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창간기획-K-WAVE가 온다-전문가 진단] 정부는 뒤, 민간이 앞에서 뛰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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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임애신·박성준·최다현 기자
입력 2020-11-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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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잠재력 일깨운 코로나, 민간에서 기회 찾아야 조언 이어져

(사진 왼쪽부터)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지식경제연구부장·권오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사진=아주경제 자료실]



"위기는 곧 기회입니다. 다만, 국민과 시장 즉 민간이 기회를 열어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국가가 어려울 때 일으켜 세우는 힘은 국민에게서 나왔다. 정부가 주도하기보다는 국민, 즉 시장이 움직였다. 코로나19에 정부의 방역 시스템을 극찬하나, 그 안에는 배려와 희생을 우선시하는 의료인과 국민의 동참이 빛을 발했다. 다만, 이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에만 목표를 두지 말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경쟁력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 경제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특히, 민간 스스로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해나갈 수 있도록 길을 여는 조력자 역할만 정부가 해줘도 부족하지 않다는 조언이 이어진다. 본지가 기획한 '창간기획 K-WAVE가 온다' 연재를 통해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해나갈 수 있는 잠재력이 민간에 있다는 점을 경제 전문가들 역시 공감했다.
 
'K-브랜드' 담을 큰 그릇 절실

김흥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K-WAVE 라는 부분이 그동안 있었던 문화적인 부분보다는 광의로 표현된 상징이 될 수 있다"며 "대한민국의 저력을 내놓을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아 세계에 한국의 브랜드를 알리는 데 좀더 고민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영국의 예를 들었다. 그는 1990년대 영국이 국가를 세일즈할 때 내세운 '쿨 브리타니아(Cool Britannia)'를 언급했다. 김 원장은 "당시 영국은 쿨이라는 개념에 개방적이고 대외 경쟁력이 있고 오픈돼 있으며 하이테크까지 서비스할 수 있다는 점을 녹여 넣으면서 그동안 활력을 잃은 국가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K-WAVE'라는 개념도 좋으나 한국을 모두 포함할 형용사가 없어 한국의 비전을 담을 만한 제대로 된 슬로건이 필요하다"면서도 "그렇다고 말만 가지고 성과를 낼 수 없는 만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안을 만드는 데 대한민국 구성원 모두가 힘을 보태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동안 '다이내믹 코리아'와 같은 슬로건도 있었으나 이제는 진부할뿐더러 현재 우리나라의 발전된 상황을 녹이기엔 부족하다는 게 김 원장의 생각이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극단의 시기로, 이념도 극단일뿐더러 빈부 차이는 더 커지며 생각도 창끝으로 부딪친다"며 "이런 때 국가를 모두 담아낼 그릇을 만드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나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힘을 실어주면 못할 것도 없다"고 격려했다.
 
"K-WAVE 유지할 체력 만들어야"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아시아 쪽에서 1차적으로 문화 웨이브 탄 사례가 중국, 홍콩이고 2차가 일본 J-웨이브, 3차가 한류다"라며 "홍콩은 누아르 장르가 한창 유행하고 제키찬 등이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며 중국, 홍콩 등 대륙 문화가 알려진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는 "일본은 1980년대에 고도성장으로 접어들면서 경제 강국으로 부상, 일본은 어떤 나라인지 관심이 높아지며 문화가 유입됐다"며 "이 과정에서 플라자합의가 있어서 엔화를 3배 이상 절상하는 결과를 낳았고 기업들이 남는 돈을 활용해 미국, 유럽에 엄청나게 투자를 하고 '재팬 해즈 넘버원'이라는 책이 나오며 일본 문화가 각 세계로 퍼져 나가면서 브랜드 체력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의 경제 버블이 붕괴되면서 J-웨이브도 약해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부형 이사는 "K-WAVE를 이어가려면 우선 한국 경제가 기반이 돼야 하고 기업이 잘 돼야 하며 다른 종류의 문화콘텐츠가 다같이 잘 되는 등 삼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본의 전례를 뒤따라가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 이사는 "사실 2000년대 들어서 삼성, 현대 등 브랜드 영향을 받아가면서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퍼져나가는 계기가 됐다"며 "그와 같은 경제적인 기반이 받쳐주면서 이제 K-WAVE가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국가 브랜드 가치가 떨어진 것은 경제적 기반이 흔들렸기 때문이고 이는 버블 붕괴로 인해 일본 기업들이 투자 활력을 잃었기 때문"이라며 "기업과 경영, 이 부분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지 않으면 브랜드를 키울 수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일본이나 중국은 영화 중심으로 갔는데, 그 이외의 것은 없다"며 "이와 달리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부자, 열강이 즐겨하는 스포츠가 유명세를 탔었고 문화적인 요소로 음식 중에 김치, 비빔밥, 불고기, 갈비탕 등이 알려졌으나 세계 정상까지는 가지 못했다. 다양성을 어떻게 유지하고 경쟁력을 갖춰나갈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콘텐츠로 승부낼 수 있는 길 찾아야"

