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4% vs 시민단체 57%...집값 상승률 인식차 왜 벌어지나

김재환 기자입력 : 2020-10-15 08:00
정부 "7주 연속 0.01%대 상승률…집값 안정됐다" 같은 통계도 여러 지수 있어..."입맛대로 골라 쓴다"
집값 상승률을 놓고 정부와 시장이 동상이몽이다. 정부는 국가기관 통계를 들어 집값이 안정됐다고 하는데, 시장에선 매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는 소식이 들린다. 통계 숫자 자체도 정부와 시민단체, 시장이 제각각이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모두 각자의 진실을 말하고 있다. 같은 통계도 여러 지수가 있고 정부기구와 민간의 집계 방식이 제각각이어서다. 하지만 정부가 구미에 맞는 방식의 지수만 갖고 시장 인식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은 계속된다. 

현 정부 3년간 대체 집값이 얼마나 올랐는지를 두고 정치권에서 공방이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제시한 통계와 통계를 산출한 근거에 관해 16일 열릴 국정감사에서 집중적인 공세에 들어갈 계획이다.

핵심 쟁점은 국가공인 통계기관인 한국감정원에서 발표하는 통계 중에서 정부가 인용하는 ‘매매가격지수’의 신뢰성 문제다. 유독 집값 상승률을 낮게 측정하는 데다, 실제 거래된 가격을 기반으로 계산하는 집값 상승률 통계와 비교해 격차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자료 = 한국감정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매매시장이 안정됐다”고 평가했다.

한국감정원 주간 매매가격지수 통계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7주 연속 0.01%에 머물렀고, 강남4구(서초·강남·송파·강동)는 9주 연속 보합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정부 주요 인사도 같은 통계를 근거로 집값 상승세가 꺾였다고 강조해 왔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1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서울 상승률이 0.01%가 된 게 4~5주 정도 됐다”고 답했다.

앞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도 “한국감정원 통계에 의하면 현재 안정화 추세”라고 밝혔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정부 공식 통계에 의하면 가격 안정세가 강화됐다”고 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야당, 언론은 일제히 다른 목소리를 냈다. 똑같은 국가공인 통계기관인 한국감정원에서 공표하는 다른 통계만 봐도 집값 상승률에 확연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은 집값 동향을 △매매가격지수 △실거래가격지수 △중위매매가격지수 등으로 산출하고 있다. 집값 상승률이라는 하나의 대상을 여러 각도에서 다른 방법으로 관찰하는 셈이다.

통계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2017년 5월~2020년 5월)은 매매가격지수가 13.7%로 가장 낮고 실거래가격지수(43.5%)와 중위매매가격(57%) 순으로 높다.

 

[그래픽 = 김효곤 기자]

즉, 정부는 상승률이 가장 낮은 수치를 근거로 내세워 집값 상승세가 안정됐다고 본 것이다. 반대로 정부를 비판하는 측에서는 가장 높은 통계에 주목했다.

가장 큰 차이는 표본이다. 매매가격지수는 전국 아파트 900만 가구 중에서 1만7190가구의 추이를 계산하고, 실거래가격과 중위매매가격은 실제로 거래된 사례를 표본으로 삼는다.

실거래가격지수의 경우 매매가격지수와 달리 별도의 표본설계 없이 해당 월에 거래된 모든 아파트 중에서 단지와 면적, 동, 층수 그룹이 유사한 사례의 집값 추이를 산출한다.

중위매매가격은 계산이 가장 간단하다. 매달 거래된 아파트를 순서대로 줄을 세웠을 때 정중앙에 있는 값을 나타내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매매가격지수의 신뢰도를 가장 낮게 봤다. 표본이 알려지지 않은 데다 실거래가를 기반으로 한 통계와 격차가 너무 크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A대학 통계학과 교수는 “매매가격지수 산출 근거인 표본을 어떻게 설정했는지는 모르지만, 수요자들이 일반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매물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실거래 기반 통계는 거래되지 않은 사례를 반영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장기 시계열로 추이를 나타내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국토부가 “같은 표본을 추적하는 매매가격지수와 달리 실거래 기반 통계는 표본이 매달 바뀌거나 특정 달의 고가거래 위주로 통계에 반영될 수 있다”고 해명한 데 따른 지적이다.

정부가 인용하는 매매가격지수가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점에서, 경실련은 통계 근거인 표본의 위치와 단지를 밝혀달라고 청와대와 국토부에 최근 두 차례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통계마다 용도가 다른 것이지 틀린 건 아니다”며 “표본설계도 외부 용역을 통해 하고 있기에 거래되지 않는 매물 위주로 편중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매매가격지수는 전체적인 시장의 동향을 보는 데 목적이 있다. 실제 거래된 표본만으로 계산한 실거래가격이 전체를 대변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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