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대학생 혜림이 삶을 헤엄치는 방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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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0-09-2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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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원더걸스가 해체한 뒤 멤버들은 각자의 길을 갔다. 2010년 18살 나이에 원더걸스에 합류한 우혜림은 현재 대학에 진학해서 좋아했던 언어를 공부하고 있다. SNS에서 마주한 우혜림은 무대 위 원더걸스 혜림과 달리 평범한 대학생 그 자체였다. 

어느덧 20대 후반이 돼서 결혼을 하고 세상을 헤엄치며 나다움을 찾아가고 있는 혜림과 삶을 헤엄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김호이 기자/ 우혜림]


Q. 어떻게 해서 가수의 길을 걷게 됐나요?
A. 저는 어렸을 때부터 보아 선배님을 보면서 가수의 꿈을 키워왔어요. 어렸을 때부터 춤과 노래를 좋아해서 막연한 꿈이었지만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오디션을 보고 합격해서 JYP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으로 활동하고 데뷔를 하게 됐어요. 롤모델로 삼아왔기 때문에 그 분(보아)은 저의 영원한 스타예요. 어렸을 때부터 커리어를 쌓아오셨고 한 우물만 파서 자기의 것을 찾아서 이렇게까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게 멋있어요. 

Q. 첫 사회경험은 어땠나요?
A. 내게 주어진 역할을 열심히 수행해야 된다는 것에만 집중했어요. ‘이 무대만 잘하고 내려와야지’라는 생각만 있었지, 이외에 다른 생각은 없었어요. 만약 18살로 돌아간다고 해도 저는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아요. 여러 선택지 중 그 당시에 가장 현명한 최선의 선택이었어요. 그래서 시간을 돌린다고 해도 내가 생각하는 최선의 선택을 했을 것 같아요. 10대는 제 꿈을 향해 열심히 연습하던 기간이었고, 한국에 온 것도 10대였어요. 그리고 20대는 활동을 하면서 저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Q. 원더걸스 활동을 하면서 뭐가 제일 기억에 남나요?
A. 무대에서 공연했던 것들이 기억에 남고 해외활동을 했던 것도 많이 생각나요. 팬미팅을 했던 것도요. 낯설면서도 고맙고 미안한 감정들이 들었는데 그런 걸 잘 표현하지 못했던 미안함도 있고요. 연예인이라는 길을 걸으면서 장점은 콘셉트마다 다 다르니까 다양하게 해볼 수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때로는 많이 노출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나에 대해서 편견을 갖거나 쉽게 생각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친한 사람한테는 ‘이게 아니야’라고 해명할 수 있지만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쉽게 얘기를 하거나 오해와 편견을 가질 때는 힘들어요.

Q. 멤버로서 보던 언니 유빈과 대표로서 본 유빈은 어떻게 다른가요?
A. 크게 다른 것 같지는 않아요. 원더걸스 활동할 때도 언니가 책임감 있었고 의견도 많이 내면서 리더십 있게 했었거든요. 근데 대표님으로서 회사의 모든 걸 관리해야 되니까 대표로서의 매력이 더 나오는 것 같아요. 마냥 언니였는데 지금은 대표님이라는 직책이 생긴 게 달라진 것 같아요.
 

[사진= 김호이 기자]


Q. 통번역을 공부하게 된 이유가 뭔가요?
A. 원래 언어 공부를 즐겨했었어요. 대학교에서 전문적인 교수님들 밑에서 저와 비슷한 걸 좋아하는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면 얼마나 좋을까 해서 대학교를 들어가게 된 것이거든요. 독학하는 것에 한계가 있어서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었어요.

Q. 언어공부를 어떻게 하세요?
A. 안 까먹기 위해 최대한 많이 하려고 기회의 장들을 찾아다녀요. 영어는 한국에서 사용할 기회가 많은데 중국어나 광둥어는 쓸 일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과외를 받거나 중화권의 드라마를 보면서 접점을 찾아요.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언어 중에서 중국어가 좀 더 부족해요. 영어와 한국어는 많이 사용하지만 중국어와 광둥어는 너무 사용을 안 해서 까먹는 느낌이에요. 특히 중국어를 좋아하는데 이정도 수준에서 멈추면 안 될 것 같아서 중국어를 더 잘하고 싶어요.