권오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 19 이후에 산업지형이 많이 변했고 우리나라는 K 방역의 호평으로 K브랜드의 프리미엄이 붙기도 했다"며 "한국이 산업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이러한 프리미엄을 이어가려면 현재 우리가 잘하는 것 중심으로 유망 품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권 연구위원은 "비대면과 비이오헬스 분야가 코로나 이후 특히 주목됐는데 우리나라가 가진 온라인 언택트 인프라를 앞으로도 잘 활용해야 한다"며 "코로나 시대에서는 더욱 경쟁력을 보일 수 있는 요소이며 언택트 환경의 운영과정에서 쌓인 노하우들도 향후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방역이나 진단키트와 같이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인 부분은 계속 지켜나갈 필요성이 있다"며 "제약의 생산성과 빠른 유통망도 한국이 가진 큰 경쟁력 중 하나"라고 말했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콘텐츠의 유통과 소비 방식이 완전히 바뀐 것은 한국의 콘텐츠를 해외에 유통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점"이라며 "굳이 할리우드 스타일 등 박스 오피스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소재와 제작 방식을 따라가려고 하지 말고 한국적인 가치를 담는 내용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지금 한류 콘텐츠는 동남아에서의 인기를 넘어 글로벌 차원에서 마케팅할 기회를 얻었는데, 내용적인 규제가 엄격한 중동 등에서도 통할 수 있는 소재를 발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K팝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글로컬리제이션'을 해야 생명력도 오래가고 경쟁력도 길어진다"고 덧붙였다.
 
"민간이 나설 수 있게 길 터줘야"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시점에서 보기에 중요한 것은 한류 등 대부분이 정부 주도로 이뤄졌다기보다는 민간 주도로 이뤄졌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성 교수는 "정부가 이러한 성과에 대해 주도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민간이 다양하게 국제적으로 뻗어 나가는 데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듣고 해결해주는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지식경제연구부장은 "그동안 한국이라는 브랜드가 ICT(정보통신기술) 중심으로만 돼 있었고 바이오나 문화 부문에서는 강하지 않았다"며 "이번 코로나 이후 K방역은 한국 브랜드에 영향을 줬고 BTS(방탄소년단)는 문화적으로 한국의 입지를 세워놨다"고 강조했다.

구 부장은 "이런 가운데 기술적으로만 보면,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뉴딜이나 그린뉴딜이 이런 모멘텀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대신 정부가 특정 사업을 선정해서 가기보다는 시장에서 유력하게 등장하는 산업을 밀어주는 역할을 중점적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흥종 원장도 "민간에서 창의적인 일을 하는 데 정부가 나서서 하는 것은 부족함이 많다"며 "그 부분에서 정부가 가진 아이디어는 민간보다 적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최근 '범 내려온다'라는 콘텐츠를 한국 관광 홍보로 활용한 사례는 정부가 잘 차용한 것"이라며 "국민과 민간이 좋은 아이디어를 해외로 나가 성공할 수 있도록 뒤에서 정부가 지원해주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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