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웬옥민의 베트남 시설격리 체험기]코로나19 시대, 베트남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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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웬옥민 기자
입력 2020-10-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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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트남 중부 나쨩대학교 군사훈련소에서의 13박 14일

베트남으로 통하는 국제 항공노선이 지난 3월부터 완전히 중단됐다. 베트남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해 철저한 원칙으로 내세우며 항공노선에도 강력한 카드를 내밀었다. 이때부터 한국에 거주하는 베트남인이나 한국인은 베트남에 가고자 한다면 베트남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갈 수 있다. 최근엔 코로나19 상황이 점차 풀리면서 매달 한국에서는 베트남 재외국민을 위해 베트남 정부, 주한 베트남 대사관의 주최로 베트남 국민 특별기를 한 달에 약 2~3번 띄우고 있다.

한국의 아주경제신문 국제부 베트남팀의 기자로 일하는 본인 또한 베트남에 출장 목적으로 방문이 필요했다. 주한 베트남 대사관에 재외국민 입국을 신청했고 두달여가 지나 드디어 귀국 승인을 받게 됐다. 베트남에서 맞게 되는 14일간의 시설격리. 한국인과 또 다른 베트남인 자국인으로 시설격리 체험기를 담았다.
 

지난달 1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귀국편 탑승을 위해 베트남 승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응웬옥민 기자]


▲Day 1 “베트남인 350명, 베트남으로 떠나다.”
베트남 하노이로 출국 날은 9월 15일이었다. 준비기간 동안 가족을 위한 선물, 즉 인삼, 화장품, 가정용품, 건강식품 등을 샀다. 비행기 탑승시간은 오전 7시 35분이었다. 평소에는 출국 전 2시간 전 도착하면 무난하지만 특별입국이기 때문에 이륙 3~4시간 전에 와야 한다고 뱀부항공사는 통보했다. 오전 5시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사람이 별로 없었다. 이번 특별입국 인원수는 베트남인 350명이었고 특별기는 2대였다. 입국자에는 신생아 40명도 포함됐다.

오전 7시쯤에 모든 수속을 마치고 탑승동에 도착했다. 출국 과정은 시간이 좀 걸렸다. 승무원들이 탑승객들에게 방호복과 고무장갑, 안경, 마스크를 제공했다. 좀 덥고 답답하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방호복을 입었고 병역 규칙을 잘 지켰다. 다만 출국 과정에서 한 승객은 문제가 생겨서 탑승하지 못한 탓에 비행기가 예정보다 좀 늦게 이륙했다.

8시 15분경에 베트남 뱀부항공 소속 항공기 2대가 베트남 재외국민 350명을 태우고 조국을 향해 이륙했다. 비행기 안에서는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방호복과 마스크, 장갑, 안경을 착용해야 했다. 코로나19 방지하기 위해 기내식도 간단했고 모두 1회용이었다. 나는 비행기에서 잠을 청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정말 어려운 귀국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다른 승객들도 나와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륙 후 4시간 50분 정도가 지나서 베트남 중부지방 냐짱시의 깜라인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깜라인 국제공항에 착륙 이후에 우리는 방호복을 착용하는 공항 직원들의 안내로 한 군데 모여 앉아 의료 신고서 등을 작성했다. 의료 신고를 마친 후에 입국심사 과정을 준비했다. 이때 의료진들이 우리의 짐에 소독제를 뿌렸고 방호복을 입은 우리에게도 뿌렸다. 입국 수속은 약 30분 정도 소모됐다. 입국 수속을 마친 후에 우리는 전용 버스를 타고 격리시설로 향했다. 운전기사는 격리시설이 공항에서 한 30㎞ 정도 떨어진 곳이라고 알렸다.
공항을 벗어나서 익숙한 장면이 점점 내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모습, 도로 옆에 있는 식당, 가계 등이었다. 출발한 지 40분 후에 우리는 마을과 마을, 밭과 밭을 지나서 14일간 머무를 격리시설에 드디어 도착했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뱀부항공 기내. [사진=응웬옥민 기자]


▲Day 2 “8평 남짓 방에서 8명과 생활하다.”
외국인 입국자는 주로 시설격리를 호텔에서 보내지만 베트남인 내국인은 대부분 정부 지정시설에서 격리를 한다. 우리의 격리시설은 냐짱대학교 군사훈련소다. 여기에는 5층짜리, 3층짜리와 2층짜리 빌딩이 있고 앞과 뒤에 아주 넓은 마당이 있다. 바깥에는 울타리로 둘러싸고 있었다. 주변에는 산과 야자나무숲밖에 없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베트남 현지 격리시설을 많이 봤는데 여기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2주 동안 생활하는 방이 406호였고 5층짜리 건물에 위치한다. 방은 한 20제곱미터(약 8평) 정도이고 2층짜리 침대 4개가 있으니 8명이 같이 지내야 한다. 2층침대에 8명이 같이 생활하면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보건부 직원은 격리시설에서는 조식, 중식, 석식까지 제공한다고 했다. 체온 체크는 하루에 두 번 하고, 코로나19 검사는 2일째와 13일째에 한다고 전했다.
 

냐짱대학교 군사훈련소의 격리시설의 모습. [사진=응웬옥민 기자]


▲Day 3 코로나19 확진자 발생…방안에는 침묵만
오전에 갑자기 구급차 소리가 울렸다. 다들 휴대폰을 놓고 서로 마주 봤다. 문에서 가장 가까운 한 사람은 마스크를 쓰고 복도로 뛰어나갔다. 한 5분 뒤에 그 사람은 방에 돌아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었다. 그러자 그는 “우리 건물이 아니고 3층짜리 건물이다. 우리 비행기가 아니고 QH461편이다”라고 다들 진정시켰다. 그때서야 우리방 8번째 들어오는 사람은 자기가 QH461 비행기를 탄 사실을 밝혔다. 우리는 깜짝 놀랐고 서로 말을 걸지 않고 침묵이 이어졌다.
 

