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임대주택 위기] "대금 체불·적자난·빚더미…" 단커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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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0-11-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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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산설'에···수백명 본사 몰려와 '돈 내놓으라' 시위

  • 장기 임대주택 사업 활성화에 각광···뉴욕증시 상장도

  • 코로나19 직격탄···'쭈진다이' 금융 리스크 불거져

  • '죽이기'보단 '살리기'로 가닥···인수자 모색 중

“뉴욕증시 상장사라 더 신뢰했는데…… 단커 같은 기업이 무너지면 대도시에서 도대체 뭘 믿고 살아야 하나요?”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대형 장기임대 주택 사업자 단커를 통해 16㎡짜리 집을 빌려 월세로 살고 있는 샤오징이가 지난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분노를 터뜨렸다. 

그는 최근 집주인이 단커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했다며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다고 했다. 샤오 씨는 이미 은행서 대출을 받아 1년치 집세를 한꺼번에 냈는데, 살고있던 집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된 것이다. 

◆ '파산설'에···수백명 본사 몰려와 '돈 내놓으라' 항의

지난 18일 베이징 단커 본사 앞에 항의하러 몰려든 사람들. [사진=중국 재경망]

샤오는 지난 19일 중국 대형 장기임대 주택 사업자 단커의 베이징 본사로 몰려와 항의를 하러 온 수 백명 중의 한명일 뿐이다.

여기엔 단커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한 집주인, 집에서 쫓겨난 세입자, 대금을 받지 못한 공사업체들, 청소부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있다.

하지만 이곳에 찾아와 요구하는 건 모두 같다. 돈이다. 최근 시장에 단커 파산설이 돌면서 돈을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한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다.

물론 단커 측은 파산설을 부인했지만 자금난에 직면했다는 사실은 시인했다.

​◆ 장기 임대주택 사업 활성화에 각광···뉴욕증시 상장도
 

올해 1월 단커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사진=웨이보]


단커는 한때 중국 장기 임대주택 사업이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모델로 떠오르며 각광받은 기업이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7년 말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장기 임대주택 제도를 활성화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장기 임대주택 사업자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이들은 대부분 집주인으로부터 임대 수익을 보장한다는 조건으로 위탁받은 빈집을 새롭게 개조해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세를 줬다. 

2015년 1월에 설립된 단커도 장기 임대주택 시장 활성화 속 고공행진했다.  지난해 말까지 전국 13개 도시에서 확보한 주택 물량만 43만8300채다. 2016~2018년 연평균 증가율만 360%에 달했다.

투자자도 몰려들었다. 2019년 10월까지 약 5년간 단커는 6차례에 걸쳐 10억 달러 자금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올해 1월 17일엔 뉴욕증권거래소에도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중국에서는 칭커궁위(青客公寓)에 이어 두 번째로 증시에 상장한 장기 임대주택 사업자였다. 

​◆ 코로나19 직격탄···'쭈진다이' 금융 리스크 불거져

[사진=단커]


하지만 올초 발발한 코로나19가 직격탄이 됐다. 당장 '쭈진다이(租金貸, 임대대출)'로 인한 금융 리스크가 터졌다. 

쭈진다이는 세입자가 장기임대주택 사업자를 통해 은행과 대출 계약을 맺고 보통 1년치 집세를 미리 내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나서 세입자는 매달 대출금을 갚아나가면 된다. 특히 쭈진다이를 이용하는 세입자는 집세도 할인받았다. 대출 이자도 단커에서 부담했다.

장기 임대주택 사업자도 집주인에게 매달 지불해야 할 1년치 집세를 미리 받아서 그 돈으로 주택 물량을 확보하고 개조하는 등 사업 확장에 사용할 수 있었다. 쭈진다이는 사실상 일종의 레버리지였던 셈이다. 쭈진다이는 이미 장기 임대주택 시장에 보편화 된 관행이었다. 

통계에 따르면 2017~2019년 단커를 통해 집을 구한 세입자 중 쭈진다이를 이용한 비중은 각각 91.3%, 75.8%, 65.9%에 달했다.

쭈진다이는 장기 임대주택 사업이 성장세에 있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자금이 바닥 나면 새로운 세입자의 쭈진다이 대출금으로 돌려막기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장기 임대주택 사업 성장세에 제동이 걸리면서 문제가 터졌다. 

올 1분기 코로나19로 단커 임대주택 입주율은 지난해 76.7%에서 75.6%로 낮아졌다. 사실상 단커가 확보한 주택 물량의 4분의 1이 공실이라는 얘기다.  매출은 줄었는데, 집주인에게 집세는 지불해야 하고, 신규 세입자를 찾지 못해 자금난에 부딪혔다. 

결국 쭈진다이라는 빚 폭탄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지난 1분기 단커 자산부채율은 무려 97%에 육박했다. 

​◆'죽이기'보단 '살리기'로 가닥···인수자 모색 중

적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17년까지만 해도 2억 위안에 불과했던 적자는 지난해 35억 위안까지 14배 넘게 불어났다. 게다가 코로나19 직격탄으로 올해 1분기 적자액만 12억3000만 위안이었다. 분기별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단커는 아직까지 반기 보고서도 발표하지 못했다.

최근 중국 내에선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단커 경영난이 단기간내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직원들은 이탈하고, 각종 계약 분쟁 사건은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지난 6월엔 단커 창업주인 가오징(高靖)이 개인 투자 문제로 정부 조사를 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다만 중국 당국은 단커가 파산하도록 내버려두기보다는 살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시 주택건설위원회는 이미 관련 팀을 꾸려 단커 자금난 처리 방안을 모색 중이다.

단커를 인수할 새로운 주인도 모색하고 있다. 최근 중국 대형 부동산중개체인인 워아이워자가 단커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돌자 뉴욕증시에서 단커 주가가 17, 18일 이틀에 걸쳐 160% 넘게 폭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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