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대어, 크래프톤] ① '배그 신화'로 글로벌 게임사 우뚝... 차기 흥행작 발굴은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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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0-10-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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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년 블루홀 스튜디오로 출발, '테라'로 게임 대상 4관왕

  • 2015년 펍지주식회사 인수가 신의 한수... 배틀그라운드 전세계 돌풍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이어 IPO(기업공개) 최대어로 손꼽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크래프톤’이다. 크래프톤은 글로벌 인기 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한 게임사로 유명하다.

크래프톤(당시 블루홀 스튜디오)은 2007년 장병규 의장과 박용현 넷게임즈 대표가 함께 설립한 회사다. 블루홀 스튜디오는 네오위즈의 채팅 서비스 ‘세이클럽’을 개발하고, 검색엔진 ‘첫눈’을 네이버(당시 NHN)에 300억원에 매각해 화제가 된 장 의장이 설립하는 게임사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당시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3’를 개발하다가 사측과의 갈등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장 의장을 찾아가 투자를 제안한 것이 의기투합의 시작이었다. 네오위즈에서 게임포털 ‘피망’을 선보이는 등 게임 퍼블리싱에 능한 김강석 사업부장이 초대 대표로 합류했다.

블루홀 스튜디오는 이듬해 NHN과 게임 퍼블리싱 계약을 맺고, 2011년 1월 첫 PC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테라’를 출시했다. 제작 기간 3년에 개발비는 320억원가량 투입된 이 게임은 그해 국내 최대 게임 시상식인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상을 포함해 4관왕에 올랐다. 테라는 이후 일본, 북미, 유럽 등에도 출시됐다.

테라의 흥행으로 성장가도에 올라선 블루홀 스튜디오는 2015년 사명을 블루홀로 바꾸고 다수의 게임 개발사를 인수한다. 이때 합류한 기업이 지노게임즈(현 펍지주식회사), 피닉스게임즈(현 피닉스), 스콜 등이다.

이 중에서 지노게임즈를 인수한 건 ‘신의 한수’였다. 블루홀은 기존 게임들의 노후화로 2016년에 자금경색에 시달렸다. 이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준 건 지노게임즈가 개발한 배틀로얄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였다.

배틀그라운드는 100명의 이용자가 한 공간에서 전투를 벌여 최후 1인의 승자를 가리는 총싸움 게임이다. 2017년 3월 PC 온라인게임 플랫폼 ‘스팀’을 통해 공개된 이 게임은 입소문을 타고 출시 3일 만에 매출 1100만 달러(약 126억원)를 기록했다. 당시 스팀 인기 게임 GTA5, 풋볼매니저 2017 등을 제치고 인기 게임 1위에 올랐고, 동시 접속자 수 또한 전체 3위를 기록했다. 이후 지노게임즈는 블루홀에서 독립 법인으로 분리되며 사명을 펍지주식회사로 바꿨다. 배틀그라운드는 그해 말까지 전 세계적으로 2500만장이 팔렸고, 동시 접속자 수는 200만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국내에 정식 출시된 건 2017년 11월로, 출시 한 달 만에 30%의 높은 수치로 PC방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1년 내내 국내외에서 흥행한 배틀그라운드는 그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6관왕에 올랐다.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에 힘입어 실적도 고공행진했다. 블루홀은 2016년 3분기 113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배틀그라운드가 출시된 이후인 2017년에 매출 6665억원, 영업이익 2517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버전이 출시되면서 흥행에 힘을 보탰고, 사명도 크래프톤으로 변경했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버전의 성장으로 지난해 매출 1조874억원, 영업이익 3529억원을 달성했고,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은 8872억원, 영업이익 513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4.9%, 295%나 증가한 수치다.

크래프톤에 투자한 벤처캐피탈 중 한 곳인 알토스벤처스의 김한준 대표는 “2008년 블루홀에 처음 투자했는데, 당시 론칭한 게임들이 기대와 달리 하나도 성공하지 못했다. 블루홀을 매각할 생각도 했으나 이마저도 불발됐고, 마지막으로 게임을 하나만 더 론칭해보고 회사 규모를 축소할지, 헐값에 팔지 결정하기로 했다”며 “이때 펍지주식회사의 배틀그라운드가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뒀다”고 회상했다.

이어 “크래프톤은 실패를 하더라도 그 속에서 무엇을 얻었는지 배워나가는 조직이었고, 실패를 무서워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잘 형성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크래프톤이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면서 IPO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장 의장의 4차산업혁명위원장 임기를 마치고 현업에 복귀한 것도 이같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2017년 10월 출범한 대통령 직속 기구로, 국가의 신산업·신기술 관련 정책을 심의하고 조정한다. 장 의장은 이 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에 올라 2년 4개월간 임기를 수행했다.

크래프톤은 최근 국내외 증권사에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크래프톤의 장외 주가는 13일 기준 16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시총은 13조17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카카오게임즈(이날 기준 3조6213억원)의 약 4배에 달하는 규모다. 금융투자업계가 보수적으로 잡은 크래프톤의 기업가치는 30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크래프톤은 지난달 말 펍지주식회사의 비개발조직을 흡수하고, 개발사들의 독립 체제를 강화하는 조직개편에도 나섰다.

크래프톤의 남은 숙제는 배틀그라운드의 뒤를 이을 흥행작을 개발하는 것이다. 올해 초 피닉스의 ‘캐슬번’이 서비스를 종료했다. 또 다른 산하 개발 스튜디오 스콜은 폐업했고, 레드사하라가 지난 3월 출시한 모바일게임 ‘테라 히어로’도 특별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에 연내 출시될 신작 PC MMORPG ‘엘리온’의 흥행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이 게임은 지난 사전체험에서 논기팅 액션과 수천 가지 조합이 가능한 스킬 커스터마이징 등의 전투 시스템이 게이머들의 호평을 받았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연말까지 출시 예정인 '엘리온'이 최대 기대작"이라며 "한동안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PC온라인게임이 대작으로 소개된 적이 없었다. 기대해도 좋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19에 참가한 크래프톤의 포스터 [사진=크래프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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