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광군제 리뷰]"쌍순환 첨병" vs "양극화 심화"

베이징=이재호 특파원입력 : 2020-11-17 06:00
중국 소비자 구매력 재확인, 쌍순환 탄력 수출길 막힌 기업 내수공략 기회 제공 광군제 참여 문턱 높아, 대형사만 유리 알리바바 등 폭리, 중소 업체는 한숨만

지난 10일 광둥성 광저우의 우정그룹 항공화물 처리센터에 택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사진=신화통신]


올해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光棍節)가 또다시 성황을 이뤘다.

매년 11월 11일 열려 쐉스이(雙十一)라고도 불리는 광군제 행사를 최초로 기획한 알리바바는 올해 4982억 위안(약 84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85% 이상 급증한 금액이다. 업계 2위 징둥도 2715억 위안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매출(2044억 위안)을 크게 웃도는 호성적이다.

미·중 갈등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 악재에 직면한 중국은 내수 중심으로 경제 성장을 도모하는 '쌍순환(雙循環)' 전략을 채택했다.

이번 광군제를 통해 중국 소비자들의 막강한 구매력을 재확인한 만큼 자신감을 갖게 됐다.

다만 나이키와 화웨이 등 국내외 대형 브랜드는 막대한 수익을 챙기는 반면 중소 상공인들은 갈수록 소외되는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쌍순환 전략의 첨병이냐, 양극화 심화의 주범이냐. 광군제를 바라보는 두 가지 상반된 시각이다.

◆'경영난' 수출 中企 활로 될까

올해 광군제 행사는 지난 1~3일과 11일 당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애플과 나이키 등 글로벌 브랜드와 화웨이·메이디·하이얼 등 대형 로컬 브랜드들은 10억 위안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8억명 이상의 소비자가 참여하며 세계 최대 규모의 쇼핑 시즌 지위를 공고히 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소비자들이 광군제에서 큰 소비를 하면서 중국 경제가 코로나19 속에서도 강력한 회복세를 과시했다"고 자평했다.

이번 광군제에는 8만개가 넘는 브랜드가 참여했고, 500만개 이상의 중소기업이 납품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코로나19까지 덮치면서 수출길이 막힌 소상공인들에게 활로를 제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신문주간은 "중국 경제의 모세혈관을 이루는 중소기업이 코로나19로 곤경에 빠졌다가 전자상거래를 통한 자구책을 모색 중"이라며 "이번 광군제는 중소기업이 기사회생하는 주요 전쟁터가 됐다"고 보도했다.

저장성 이우에서 일용품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팡하오(方昊) 사장은 "수출과 오프라인 판매에 주력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광군제에 참여했다"며 "3일 만에 100만개 이상의 제품을 팔아 치웠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 상반기에는 구매 계약이 줄고 코로나19로 생산까지 중단되면서 1000만 위안이 넘는 손실을 봤다"며 "아직도 어려움이 있지만 희망이 보인다는게 너무 기쁘다"고 덧붙였다.

천돤(陳端) 중앙재경대 디지털경제융합혁신발전센터 주임은 "대외 무역을 주도해 온 중소기업들이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다"며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전통 제조업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형 전자제품 제조사인 모페이는 원청업체가 경영난을 겪으면서 판로를 잃었다가 광군제 참여로 마지막 도전에 나섰다.

모페이가 혼밥을 즐기는 1인 가구 소비자들을 겨냥해 내놓은 전기솥과 과일 착즙기, 계란프라이와 토스트를 함께 조리할 수 있는 제품 등은 이번 광군제에서 소위 대박을 쳤다.

중국 상무부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쌍순환 전략 추진으로 수출 업체의 내수 시장 공략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 왕훙이 실시간 방송을 통해 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소상공인에 너무 높은 문턱

하지만 모페이의 사례는 굉장히 이례적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알리바바나 징둥 등 전자상거래 공룡들의 선택을 받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광군제 참여 업체를 선정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기준은 브랜드 인지도와 판매량이다.

알리바바는 빅데이터 자료를 분석해 어떤 브랜드의 어떤 제품이 얼마나 팔릴지까지 예측한다.

마케팅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중소 브랜드에는 넘을 수 없는 진입 장벽이 존재하는 셈이다.

후베이성에서 활동하는 구매상 쉬웨이캉(徐偉康)씨는 "제품 카테고리별로 100위권에 드는 업체는 무난히 선정되는 편"이라며 "내세울 판매 실적이 없는 업체는 신청을 해도 심사를 통과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알리바바 관계자 역시 주간지 남방주말에 "순식간에 수만개 혹은 수십만개의 주문이 몰리는데 영세업체가 이를 감당할 수 있느냐"며 "대형 업체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인정했다.

가격 할인과 무료 배송 등 대규모 소비자 혜택을 제공하는 업체를 선호하는 것도 문제다.

막상 광군제를 치러도 손에 쥐는 수익은 예상보다 적다는 불만이 많은 이유다.

가구 판매업체 린스무예의 리청쩌(李承澤) 브랜드 담당 부사장은 "각종 할인 혜택을 약속해야 알리바바로부터 더 많은 데이터와 (플랫폼 내) 좋은 자리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남방주말은 "플랫폼 사용 단가는 갈수록 높아지고 제품 가격은 갈수록 낮아진다"며 "판매상들의 손해가 막심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류 제조업체 임원은 "광군제가 되면 (알리바바나 징둥) 플랫폼을 사용하는 비용이 평소보다 2~3배 오른다"며 "돈을 못 벌어도 재고 처리 차원에서 참여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최근에는 왕훙(인터넷 스타)을 섭외해야 우대를 받는 추세"라며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업체 입장에서 광군제는 그림의 떡"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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