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무죄·무권유죄··· 부실 감독은 '무죄', 라임 판매사는 '중징계'?

안준호 기자입력 : 2020-10-29 16:23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중징계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 증권사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첫 제재심의위원회가 29일 열렸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감독부실에 대한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증권사 CEO에게만 과도한 책임을 지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감독 주체인 금감원에 대한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신한금융투자와 대신증권, KB증권의 순서로 제재심을 진행했다. 제재심에서는 전·현직 CEO 중징계와 관련 제재의 타당성을 두고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6일 이들 회사의 전·현직 CEO들에게 직무정지 수준의 중징계가 포함된 사전 징계안을 통보했다. 임직원에 대한 금감원 제재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 경고 △직무 정지 △ 해임 권고의 다섯 단계로 나뉜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 측은 CEO들이 내부통제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소비자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것을 제재 근거로 삼았다.

이날 출석한 증권사 관계자들은 내부통제의 책임이 CEO에 대한 징계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이 제재 근거로 삼은 법령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24조와 그 시행령이다. 이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법령 준수와 건전한 경영, 주주 보호 등을 위해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이와 관련해 최고경영자를 위원장으로 하는 위원회를 두어야 한다. 앞서 금감원은 연초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제재심 당시에도 내부통제 부실을 이유로 은행권 CEO들에게 중징계를 통보했다.

다만 증권사들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해당 법안을 근거로 CEO를 징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해당 법안은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만 있는데다 '실효성'이라는 개념 역시 추상적이라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내부통제 기준의 책임을 대표와 임원에게 지우는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 업계 일각에서 법적 근거가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당국이 무리한 징계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같은 근거로 중징계 조치를 받았던 은행권 CEO들도 행정 소송 등을 제기한 바 있다. 

금감원이 감독 당국으로서의 책임은 외면하고 판매사에만 중징계를 내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기관 징계는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전·현직 CEO까지 직접 징계하는 것은 사태의 책임을 판매사에 돌리는 처사가 아니냐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CEO의 역할은 경영 전략 수립 등으로, 개별 상품의 판매와 관리에는 구체적으로 관여하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내부통제 미비를 근거로 CEO에게 중징계를 내린다면 연이은 사모펀드 사태를 막지 못한 감독 당국도 마찬가지로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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