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웨이에 깃대가"…대부도 I골프장의 만행 '이게 골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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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입력 2020-10-0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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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 이용료 그·카·캐 포함 32만원 선

  • I골프장 "대한민국 국격을 드높이는…"

그린과 벙커 앞 페어웨이에 꽂힌 깃대[사진=국내 골프 포럼 D사이트 발췌]


"1인 골프장 이용료(그린피)가 26만원인데, 그린이 아닌 페어웨이에 깃대가..."

국내 골프 포럼으로 유명한 D사이트의 유저 C씨는 최근 경기 안산시 대부도 내에 위치한 I골프장(27홀)을 방문했다가 '화들짝' 놀랐다.

그린이 아닌 페어웨이 위에 깃대가 꽂혀 있었던 것. 이는 '골프'라는 단어를 아는 사람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행동이다. 어리둥절한 그와 한 조로 플레이한 사람들에게 캐디가 덧붙인 한 마디.

"그린을 배려해 여기에다가 (깃대와 홀 컵을) 만들었다. 퍼트가 어려우신 분은 웨지로 넣으시면 된다."

동반자였던 C씨의 아버지는 "직원들이 무슨 죄가 있냐"며 만류했지만, 참을 수 없었던 그는 지난 3일 D사이트에 '모두가 한 번은 봐야 할 대한민국의 어메이징한 골프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글은 그린피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된다. I골프장의 그린피는 주말 오전 기준 1인 26만원.

그는 "양잔디에(잔디가 남아있다면) 바다가 보이며(물론 새벽 6시 티타임이 아니면 갯벌만 보이고), 서울에서 가까운(대부도 방문객 덕분에 섬에서 빠져나가는 데에만 1시간 30분) 이 명문 골프장의 가격으로는 26만원이 적절하다"고 비꼬며 "하지만, 이것뿐이 아니다. 서프라이즈가 있었다. 내장객에게 고지도 없이 페어웨이 위에 홀 컵을 만들어 놓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I골프장을 운영하는 사주인 K회장에게 "골프장 안에 교회를 지어놓고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최소한 양심은 가집시다. 세금 아끼고 싶어서 대중제로 해놓은 건 이해해도 저렇게 관리하면 배가 부르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페어웨이에 꽂힌 I골프장의 깃대[사진=국내 골프 포럼 D사이트 발췌]

"이게 정말 온 그린이야?" 페어웨이 위 깃대를 바라보는 내장객과 퍼트를 준비하는 캐디[사진=국내 골프 포럼 D사이트 발췌]


글과 함께 게재된 사진 속에는 그린과 벙커 앞 페어웨이에 깃대가 꽂힌 모습과 라운드를 도는 사람들 바로 옆에서 공에 맞을까 봐 흡사 '거북이 등껍질' 같은 보호 기구를 짊어지고, 그린을 보수하는 2인(?)의 모습 등이 담겨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머릿속에서 지워야 할 구장' '이건 무슨 짓이죠?' '상상도 못 해본 일이 일어났다' '해외 토픽감' '심지어 캐디피(14만원)와 카트비(10만원)도 비싸다'는 반응을 보였다.

I골프장은 지난 2017년 대중 골프장으로 전환했다. 회원들의 입회보증금을 전액 반환한 네 번째 골프장으로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K회장은 "입회보증금 반환은 어려운 일이다. 임직원들과 고객들의 관심 때문"이라며 "향후 2년 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고품격 대중 골프장'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이 골프장은 공식 홈페이지에 "'대한민국 국격'을 드높이는 세계 최고의 명문 퍼블릭을 만들어간다"는 문구를 기재했다.

전화를 걸어도 ARS(자동응답시스템)로 '대한민국의 국격'이라는 음성이 가장 먼저 들려 온다. 페어웨이에 깃대를 꽂는 것이 과연 대한민국의 국격일까.

이에 대해 I골프장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를 통해 "장마 이후 그린 보수를 위해 깃대를 설치하다 보니 페어웨이에 꽂게 됐다. 현재 보수 작업을 계속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서천범 한국골프소비자원 원장은 "이건 골프가 아니다"며 "세금 혜택을 위해 대중 골프장으로 전환했음에도 1인 그린피를 26만원으로 올렸다. '골프 대중화'에 대한 역행이다. 페어웨이에 깃대를 꽂는 부분은 '골프'에 대한 역행이다. 황당한 일을 멈추어야 한다"며 "대중 골프장에 맞는 금액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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