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그래피티 아티스트 심찬양의 자유로운 예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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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0-09-22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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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피티 아티스트 심찬양이 세계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선택한 곳은 호주였다. 그곳에서 그래피티 개인전을 열 기회를 얻었고 그렇게 번 돈으로 그래피티의 본고장인 미국행 비행기표를 샀다. 

1세대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을 만나며 꿈을 펼칠 기회를 찾던 그는 미국 대도시에 있는 대형 벽면에 '한복 입은 흑인 여성'을 그리면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됐다. 한국 그래피티의 우수성과 한복, 한글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린 그래피티 아티스트 심찬양과 자유로운 예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심찬양 제공/ 그래피티아티스트 심찬양]

Q, 그래피티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A.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2006년 4월에 처음 그래피티를 시작했어요. 원래 힙합 문화를 좋아했었는데 예고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힙합 장르 중 하나인 그림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당시 미대 입시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래피티가 너무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시작했어요.

Q. 학창 시절 심찬양은 어떠한 학생이었나요?
A. 되게 조용하고 눈에 안 띄는 학생이었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공부도, 운동도 잘하는 게 아니었지만 혼자 책상에 낙서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림을 그릴 때 제일 가치 있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어린 마음에 그림을 그릴 때 제일 칭찬을 많이 받으니까 계속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때 만화 그리는 걸 제일 잘했기에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활발한 친구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까 탈선을 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그래피티를 시작했던 것이죠. 그때는 영웅심 같은 게 있었어요. 제가 막 나가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다던지, 사람들이 요구하는 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어떻게 보면 그때 받았던 영향으로 계속해서 그래피티를 하고 있는 거죠. 고등학교 이후로는 조금 활발해졌던 것 같고 그림 스타일 같은 것들 때문에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이 됐어요.

Q. 벽에 그림을 그리는 그래피티의 특성상 처음에는 주위 어른들에게 많이 혼났을 것 같아요.
A. 많이 혼났죠(웃음). 특히 선생님들이 저를 싫어하셨어요. 대학 가려고 준비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공부를 안 하고 그래피티를 하니까 남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는 불량 청소년같이 귀 뚫고 머리 기르고 학교 안 가고 그랬거든요. 결과적으로는 그래피티로 여러 가지 일들을 하게 되니까 지금은 선생님들이 저를 되게 예뻐하세요. 요새는 고등학교에서 가서 강연도 하고 후배들에게 조언도 해주고 있어요.
 

[사진= 심찬양 제공/ 한복 입은 흑인 여성]


Q. 지난 2016년 미국에서 작업한 ‘한복 입은 흑인 여성’으로 큰 화제를 얻었습니다. 이후 그래피티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나요?
A. 처음 이 작품을 그릴 때 그림을 통해 편견을 깨거나 메시지를 담고 싶다는 욕심 같은 건 없었어요. 그림을 통해 남들이 영향을 받는다는 생각은 안 했거든요. 그런데 ‘한복 입은 흑인 여성’이라는 그림이 흑인 여성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그분들의 응원을 받다 보니까 더욱 책임감을 갖게 됐어요. 제 그림을 통해서 얻고 느끼는 것들이 많다며 그림 속에 메시지를 담길 바라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저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어요. 지금은 그림으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전에 흑인 여성이 한복 입은 그림을 그렸을 때 한복 입은 백인 모습도 그려달라는 요청이 있었어요. 오히려 그게 인종차별이 된다는 말이 댓글로 오가면서 흑인 팬과 백인 팬들이 싸우더라고요. 근데 저는 인종차별을 이야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 게 아니거든요. 인종차별을 이야기함으로써 그림에 화합을 담고 싶은 거예요. 지금은 한복을 많이 그리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제 그림을 통해 한복을 처음 접하는 분들께 한복을 알린다는 것에 보람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한복을 일관되게 그리고 있어요.

Q. 한국을 대표하는 그래피티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후 작업에 임할 때 달라진 것들이 있다면요?
A. 그래피티를 하는 친구들에게 더욱 좋은 환경을 만들어줘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같은 그림을 그리더라도 돈을 많이 받으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그쪽에서 돈을 많이 지불할 생각이 없으면 굳이 그 작업을 하지 않아도 상관이 없거든요. 돈을 벌기 위해 가격을 맞추다 보면 저 스스로가 다른 사람들에게 한계를 만들어준다는 생각을 해요, 제가 100만 원을 받으면 다른 사람은 100만 원 이상 받기 힘들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100만 원을 받아도 충분한 일로 500만 원을 받으면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 “그래피티 하는 사람들은 이 정도 이상의 가치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만들어 줄 수 있어요. 돈을 벌기 위해 가격을 맞추기 보다는 작업을 못 하게 되더라도 가치를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사진= 김호이 기자]