Q. 연예활동을 병행하면서 공부를 했는데 일정 관리는 어떻게 했나요?
A. 최대한 공강이 있을 때 스케줄을 잡아요. 회사에서도 많이 배려를 해줘서 수업이 없는 날에 잡아요. 저도 학점을 꽉꽉 채우지 않고 일정 있어도 문제없도록 여유 있게 잡고요.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Q. 누가 우혜림의 삶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줬나요?
A. 부모님과 남편이요. 뭔가 흔들릴 때 잡아주고 불안하지 않게 다독여준 것 같아요. 그리고 무한한 사랑이요.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공부를 하지 않고 춤 노래를 했을 때 “공부해”라고 하지 않고 좋아하는 걸 하라고 믿고 응원해주셨어요. 그리고 어렸을 때 홍콩에 살았는데 어린 딸을 한국에 보내는 게 쉽지 않았을 거예요. 근데 제가 너무 원하니까 흔쾌히 보내주셨어요. 항상 제가 원하는 걸 지원해주시는 게 큰 힘이 됐어요.

Q. 원더걸스 혜림이 아닌 어떤 사람으로 불리고 싶으세요?
A. 대학생 우혜림, 방송인 우혜림, 통번역가 우혜림. 하고 있는 게 많지만 뭔가 하나로 정의하는 게 어려워서 일단 그냥 우혜림. 10년 뒤에 다시 물어봐주세요(웃음). 그때 뭐가 되어 있을지 저도 궁금해요. 30대가 되면 조금 더 내 주장도 내세우고 지금보다 내면이 더 강해졌으면 좋겠어요. 아직은 너무 연약해서 조금 더 뿌리가 깊은 나무가 됐으면 좋겠어요.

Q. 뭔가에 흔들릴 때는 어떻게 하세요?
A. 그럴 때도 독서를 해요. 따뜻한 글로 위로를 많이 받거든요. 좋은 글들 읽으면서 내 마음을 잡으려고 하는 편이고 주변에 가족들과 사랑하는 사람들한테 상담도 많이 하고요. 그리고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요.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자신과 소통하는 시간도 중요하잖아요.

Q. 인생에서 후회하는 순간이나 잘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나요?
A. 후회는 최대한 안하려고 해요. 만약에 후회되는 것 같아도 거기서 어떻게든 좋은 점을 찾아서 후회하지 않으려고 헤요. 그래서 후회 남는 일은 없어요. 그때 내린 선택이 그 당시에 최선의 선택이었기 때문에 후회는 하지 않는 거죠. 책 쓴 것도 그렇고, 대학교 간 것도 그렇고, 결혼한 것도, 원더걸스에 함께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활동한 것도 잘한 선택이에요. 제 삶에서 큼지막한 결정들이 다 잘한 것 같아요.

Q. 원래 글 쓰는 걸 좋아하세요?
A. 네, 어렸을 때부터 일기도 열심히 썼어요. 전문적으로 글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만큼 평소에 글 쓰는 걸 좋아해요. 글을 쓰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누군가와 상담하는 것처럼 내가 나에게 해주는 일기 같아요. 예전부터 스케줄 다이어리와 일기장을 따로 가지고 다니고 있어요. 까먹지 않기 위해서 늘 기록을 하고 그게 삶의 습관이 된 거죠.
 

[사진= 김호이 기자]



Q.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으세요?
A. 선한 영향력을 주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이런 노력을 해야지’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내게 주어진 일들을 열심히 하고 마음이 움직이는 많은 일들을 하다 보면 그런 타이틀을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미소짓게 하는 말이 너무 많지만 요즘에는 ‘작가님 글 계속 써주셨으면 좋겠어요’, ‘위로 받았어요’라는 말을 들을 때 기뻐요.

Q. 삶에 어떤 단어들을 채워나가고 있나요?
A. 사랑, 희망, 나눔, 평화. 성령에 9가지 열매들이 나오는데 그걸 붙들고 가는 게 제 꿈이에요. 9가지 열매를 맺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 꿈은 더 행복해지고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에요. 큰 일이 있어서 행복한 게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 취미생활을 하거나 좋은 말을 듣고, 커피를 마시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소확행이 좋아요.

Q. 무엇을 위해 어디를 향해 헤엄치고 있는 중인가요?
A. 그걸 찾고 있어요. 모든 사람들에게 인생에 가장 큰 질문과 해결해야 되는 답인 것 같고, 저도 아직 목적에 도달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삶의 목적을 열심히 찾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여전히 꿈을 향해 헤엄치는 중인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그렇게 바라던 인생의 해답은 여전히 찾지 못했어요. 하지만 매일 조금씩 나아가고 있고 삶이 조금씩 저를 어느 방향으로 이끌고 있어요. 저는 언제나 마음이 향하는 곳을 따랐고 순간순간 선택했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며 살아갈 뿐이죠. 어떤 길을 택하고 견디기로 하고 그러다 평생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알아보는 것, 그게 인생인 것 같아요. 모든 선택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당시에 내 마음을 감동시킨 선택이라면 그 선택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후회하지 않고. 불완전하지만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조금 더 행복할 선택을 하고 그렇게 하루하루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사진= 김호이 기자/ 혜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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