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익 칼럼] 트럼프가 재선되면 한국 집값은 어떻게 될까

김창익 건설부동산부 부장입력 : 2020-11-03 14:39
- 저금리 장기화, 재정확대, 원강세..."적어도 1~2년간 집값 오른다"

 
미국 대선 후 한국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될까. 집값은 오를까 떨어질까. 집값엔 상당히 많은 변수가 작용한다. 미국 대선만 놓고 집값 상승이나 하락 여부를 따지긴 어렵지만 대선에 따라 주요 변수들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집값의 방향성을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는 있다. 달러 유동성의 변화를 짐작해볼 수 있어서다.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 중 미국 대선과 관련해 생각해볼 주요 변수는 금리와 환율, 양적 완화와 재정정책 등이다. 이 네 가지 변수에 따라 달러 유동성이 달라지고, 그것이 한국 금리와 재정정책에 영향을 미친다. 워싱턴에서 나비가 날면 우리나라엔 태풍이 불 수도 있다. 막대한 달러는 날갯짓이 상상 이상으로 크다.   

금리는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이 재선되든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든 상당기간 인상은 없다는 데 전문가들이 대체로 동의한다. 트럼프가 재선되면 저금리 기조를 바이든보다 더 길게 끌고 갈 것이란 데도 이견이 별로 없다. 양당의 경기 부양책에 따라 실물경제 회복 시점엔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트럼프는 무역전쟁을 위해선 약(弱)달러가 무조건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 의장은 지난 8월 잭슨홀 미팅에서 평균물가목표제란 개념을 내놓았다. 연준의 존재 이유는 고용과 물가를 최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고용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연준의 물가 타깃은 2%로, 물가상승률이 타깃을 넘기면 보통 금리를 인상한다는 의미다. 팬데믹 이후 연준의 자산은 4조 달러 선에서 6조 달러 선으로 증가했다. 은행과 개인이 가진 국채와 회사채를 2조 달러가량 사들였기 때문이다. 시중에 그만큼 돈을 푼 것이다. 당초 밝힌 5조 달러 자산매입 계획을 감안하면 시간표에 따라 2조~3조 달러를 더 풀 것이다.

대선 후 재정지출도 늘어난다. 트럼프의 공화당은 1조2000억 달러, 바이든의 민주당은 2조 달러의 재정지출 계획안을 갖고 있다. 트럼프도 ‘더 큰(bigger)' 지출을 공언, 실제 대선 후 협상과정에서 재정지출안은 숫자가 더 커질 수 있다.

팬데믹 후 일자리를 잃은 3000만명이 지속적으로 복귀하면서 고용도 1100만명 정도 회복됐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3~5월 마이너스를 기록, 디플레이션 공포를 끌어당겼다. 달러 발행으로 먹고사는 주식회사 연준 입장에서 디플레이션은 공포다. 더 이상 은행과 소비자들이 달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다. 연준이 즉각 5조 달러 규모의 자산매입 계획을 밝히면서 CPI를 끌어올린다. 그 결과 CPI는 6월과 7월 각각 0.6% 올랐고, 8월에도 0.4% 상승했다. 상승률이 둔화되긴 했지만 이 속도면 연간 물가상승률이 2%를 훌쩍 넘길 가능성이 크다.

평균물가목표제란 여러 해의 평균물가를 타깃으로 한다. 올해 물가가 3% 올라도 작년 물가가 1% 상승했다면 평균적으로는 2%를 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고용이 회복되고 물가가 상당 수준 올라도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말이다.

미국 국가 부채 증가 추이를 봐도 백악관이 금리 인상을 최대한 미루려고 할 것이다. 미 의회예산국에 따르면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 정도인 미국 정부부채는 2050년이 되면 두배인 200%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정부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백악관이 정부 부담이 커지는 금리 상승을 용인할 리 없다는 게 저금리 장기화를 주장하는 쪽의 논리다.

중국 정부가 내순환(내수) 부양을 위해 위안화 강세로 방향을 튼 상황에서 미국이 달러를 더 많이 풀면 원·달러 환율은 지속적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위안화와 동조화 경향을 보이는 원화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의미다. 금리차익에 더해 환차익까지 커지게 되면 국내 증시에 해외투자 자금의 유입이 늘어난다. 국내 증권사들은 이를 감안해 일제히 내년 코스피가 백두산 정상을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백두산 높이 2744(m) 이상 코스피가 상승할 것이란 얘기다. 거래 수수료로 먹고사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임을 감안해도 모든 증권사 전망의 방향성이 거의 100% 일치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동학개미를 비롯, 증시에 몰린 시중 부동자금이 1~2년 뒤 시세차익을 실현하게 되면 그 많은 시중 부동자금이 어디로 향하게 될까. 1100조원이 넘는 시중 부동자금은 당장은 증시와 부동산 중 증시를 택했다. 문제인 정부 들어 23차례나 나온 연쇄 규제 대책들로 부동산 시장이 관망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KB와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서울 전셋값은 평균 5억원을 넘겼고, 전국 주택의 20%가 9억원을 웃돈다. '부동산 불사'의 신화를 재확인한 2030이 금융투자로 번 돈을 재투자할 곳은 역시 부동산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국제경제의 큰 흐름만 놓고 보면 미국 대선 후 적어도 1~2년간 한국 부동산, 정확히 말하면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연준에 맞서지 말라”는 말이 투자의 정석이 됐다. 연준이 돈을 푸느냐 거둬들이느냐에 따라 자산 투자의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태평양 건너 나라인 미국 금리가 한국 부동산 시장과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금융시장이 개방된 한국은 달러 자금의 이탈이 두려워 연준에 역행하는 금리정책을 강행할 수 없다. 

물론 한국에서 부동산은 전통적인 내수시장이다. 가격이 급등하면서 강남 아파트를 중심으로 중국 등 해외자본의 유입도 늘었지만 전체 규모에 비하면 그리 큰 비중은 아니다. 부동산 가격의 방향을 가늠하려면 주택시장의 공급동향, 특히 지역별 공급동향 등 공급측면도 잘 따져봐야 한다. 하지만 시장을 움직이는 돈의 흐름은 일단 자산 가격, 특히 국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이와 반대방향으로 시장을 움직이려면 정부는 상당히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 바꿔 말하면 반대 쪽을 기대하는 개인은 막대한 기회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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