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2021 K-비즈 서바이벌] 탈통신 외치는 이통3사.. "이제는 플랫폼 기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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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아 기자
입력 2020-11-16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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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텔레콤, 미디어·보안·커머스 중심 뉴ICT 기반 사업 결실

  • KT, AI·미디어·금융 주력..."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

  • 5G 실감 미디어 시장 주도 LG유플러스..."종합 미디어 플랫폼 될 것"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본업을 통신에서 신사업으로 전환 시키는 ‘탈(脫) 통신’을 서두르고 있다. 통신비 인하 압박에 시달려 온 통신사들은 “통신비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졌다”고 판단, 수년 전부터 탈통신을 외쳐왔지만 중‧장기 과제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올해 초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비대면으로 온라인 이용이 폭발적으로 늘자, 디지털 플랫폼으로 무장한 인터넷 기업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고, 통신기업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제 통신기업은 그들에게 단순히 망을 제공하는 사업자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다급해진 이통3사는 각각의 강점을 살린 신사업에 눈을 돌려 ‘탈통신’을 당장 추진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오랜 기간 규제의 틀 안에서 보호 받아왔던 통신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생존을 위해선 디지털의 파도에 올라타야 한다는 게 이통3사 경영진의 공통된 상황 인식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다양한 사람들이 열린 협업을 통해 아이디어를 모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공간이 될 T팩토리를 새롭게 연다고 밝혔다. [사진=SK텔레콤 제공]

◆ 박정호 사장 "SKT의 T는 텔레콤 아닌 테크·투모로우"

"T팩토리의 T는 SK텔레콤의 T가 아니라 테크놀로지, 투모로우의 T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서울 홍대입구 인근에 개장한 ICT 멀티플렉스 'T팩토리' 소개 온라인 간담회에서 T팩토리라는 명칭을 이렇게 소개했다. T팩토리에는 SK텔레콤을 통신 사업자를 넘어 ICT 기술을 기반으로 한 미래 지향적인 회사로 바꾸겠다는 비전도 함께 포함됐다. 실제로 SK텔레콤은 통신 사업자라는 의미인 '텔레콤' 대신 다른 사명을 고민 중이다.

박 사장은 2017년 취임 직후부터 '탈 통신'을 지향해왔다. 보안과 미디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SK텔레콤은 ADT캡스와 티브로드를 인수했다. 넷플릭스 등 외산 플랫폼에 대항하고 토종 OTT(모바일동영상서비스)를 키우겠다는 전략의 일환이 지상파 3사와 손잡고 출범한 웨이브다.

박 사장의 탈통신 전략은 결실을 맺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5일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매출 4조7308억원, 영업이익 361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 19.7% 증가한 수치다. SK텔레콤의 실적에는 뉴비즈 사업인 미디어와 보안, 커머스 분야 성장세가 큰 도움이 됐다. 세 개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9%, 40.3% 증가한 1조5267억원, 1111억원을 기록했다. 토종 앱 마켓 원스토어는 올해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해 성장성을 입증했다. SK텔레콤 핵심 자회사 중에선 처음으로 상장을 추진하는 사례이기도 하다.

SK텔레콤은 모빌리티 자회사 출범을 통해 뉴 ICT 기업으로서의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다. 박 사장은 최근 CEO 타운홀미팅을 통해 "우리의 비전은 미국 로스앤젤레스까지 가는 고객이 우리 플랫폼을 통해 모든 이동과정을 편리하게 이동하는 세상"이라며 "올인원 MaaS(Mobility as s Service)에 집중해 고객 삶이 윤택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열린 용산 IDC 개관식에서 구현모 KT 대표가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KT 제공]


◆ 구현모 대표 "통신기업(Telco)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Digico)로 변신 중"

구현모 KT 대표는 지난달 취임 후 첫 공식 간담회를 통해 통신 기업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구 대표는 "통신기업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하겠다"며 "KT의 T는 텔레콤이 아닌 테크놀로지(기술)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 가능하다"고 밝혔다.

KT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사회 유지 인프라로서 통신망의 중요성에 주목해왔다. 온라인 교육과 재택근무, 원격의료 등 전 산업에 걸친 디지털 혁신의 기반에는 결국 통신 인프라가 놓여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KT가 기존 네트워크 기반 사업과 차별화한 가치를 창출하려면, 통신 인프라에 AI와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ICT 기술을 결합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은 필수다.

