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이토록 짠한 경제부총리가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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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20-11-0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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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대 두 번째 장수 장관의 영예 안고 있으나, '애잔한 장관' 평가 받아

"국민의 분노가 한 곳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이런 말 하면 그렇지만 속으로 짠할 때가 많습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야기다.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장수 장관이라는 영예로운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홍 부총리이지만, 어째 그를 향한 평가는 애잔하기 그지없다.
 
올해 초만 해도 기재부 공무원들을 만나면 홍 부총리에 대한 볼멘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논의 과정에서 정치권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인 데다 당·정·청 합의 내용에 기재부가 딴지를 건다며 정세균 국무총리에게 공개적인 '힐난'까지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가보지 않은 길 속에서 경제 사령탑의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기재부는 공무원 중에서도 엘리트들이 모인 곳 아니던가. 기재부 수장이 저런 취급을 받는 것에 기재부 내부적으로 '자존심 상한다', 심하게는 '부끄럽다'는 말까지 나왔다.

최근 들어서는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홍 부총리에 대한 동정론이 줄을 잇는다. 정부 정책에 대한 반발과 분노가 홍 부총리 개인을 향해 있어서다.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강화와 초과 유보소득 과세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부동산 정책은 말할 것도 없다.

홍 부총리는 다주택을 처분하라는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집을 내놨지만, 세입자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로 '전세 난민' 신세가 됐다. 세입자에게 '위로금'을 주고 내보내기로 하면서 홍 부총리는 이 상황을 모면했다. 왜곡된 전세 시장의 단면을 스스로 보여주는 우스운 꼴이 된 셈이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홍 부총리의 해임을 건의하는 국민청원 글을 여러 개 볼 수 있다. 이 중 '홍남기 기재부 장관 해임을 강력히 요청합니다'라는 글은 2일 오후 2시 30분 기준 23만5000명의 청원을 받았다. 

기재부 직원들은 홍 부총리가 열심히 하는데 욕을 먹어 안쓰럽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만난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살인적인 일정을 반년 넘게 소화하고 있지만 주변에 짜증 한 번 부리지 않는다"며 "해임 요구 등 심리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 틀림없는데 내색하지 않아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가 직에서 물러나더라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경제수장의 권한으로 온갖 정책을 독단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책은 일관성과 연속성이 생명 아니던가.

심지어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강화는 2017년 세법개정안에 포함됐다. 3년 전에 이미 예고한 내용이다. 무엇보다 대주주 기준을 기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강화하더라도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은 전체 주식 투자자의 1.5%밖에 되지 않는다. 일반 주주에 미치는 영향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는 정부의 정책 홍보 부족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더욱 이해하기 쉽게 국민 눈높이에 맞게 설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중요한 것은 홍 부총리 해임 요구의 본질이다. 해임 요구에는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부를 향한 국민의 일갈이 담겨 있다. 

연말이나 연초 개각에서 홍 부총리가 자리를 유지할지, 아니면 떠날지 아직 알 수 없다. 누가 부총리직을 맡든 국민 정서와 괴리된 정책은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소통이 중요하다'라는 이 흔하디흔한 말을 되새겨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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