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경제적인 시선] '빚투'하는 정부, 무작정 혼낼 순 없다

이용웅 편집인입력 : 2020-10-20 18:20
재정 건전성 걱정만 한다고 될 일 아니다. 미래에 대한 투자, 양적완화와 병행해야 더 효과적 재정적자 문제는 결국 빚갚을 능력에 성공여부 결정돼 무조건 죄악시할 필요 없어 코로나 위기 속 한국경제 선방에 재정의 역할 인정해야
 
 
지난주 한국은행 국감 현장에서 작은 소동이 하나 있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어느 때보다 적극적 재정정책이 중요하다”면서도 “재정 건전성 저하가 우려스럽기 때문에 위기가 극복되면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이에 대해 여당 의원들이 크게 반발한 것이다. 심지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너나 잘하세요'라는 유행어가 생각난다”고 말해 이게 일부 기사에 헤드라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사실 재정건전성 문제는 이 정부에 들어서 새삼 등장한 이슈는 아니고 박근혜 정권 때도 언제나 골치 아픈 화두였다. 물론 당시에는 재정 건전성에 대한 공수가 지금과는 완전히 뒤바뀐 상황에서 똑같이 반복되기도 했었다. 2015년 9월에 있었던 일이다. 당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 건전성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으나, 우리 스스로 너무 지나치게 부정적인 시각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밝힌 적이 있다. 최 부총리는 당시 제14차 재정전략협의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그동안 위기극복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재정투입으로 우리 경제회복을 견인해 왔다”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상향조정한 점을 언급했다.

주어를 현 정부 사람 이름으로 바꾸면 바로 요즘 일어나는 일로 착각할 수도 있는 내용이다. 흔히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면 우리나라처럼 기축통화국가가 아니면 대외신인도에 영향을 주어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외국자본 유출이 본격화되어 제2의 외환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이 재정건전론자들의 반복되는 주장이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세계적인 신용평가사인 S&P는 좀처럼 우리나라 재정 건전성을 문제삼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다. S&P는 지난 15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신용평가'를 주제로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한 자리에서 현 단계 한국의 재정 문제가 신용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세미나에서 국가 채무 비율이 국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냐는 질문에 킴엥 탄 S&P 글로벌 신용평가 아태지역 국가 신용평가팀 상무는 "국가채무비율이 60%에 도달한다면 한국에 대한 국가 등급이 조금 악화될 수 있지만, 국가신용등급 평가는 재정 요소뿐 아니라 한국경제 전반과 대외수지 등 고려하는 요소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에 잘 대응해 왔기에 경제 피해가 기타 다른 국가에 비해 덜했다"고 평가하며 "재정적 유연성도 가지고 있어 현재 '더블에이(AA·안정적)' 등급이 적정하다"고 말했다.


킴엥 상무도 지적을 했지만 재정 건전성은 현 단계의 숫자만 가지고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취하고 있는 재정전략이 미래 성장률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 GDP가 성장한다면 현 단계의 재정악화가 그대로 반복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물론 지금 이 순간 우리나라 재정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은 사실이다. 지난 12일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10월호’에 따르면 올해 1~8월 누계 통합재정수지는 70조9000억원 적자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22조3000억원에 비하면 크게 늘어났다.
기재부는 최근 재정준칙 도입방안을 발표하면서 2025년부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과 통합재정수지 비율을 각각 60%, -3% 내에서 관리하겠다고 했는데, 올해 8월까지 재정상황을 이에 대입해보면 이미 GDP(지난해 기준) 대비 통합재정수지 비율은 -3.7%라는 숫자가 나온다. 걱정할 만도 하다.

재정적자 문제는 결국 빚 갚을 능력이 성공 여부 결정··· 무조건 죄악시할 필요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재정 건전성이란 무엇인가. 복잡하게 이야기할 것 없이 아주 간단하게 정의를 내리면 '빚을 갚을 능력', 즉 '채무상환능력'을 판단하는 기준과 다름없다. 개인이고 기업이고 국가이고 간에 빚을 내는 이유는 새로운 수입처를 개척하거나 기존의 빚을 갚기 위한 것인데, 결국 최종적으로 부채를 갚아갈 수 있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유승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은 “모든 경제에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재정 건전성, 즉 정부 부채의 적정 수준이란 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재정 건전성의 핵심인 채무상환능력은 빚을 낼 때 사전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빚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사후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유승경 부소장은 “명목 경제성장률이 시장의 명목 금리보다 높으면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들게 된다. 즉, 이자를 갚고도 원금을 줄여갈 수 있기 때문에 그 나라는 부채를 장기적으로 줄여 나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지금 빚을 내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면 결국 재정은 다시 건전한 수준으로 얼마든지 회귀하게 된다는 결론이다. 비유하기가 뭣하지만 저금리 시대에 '빚투'를 해서 자산을 불리는 부동산 투자자 또는 증권투자자들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지금은 역사적으로도 아주 기록적인 저금리 시대이다. 인플레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디플레를 걱정해야 한다는 것은 전 정권 때 이미 최경환 당시 부총리가 논란에 불을 지폈고 물가 목표치 운운했던 당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에게 역시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라는 압박을 넣었었다.

