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별세] 삼성 반도체·스마트폰·TV에 1등 DNA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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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20-10-2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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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1등 DNA’를 심으며 글로벌 시장에 '삼성(SAMSUNG)'이라는 이름을 아로새겼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TV 등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1위를 점하고 있는 사업들이 대표적인 예다. 글로벌 시장에서 변방 취급받던 이들 사업은 이 회장의 취임시기인 1987년 이후 황금기를 맞이하게 됐다. 

하지만 이 회장이 그룹의 수장에 오르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는 1942년 1월 9일 대구에서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의 3남 5녀 중 일곱째이자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당시만 해도 장자승계가 일반적이었다. 즉, 승계의 적자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일찌감치 이 회장의 사업수완을 알아본 이 창업회장은 1971년 이 회장에게 삼성을 맡기기로 결단을 내렸다. 이 회장의 능력은 반도체에서부터 본격적으로 발휘됐다.

삼성전자는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다. 특히 이 회장의 반도체에 대한 열정은 그 어떤 사람보다 뜨거웠다. 개인재산을 인수자금에 보탰을 정도였다. 당시 '1차 오일쇼크' 여파로 페어차일드, 인텔 등 세계적 업체들이 구조조정과 감산에 나서는 상황에서 과감한 투자로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공격적인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어졌던 만큼 성과도 빠르게 나왔다. 1975년 전자손목시계용 집적회로 칩을 개발한 데 이어 이듬해 국내 최초로 트랜지스터 생산에 성공했다. 1982년에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64K D램을 만들어냈다.

10년 뒤인 1992년에는 세계 최초로 64M D램 개발에 성공하며 반도체 시장의 강자로 우뚝 섰다. 삼성전자는 이후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단 한 번도 세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정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반도체에서 얻은 자신감은 휴대전화 사업으로도 전해졌다. 다만 초기에는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순탄치 않았다. 당시 미국 모토로라 등 글로벌 업체들이 국내외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후발업체 삼성전자에 대한 불신도 컸다. 처음으로 내놓은 휴대전화(1994년)는 불량률이 11.8%에 달했다.

이에 이 회장은 1995년 경북 구미사업장에 불량 휴대전화 15만대를 모아 불에 태우는 '화형식'을 진행하며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그 결과 같은 해 8월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브랜드 애니콜은 모토로라를 제치고 51.5%의 점유율로 국내 정상을 점했다.

더 큰 위기들도 있었다. 2010년 미국 애플의 스마트폰 ‘아이폰’이 시장을 뒤흔들며 점유율을 잠식해갔다. 철옹성이라 여겨졌던 핀란드의 노키아조차도 두 손을 들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굴하지 않았다. 같은 해 스마트폰 브랜드 '갤럭시S'를 처음으로 선보이며 맞불을 놨다. 이후에도 갤럭시S2, 갤럭시S3를 잇달아 출시하며 애플과 격차를 줄여나갔다. 그 결과 2011년 3분기 삼성전자는 애플을 제치고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되찾을 수 있었다.

TV·가전 역시 프리미엄을 표방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10년 넘게 1위를 지키고 있다. 2006년 선보인 보르도 액정표시장치(LCD) TV는 소니를 넘어 삼성전자가 세계 TV시장 1위를 달성하는 바탕이 됐다. 2009년에는 LCD에서 진화한 발광다이오드(LED) TV를 선보였고, 2017년에는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를 출시하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QLED 8K TV'와 초대형 TV에 집중하고 있으며, 8K 이후에는 마이크로 LED로의 '투트랙' 전략을 세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취임 당시만 해도 삼성전자는 일본의 소니 등을 벤치마킹해 좇는 추격자였다”며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일본 기업들이 ‘삼성으로부터 배우자’는 말을 할 정도로 삼성전자의 위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993년 미국의 격주간 종합경제지 포춘과 인터뷰 후 촬영한 사진. [사진=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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