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담보차 제3자에 넘긴 차주, '배임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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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진 기자
입력 2020-10-2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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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내부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금전채무를 담보하려고 자동차에 저당권을 설정한 차 주인이 그 자동차를 다른 사람에게 팔아넘겼더라도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관광버스 지입회사를 운영하는 L씨의 배임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L씨는 메리츠캐피탈 주식회사에 채무담보 목적으로 자신이 소유한 버스 2대에 저당권을 설정했다. 이후 해당 버스를 제3자에게 처분해 차량 소재 파악을 할 수 없게 했다. 이모씨에게 버스 1대를 매도하기로 한 뒤 중도금까지 받았음에도 제3자에게 공동근저당권을 설정하기도 했다.

그동안 대법원은 채무담보 목적으로 자동차에 저당권을 설정한 차 주인은 담보물인 자동차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차 주인이 임의로 자동차를 처분해 담보가치를 없앤다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형법 제355조 제2항은 타인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해당 임무를 위배해 재산상 이익을 보거나, 제3자에게 회사 물건 등을 취득하게 해 손해를 끼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L씨 행위를 배임죄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1심과 2심 재판부도 배임 혐의에 유죄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만장일치로 "피고인을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볼 수 없다"며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금전채무를 담보하고자 자동차에 저당권을 설정한 채무자가 채권자 담보물의 담보가치를 유지·보전할 의무를 부담하게 됐더라도, 채무자를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채무자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해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타인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라는 지위가 인정되려면 신임 상태에서 상대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관계에 이를 정도가 돼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다른 사람 사무에 관한 형벌법규의 엄격해석 원칙을 재확인하고, 사법(私法·개인간 관계를 규정한 법) 영역에 대한 국가형벌권이 과도한 개입을 방지한 것"이라고 판결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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