 

 


현재 한국의 10년 국고채 금리는 1.43%에 불과하다. 2008년 이전에는 5%를 상회했지만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따라서 성장 전망이 현재의 국채 금리보다 높다면 적자 재정을 통해서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뭐가 문제가 되겠는가. 무너지고 있는 배에 앉아서 식량이 부족하니 아껴야 한다면 얼마나 웃기는 일이 되겠는가. 빨리 배불리 먹고 기운을 차려 배를 보수해야 지속 가능한 항해를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확장적 재정정책 금리부담 줄이는 양적완화 정책의 도움 절실

재정적자 문제는 양적완화 등 통화정책과 병행해야지, 통화정책이 재정정책과 엇갈리는 ‘2인3각’이 되어서는 국가경제는 뒤뚱거리기 마련이다. 미국, 일본, 유로존 등도 모두 양적완화를 통해 금리가 현저히 떨어져 재정적자로 인한 금리 부담을 상쇄시키는 역할을 했다.

물론 문제는 남는다. 2008년 이후 중앙은행들의 자산 매입으로, 다시 말해 ‘부채의 화폐화’로 경제가 좋아지기는 하지만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 가격만 상승시켜 결국 거품을 일으키는 부작용을 겪은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현재도 동일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고 오히려 규모가 2008년보다 훨씬 크다. 실물경제와 상관없이 자산시장만 상승하는 뉴노멀이 일상화되는 역작용을 경계하는 것은 맞는다. 

해서 이주열 한은 총재도 국감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하면서 일시적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국채 매입을 할 계획이지만 정부의 지출을 그대로 뒷받침하는 '부채의 화폐화'에 나설 계획은 없다"고 말한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다. 문제는 한은의 이 같은 입장 때문에 앞으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일정 부분 충돌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기에 조심스러운 정책조합이 절실하다.

코로나 위기 속 한국경제 선방에 재정의 역할 인정해야

지난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리투아니아를 제외한 36개 OECD 회원국에 중국·러시아를 추가한 38개국의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을 조사한 결과, 한국(-3.2%)은 러시아와 함께 공동 2위를 차지해 중국(11.5%)에 이어 둘째로 높았다고 한다. 또 기획재정부는 지난 14일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9%로 소폭 상향 조정했다고 밝히면서, IMF는 위기 지속 시 재정준칙이 있는 경우 적용을 한시적으로 유예하고 추후 긴축을 통해 준수로 회귀하는 등 필요한 정책지원을 다하라고 권고했다고 전했다. 일단 한국이 경제성장률을 어느 정도 방어한 것은 코로나에 대한 성공적인 방역도 기여를 했지만 선제적인 재정정책이 상당부분 기여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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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같은 장밋빛 전망에도 걱정은 남는다. 실질 경제성장률이 정부 기대치에 못 미치면 심각한 세수 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한은에 더 많은 국채 매입, 즉 ‘부채와 화폐화’를 요구하는 등 여러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 어쨌든 확장적 재정정책은 현재의 전대미문의 위기를 극복하고 예측 가능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에는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양적완화 등 적극적인 통화정책과의 조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도 또한 분명하다.

지난 정권에서도 양적완화 문제는 이미 화두에 올랐었다. 당시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은 ‘한국판 양적완화’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울 정도였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에서 ‘양적완화’는 금기시되었는데, 이런 금기는 이미 박근혜 정권 때부터 깨진 것이다. 그만큼 한국경제가 커지고 건강해진 것이다.

이처럼 불황기에 대비하는 재정정책 그리고 양적완화 이슈는 정권의 변화에 상관없이 언제나 우리 경제의 화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바뀌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항상 정쟁의 수단으로 변질된 것 또한 사실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진영대립의 이슈는 아니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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