일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낙태 허용 기간으로 임신 14주를 제안했다. 그러면서 올해 안에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헌재는 당시 판결에서 "임신한 여성이 임신을 유지 또는 종결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사회관을 바탕으로 깊은 고민을 한 결과를 반영하는 전인적 결정"이라며 낙태 처벌 조항이 담긴 형법 제269조(자기낙태죄)·제270조(동의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현행 형법 269조와 270조는 각각 낙태한 여성에게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낙태를 도운 의사 등에게 징역 2년 이하를 선고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원안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시대적으로 후퇴한 법안"이라며 낙태죄를 완전히 폐지해야 하는 목소리와 과도하게 낙태를 허용한다는 반대 목소리가 충돌하고 있는 탓이다.

여성계에서는 임신 기간에 관계없이 낙태를 허용,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낙태죄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낙태죄를 완전히 폐지하는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최근 정부의 형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한 여성계 인사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갈수록 점입가경, 유구무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종교계에서는 "무분별한 낙태 합법화는 생명 경시를 법제화한다"며 정부 개정안에 반기를 들고 있다.
 

대학생 연합 페미니즘 동아리 '모두의 페미니즘' 소속 '낙태죄는 역사속으로 TF팀' 주최로 지난 15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낙태죄 전면 폐지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팻말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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