'긴장했던 순간' 코로나19 증상이 있는 사람을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해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다. [사진=응웬옥민 기자]


▲Day 4 “낯선 사람들과의 동행, 친구가 되다.”
오전 체온을 체크할 때 의사가 “어제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그들이 한국이 아닌 제3국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한국에서 경유하고 QH461 비행기를 탔지만 일반 승객과는 사회적 거리를 두고 앉았다. 그들이 격리시설에 도착한 후에 한방에서 생활했고 결과가 나온 다음에 바로 병원으로 이송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코로나19를 방지하기 위해 현재 3층 건물에 격리하는 사람들이 각층에서만 생활할 수 있으며 다른 층과 건물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 소식을 들은 후에 긴장을 풀었다. 다 낯선 사람들이고 누가 코로나19에 걸릴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다들 조용했고 말을 많이 걸지 않았고 이름조차 몰랐다. 사실 방에 같이 들어갈 때부터 우리는 한 배를 탄 것과 같다. 마스크는 24시간 동안 쓸 수 없는 것이다. 한 명이 코로나19 증상이 있으면 남은 사람들은 똑같이 격리해야 하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후에 우리는 대화가 점차 많아졌고 친구처럼 지냈다.
 

시설격리에서 칫솔, 치약 등 필요물품들을 지급받았다. [사진=응웬옥민 기자]


▲Day 5 운동과 산책
점심식사 후 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1층 앞마당과 뒷마당에 배구장과 배드민턴장이 있다. 몇몇 사람이 나와 배구와 배드민턴 등을 즐기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코로나19를 무시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들 운동해도 마스크를 꼭 쓰고 하니까 걱정을 됐다. 게다가 대부분 한국에서 와 다른 나라에 비해 코로나19에 걸릴 확률이 낮으니까 아마 좀 풀어졌던 것 같다. 오후 6시쯤에 해가 지지 시작했다. 베트남과 한국은 시차가 2시간이다. 해가 지자 다들 운동을 마치고 방에 들어갔다. 나는 혼자 나가 산책을 했다. 한국에서는 바빠서 노을을 많이 보지 못했지만, 여기에서는 매일 보게 되니까 참 좋았다. 이후에 거의 매일 밖에 나와 운동했다.
 

시설격리자들이 실외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응웬옥민 기자]

 
▲Day 7 휴대폰 삼매경 그리고 격리비용
다들 휴대폰에 빠졌다. 어떤 사람은 가족과 통화하고 어떤 사람은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격리시설에서도 통신 유심을 판매한다. 나는 유심 2개를 샀다. 유심 가격이 약 1만원이고, 한 달간 같은 통신사 통화량은 1000분이며, 다른 통신사는 50분으로 제한했다. 그러나 중요한 게 하루에 빠른 속도로 데이터는 4GB를 사용할 수 있다. 유심이 있으니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다들 휴대폰에 빠졌다. 저녁에는 다들 휴대폰과 시간을 보냈다. 이날 보건부 직원은 격리비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9월 1일부터 내국인도 격리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규정이 나와 우리도 적용이 된다는 것이다. 격리비용은 하루에 12만동(약 5960원)이다. 이중에 8만동은 식비고 4만동은 서비스 비용이었다.


▲Day 10 익숙해진 격리생활··· 설렘의 시작
익숙해진 격리생활이 벌써 10일이 넘었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가는 줄 몰랐다. 아침에 눈을 뜨면 조식시간이었고, 체온 한번 체크하면 바로 점심이 온다. 점심을 먹은 다음에 낮잠을 자고 나면 또 체온 체크를 한다. 체온 체크가 끝나면 바로 저녁밥이 온다. 매일 한결같이 반복해 오는 생활이 너무 익숙해져 어느덧 10일 차를 보냈다. 코로나19 검사를 한번만 더 받으면 곧 가족을 만난다는 기분에 설렜다.
 

격리시설 야경 [사진=응웬옥민 기자]


▲Day 14 마지막 날, 기다렸던 순간은 온다
드디어 길고 길었던 14일이 끝났다. 오전 7시 조식은 14일 격리의 마지막 조식이었다. 다들 코로나19 결과를 손꼽아 기다렸다. 코로나19 결과가 나오면 바로 집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오전에는 결과가 나오지 않고 오후 1~2시쯤에 나올 것이라는 보건부 직원의 통보가 있었다.

우리는 점심 한 끼를 더 먹었다. 당장 집에 갈 수 있다는 마음에 밥은 제대로 넘어가지 않았다. 오후 1시가 되어야 건물 앞마당에서 격리시설 직원은 확성기를 들고 큰 소리로 말했다.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나왔고 모두가 음성이다.”

격리자들은 방에서 나와 큰 박수를 치고 환호를 했다. 각자 숙소에서 짐을 챙기고 안내를 받은 다음 하나둘씩 빠져나왔다. 나는 그간 격리 순간을 함께 보낸 친구들과 마지막을 나눴다. 다들 설레는 얼굴이었다. 버스에 올랐다. 나짱 공항에 도착해 하노이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순간 모든 긴장의 끈이 풀렸다. 이로써 나는 스스로에게 자유가 부여돼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냐짱 깜라인 공항의 출국장. [사진=응웬옥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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