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 독감백신에서 사망자 복수 발생…접종 중단 의견 평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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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박경은 기자
입력 2020-10-26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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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계 내부 의견 엇갈려 “접종 계속해야”vs“일단 중단”

  • 정부 “독감백신·사망 인과정 낮아 접종 계속”…지자체 접종 재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오른쪽)이 지난 24일 오후 충북 오송에서 열린 국가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사업과 관련한 브리핑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왼쪽은 예방접종 피해조사반장인 김중곤 서울의료원 소아청소년과장. [연합뉴스]


정부의 국가 인플루엔자(독감) 예방접종 지속 방침에 따라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의료기관이 접종을 재개했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는 중단 여부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의료단체마저 다른 진단을 내리고 있어 독감 백신 논란은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5일 “국민들께서는 전문가의 판단을 믿고 정부 결정에 따라 예방접종에 계속 참여해달라”고 당부했다.

정세균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정부는 전문가들의 과학적 판단을 존중해 예정된 일정대로 만 62세부터 69세까지 접종을 내일(26일)부터 시작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영등포구 등 일부 지자체들도 관내 의료기관에 “질병관리청 공식 발표에 따라 ‘예방수칙을 준수한 안전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지속할 것’을 안내드린다”고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로 알렸다.

하지만 의료계 내에선 독감 예방접종 사업 중단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개원의 중심 의료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사인 규명이 먼저라면서 일주일(23~29일)간 독감백신 국가 예방접종 사업을 중단할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국민 불안감 해소와 원인 규명, 의료기관 접종 환경 준비를 위해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백신 접종을 잠정 유보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한국백신학회는 “올해는 코로나19와 독감의 동시 유행이 우려돼 소아청소년과 고령자,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면역저하자의 독감 백신 접종은 지속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독감 백신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질병관리청은 지난 23일 예방접종피해조사반, 24일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열고 역학조사와 사망사례를 검토했다.

피해조사반과 전문위원회는 우선 1차로 사망자 중 26명에 대해 독감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을 검토했다. 그 결과 접종과의 인과 관계가 매우 낮아 특정 백신을 재검정하거나 국가예방접종사업 중단을 고려할 단계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국민 불안감이 더 커진 점에 대해 방역당국의 당사자로서 매우 송구하다”면서도 “시간적인 근접성이나 기저질환, 부검 결과 등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모두 사망과 예방접종이 직접적 인과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26명 중 6명은 질식사나 질병사 등 사인이 명확한 사례다. 나머지 20명은 부검을 실시했으며 이 중 13명은 1차 부검 결과 심혈관질환, 심근경색, 뇌혈관질환 등 다른 사인이 확인됐다. 나머지는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중곤 예방접종 피해조사반장(서울의대 명예교수)은 “3차에 걸쳐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신고된 사례에 대해 검토했다”며 “26명 중 6명은 백신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고, 나머지 20명 전원은 백신과의 관계성이 정확히 입증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동일 로트(제조)번호로 생산된 백신 12개를 접종한 사망자가 총 27명으로 확인됐다. 제조번호가 같다는 건 같은 공장에서 같은 날 생산한 제품이라는 걸 의미한다. 이에 대해서도 질병청은 사망자들의 사인이 백신과 직접 관련이 없기 때문에 해당 백신에 대한 봉인이나 검정 조치는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정 청장은 “(이 같은 조치는) 동일 제조번호 접종사례 중 예방접종과 인과성을 배제할 수 없는 ‘2건 이상의 중증 이상반응’이 발생할 경우로, 현재로선 해당사항이 없다”며 “다만 계속적으로 사례 신고가 들어오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제조번호별 이상반응 발생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인과관계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올해 예방접종 이후 사망한 어르신이 예년보다 늘어났는지 살펴볼 방침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과거부터 독감 백신 접종 시즌에 돌연사가 증가했는데, (개인적으론) 이번 역시 그 맥락으로 보인다. 이는 평소 돌연사가 신고되는 건수와 독감 백신 접종 기간 신고 건수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백신 접종 기간 돌연사에 대한 통계를 별도로 발표한 적이 없는데, 앞으론 이 같은 통계를 내고 이 시기 돌연사의 명확한 원인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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