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진 재계] 베일에 싸인 오너 옛말...‘소통 경영’ 효과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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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0-11-24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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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태원 SK 회장 필두로 정의선 현대차 회장도 격의 없이 ‘임직원과 소통’

  • 이재용 삼성 부회장, 현장경영 대화...구광모 LG 회장 “회장 아닌 대표로 불러달라”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 총수가 40~50대로 한층 젊어졌다. 이제 더는 베일에 싸인 오너는 찾아보기 힘든 시대가 도래했다.”

한 재계 관계자의 말처럼 국내 주요 그룹사의 세대교체가 빨라지면서 새로운 리더십으로 ‘소통 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 1·2세대 재계 오너들은 흔히 ‘은둔의 경영자’를 지향하며 강력한 카리스마를 뽐냈다면 3·4세대 오너들은 대중과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심지어 개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가입해 자신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유튜브에도 직접 출연해 개인기(?)를 선보이기도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맏형 격이지만 소통만큼은 밀레니얼 세대를 뺨칠 정도로 의욕적이다.

최 회장은 지난 7월 사내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소위 ‘라면 먹방’을 선보여 구성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룹 최대 행사 ‘SK 이천포럼’ 홍보와 동시에 SK그룹이 줄곧 강조해온 사회적 가치(SV, Social Value), 그중에서도 환경적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최 회장은 양은냄비에 라면을 직접 끊인 뒤 국물까지 마셨고 이후 “환경을 생각한다면 음식물을 남기지 말자”는 자막으로 할 말을 대신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7월 사내 유튜브 방송을 통해 '라면 먹방'을 선보이며 그룹 최대행사 'SK 이천포럼'을 홍보했다. [사진=SK 사내방송 화면 캡처]


최 회장은 구성원들과 소통하기를 즐긴다. 지난해 100회에 걸쳐 구성원들과 ‘행복 토크’를 진행했고, 직원들과 광화문 일대에서 ‘번개 회식’을 하기도 했다. 지난 2월에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SK그룹 서린동 사옥 인근 상권 활성화를 위해 직원들의 회식 장소 7곳을 돌기도 했다. 최 회장은 개인 건강관리에 주의하라고 당부하며 직원들의 식사비를 대신 계산했고 식당 주인들에게는 응원 메시지도 전했다.

지난 10월 취임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소탈한 성격으로 적극적인 소통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미 지난 2017년 코나 출시 행사에서 흰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신차를 직접 소개해 주목을 받았다.

작년에는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직원 1200여명과 타운홀 미팅을 열고 즉석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미팅 직후에는 직원들과 격의 없이 셀카도 찍었다.

정 회장은 최 회장보다 앞서 사내 방송에 출연한 바 있다. 작년 2월 넥쏘 자율주행차를 타고 직접 시범 운전을 해본 것. 이 영상은 ‘현대·기아차 신임과장 및 책임연구원 세미나’에 축하 메시지로 보내졌는데, 해당 영상에서 그는 “이런 좋은 차 누가 만들었나요?”라며 능청스러운 유머도 선보였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에 입사 초기에도 직원들과 격의 없이 대화했고 함께 산행을 하거나 회식 자리에도 참석해 소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신임 회장이 작년 10월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을 마친 후 임직원들과 함께 셀카를 찍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현장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들어 국내외 자사 사업장을 수차례 방문했다. 지난 1월 브라질을 시작으로 3월 구미, 6월 수원 사업장을 잇달아 찾았고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지난달에는 베트남까지 다녀왔다.

이 부회장은 바쁜 일정상 평소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직원들도 처음에는 낯설어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소통한다. 이 부회장이 배식을 위해 식판을 들고 줄을 서 있거나, 직원들이 이 부회장과 찍은 셀카 등이 SNS상에 공유되는 것은 더는 놀라운 일이 아니게 됐다.

4대 그룹 총수 중 나이로는 막내 격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호칭 변화를 통해 임직원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지향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직원들이 자신을 ‘회장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부담스러워, 그냥 ‘대표’로 불러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 총수들의 세대교체가 본격화하면서 더는 임직원 위에 군림하는 경영자가 아닌 수평적 위치에서 임직원들과 소통하는 경영자가 주목받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그룹이 지향하는 혁신의 메시지가 한층 빨리 공유되는 한편 대내외적으로 총수의 이미지 개선에도 효과가 크다”고 분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지난 10월 20~21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있는 삼성전자 복합단지를 찾아 스마트폰 생산공장 등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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