KT는 빠르게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서비스 확산과 클라우드 수요 확대에 발맞춰 지난 4일 서울 한복판에 새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열고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KT의 13번째 IDC인 용산 IDC는 8개 서버실에서 10만대 이상 대규모 서버 운영이 가능한 서울권 최대 규모의 하이퍼스케일급 데이터센터다. 이외에도 KT는 'KT엔터프라이즈'라는 B2B 브랜드를 출시했다.

KT는 AI 협의체인 AI 원팀을 통해 관련 생태계를 키우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AI 원팀에는 현대중공업그룹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양대, LG전자, LG유플러스, 한국투자증권, 동원그룹 등이 합류했다. KT는 AI원팀에 이어 '클라우드원팀(가칭)'도 출범해 국내 클라우드 생태계를 이끈다는 계획이다.

탄탄한 네트워크 인프라 덕분에 KT의 AI/DX사업도 고공성장 중이다. 올해 3분기 KT의 AI/DX 사업은 전년 동기 대비 8.1% 늘어난 1347억원을 기록했다. AI/DX 사업은 IDC와 클라우드, AI 플랫폼, 블록체인, 스마트 모빌리티 등 주요 비통신 신사업 부문을 포괄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KT는 통신에서 비통신으로 기업 중심 축을 이동해, 2025년까지 해당 부문의 매출을 전체의 절반인 10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현재 KT의 통신과 비통신 사업 매출 비중은 6대4 수준이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사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 LG유플러스, 사명에서 '통신' 떼고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 '훨훨'

LG유플러스는 일찌감치 사명에서 텔레콤을 떼고 종합 ICT 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 중이다. LG유플러스는 2010년 LG텔레콤과 LG데이콤, LG파워콤이 합병한 통합 LG텔레콤의 사명을 LG유플러스로 변경했다. U는 고객을 위한 유비쿼터스 세상을 의미하며, 플러스는 고객에게 언제 어디서나 무엇을 원하든 플러스(Plus) 가치를 전하며 확장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당시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탈통신 세계 일등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하현회 부회장은 올해 초 LG유플러스를 종합 미디어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이통3사 중 케이블TV 인수전에 가장 빠르게 뛰어든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지난해 말 케이블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현 LG헬로비전)을 인수한 이후 하 부회장은 "LG헬로비전과 함께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다양한 융복합 서비스를 쉽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며 "종합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하겠다"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는 VR과 AR 등 5G 기반 실감 미디어 콘텐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AR글라스 전문 제조기업 엔리얼과 함께 U+리얼글래스를 출시했다. 현재 LG유플러스는 일본의 KDDI, 캐나다의 벨캐나다, 중국의 차이나텔레콤 등 세계 주요 통신사들이 참여한 XR(확장현실)얼라이언스의 의장사로서 활동 중이다. 일본 KDDI에 U+아이들생생도서관을 수출하는 등 글로벌 시장으로의 콘텐츠 수출 성과도 이어진다. 11월 현재 기준 LG유플러스의 5G 콘텐츠 수출액은 1000만달러(약 114억원)에 이른다.

탈통신 기조 덕택에 올해 3분기 실적에서 LG유플러스는 이통3사 중 가장 알찬 결실을 맺었다. LG유플러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25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60.6% 늘었다. 특히 U+아이들나라 등 영유아 특화 미디어 콘텐츠의 인기로 IPTV와 초고속 인터넷이 포함된 스마트홈 매출은 5143억원으로 12.5% 증가했다.

이통3사가 탈통신을 외치는 이유는 유무선 사업에는 규제가 많아 매출 확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들은 "탈통신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네이버와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인터넷·게임 사업자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기회로 빠르게 성장한 것도 이통3사의 탈통신 기업 전환을 자극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 5월 기준 엔씨소프트는 시총 14위인 SK텔레콤을 넘어섰으며, 카카오는 시총 10위에 등극했다.

5G 상용화와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이통3사가 탈통신에 성공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가능한 5G 덕분에 망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영위할 수 있게 됐다"며 "케이블TV 인수를 기회로 미디어 시장에서도 이통3사가 B2C 서비스 경험을 갖게 된 것 역시 탈통신 전략 수립에 힘을 싣게 된 계기"라고 설명했다. 또, 신 교수는 "네트워크 기반 B2B 서비스에서 시작해 고객이 원하는 B2C 서비스로 점진적으로 시장기회를 모색해나가는 것이 이통3사의 바람직한 탈통신 전략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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