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알아서 해라" 세월호 참사 당일, 역정낸 해경 상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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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의종 인턴기자
입력 2020-11-02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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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시 상황실장, 진도VTS센터장 증인으로 진술

세월호 참사 당시 미흡한 초동 조치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이 지난달 12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1회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세월호 참사 당일 해당 내용을 보고받은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상황실에서 "우리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역정을 냈다는 진술이 나왔다.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이 "도의적·법적 책임은 구분된다"고 주장한 것과 달리 참사 당일 책임도 회피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전 해경청장, 김수현 전 서해지방해경청장, 김문홍 전 목포해경서장, 이춘재 전 해경 경비안전국장, 여인태 전 제주해경청장, 김정식 전 서해청 경비안전과장, 유연식 전 서해청 상황담당관 등 11명에 대한 3차 공판기일을 열었다.

검찰 측 증인으로 이날 참사 당시 서해청 상황실장으로 근무했던 김모씨와 진도연안해상교통안전센터(VTS) 센터장이었던 김모씨에 대한 신문이 진행됐다.

증인신문 과정에서 참사 당시 서해청 상황실은 책임을 선장에게 돌리려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전 실장은 '진도VTS에서 세월호와 교신 후 세월호가 퇴선 여부를 교신한 내용을 보고했는지'라는 검찰 질문에 대해 "유 전 담당관에게 바로 보고했으며, 못 들었을까 두 번이나 반복했다"고 답했다.

이어 "유연식이 역정을 내며 '그것은 잘 아는 선장이 결정할 사안이고, 우리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진술했지 않았냐"고 묻자 "우리 일이 아닌 것 같은 것을 자신에게 질문을 해서 역정을 냈다고 표현한 것"이라고 답했다.

검찰은 그러면서 '광역구조본부 조정관이자 서해해양경찰청 상황담당관이 자신의 역할이 아니라고 답한 것이냐'고 물었으며, 김 전 실장은 "그런 취지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당시 서해청 상황실에서 책임을 선장에게 전가하려 했다는 증언은 당시 진도VTS 관계자의 입을 통해서도 나왔다. 진도VTS는 참사 초기 세월호와 직접 소통했던 곳이다.

검찰은 김 전 센터장에게 '(서해청) 상황담당관에게 물어보니 상황실은 현장상황을 모르니 현장에서 탈출 여부를 결정하라고 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당시 진도VTS는 판단할 수 있는 상횡이 아니라 (서해청) 상황실에 보고했고, 상황실에서 그렇게 진행했다"고 답했다.

당시 서해청장과 경비안전과장 역시 상황을 통신기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따로 상황실에서는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는 진술도 나왔다. 김 전 실장은 "서해청장이 오고 나서 통신기기를 직접 듣고 코스넷(내부 문자시스템)도 직접 확인했지만 대화 중이라 놓치고 있다고 생각해 확인차 보고 드렸다"고 답했다.

그러자 피고인 측들은 참사 책임을 회피하려는 전략을 보였다. 유 전 담당관 측은 "경위가 어찌됐든 퇴선 여부는 선장이 결정하라는 피고인 말대로 이준석 선장과 2등 항해사가 논의해 퇴선을 결정했다"며 "이게 방송실에서 나오지 않아 승객들이 듣지 못한 것 아니냐"고 김 전 센터장에게 물었다.

당시 김 전 과장 측은 책임을 회피하며 "대부분 상황담당관과 대화를 나누고 구명조끼를 반드시 착용하라고 지시했던 것 기억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재판장은 "각 변호인들은 증인에게 하나라도 관련된 것을 묻고 싶을 것"이라면서도 "증인에 따라 직접 연관된 것만 물어봐달라"고 요구했다.

김 전 청장 등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승객들의 퇴선 유도 지휘 등 구조에 필요한 주의 의무를 태만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 전 청장 등이 세월호가 침몰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해경 매뉴얼 등에 따라 피해자들을 수색·구조해야 할 업무상 주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보고 있다.

김 전 목포해경서장은 사고 당시 초동 조치 미흡 사실을 숨기기 위해 담당 순경에게 허위로 기록을 작성할 것을 지시하는 허위공문서작성 혐의 등도 적용받는다.

지난달 12일 열린 1차 공판에서 피고인들은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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