Q. 주로 인물을 그리시는데 작품을 본 당사자의 반응은 어떤가요?
A. 당사자들의 반응을 접한 적은 그렇게 많지 않아요. 와이프가 제 그림에 대해 피드백을 제일 많이 주는 것 같아요. 와이프를 6번 정도 그렸는데, 이를 통해 반응이 어떻겠다는 걸 짐작할 수 있어요. 사실 자기가 벽에 그려진 모습을 봤을 때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종이에 그려서 주는 것보다 벽에 그려진 모습을 발견할 때 큰 감동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Q. 벽에 그래피티를 할 때와 종이에 그림을 그릴 때 무엇이 다른가요?
A. 종이에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벽에도 그래피티를 잘 그려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비슷하다고 느껴요. 근데 벽에 그릴 때와 종이에 그릴 때 기분이 많이 달라요. 그래피티가 멋있고 매력적이라고 느꼈던 것 중에 하나가 밖에서 사람들과 함께 그림을 그린다는 점이에요. 미국에서는 핫도그와 바비큐를 구워 먹고 맥주를 마시면서 노래 틀어 놓고 그림을 많이 그리거든요. 저는 그 부분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런 건 실내에서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경험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진= 심찬양 제공]


Q. 가장 작업을 하고 싶은 장소나 그리고 싶은 작품이 있나요?
A. 원래 아프리카에 가고 싶었고, 아프리카 아이들이 한복 입은 모습을 그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Q. 작업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A. 종이나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잖아요. 근데 저는 항상 다른 장소에서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그림마다 에피소드가 다 있어요. 매번 특이한 경험을 하게 돼요. 지금 생각나는 건 네덜란드에서 건물 내부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제가 네덜란드어를 안 쓰니까 불법체류자라는 오해 때문에 경찰한테 잡혀갔어요. 유치장에 하루 정도 갇혀 있었어요. 그때 그림을 의뢰했던 친구가 그 자리에 없었는데 나중에 엄청 화가 나서 데리러 왔어요. 그때는 기분이 나빴는데, 특이한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진= 심찬양 제공]


Q. 작업을 하면서 가장 스릴이 넘칠 때는 언제인가요?
A. 인디애나에 간 적이 있었는데 동양인이 정말 없어요. 흑인도 별로 없고, 백인들이 많아요. 그래서 “저 사람 뭐야?”라는 시선이 느껴질 때가 있는데 작업을 하면서 그런 시선들이 바뀌는 걸 봤을 때가 재밌는 것 같아요. 제 본 모습을 봤을 때는 동양인으로만 느껴요. 그런데 미국인들이 그림을 엄청 좋아해요. 그래서인지 그림을 그리는 제 모습을 보면서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시선으로 바뀔 때 보람이 느껴져요. 관객들과 만나는 그림을 그리는 특별한 위치에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인지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것이 즐겁고 재밌어요. 한국 사람들은 그림을 좋아해도 많이 표현하지 않는데 미국 사람들은 꼭 얘기를 해줘요. 그림을 그리고 있는 도중에도 말을 걸고요. 똑같은 그림을 그리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 그림을 그리고 사람들의 반응을 얻는 곳에 그림을 그리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게 미국에서 작업을 하게 된 이유 중에 제일 컸던 것 같아요.
 

[사진= 김호이 기자/ 작업 중인 심찬양 그래피티 아티스트]


Q. 그래피티를 잘한다는 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그래피티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어요. 저도 한 장르를 하고 있긴 하지만 글자를 새기는 친구도 있고 캐릭터를 그리는 친구도 있고, 저는 실사나 인물 위주 작업을 하는데 장르마다 잘한다는 기준이 다를 수 있죠. 잘 그리는 사람들 눈에는 색깔이 조화로운지, 구도가 잘 맞는지, 역동적인지, 생동감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있겠죠. 제가 그리는 그림에서 잘 그린다는 건 기술적인 부분에서 얼마나 완전한 그림을 그리는가인 것 같아요. 그리고 진짜 이 그림을 자기가 그리고 싶어서 그렸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돈을 받고 남들이 원하는 그림을 그리면 관심도 애정도 없다는 것이 그림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그림을 그릴 때 엄청난 애착을 가지고 그려요. 그래서 그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게 없으면 그림 그릴 맛이 진짜 안 나거든요. 완성됐을 때 그림을 보면서 보람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그림을 그리는 내내 재미가 없는 거고, 죽은 그림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그림을 그릴지 협의를 하면서 내가 이 그림을 그리면서 재미가 없을 것 같다, 재미없는 그림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그 그림은 멈춰야 되는 그림이라고 생각해요.
 

[사진= 김호이 기자]

Q. 작업 습관이 있나요? 영감을 실행시키는 데까지 얼마나 걸리는 편이신가요?
A. 지금은 한복 입은 그림을 시리즈로 계속해서 그리고 있기 때문에 한 그림을 그리는 데 작업 준비를 오랫동안 하지는 않고요. 작업이 예정돼 있지 않아도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한복 촬영을 하는 편이에요. 보통 모델을 3명 정도 섭외하고 한복을 대여해서 한 사람당 500장씩 오래 촬영해요. 그렇게 해놓으면 나중에 그림 자료가 필요할 때 그 벽에 가장 어울리는 그림을 그릴 수 있어요.

어떻게 보면 체계적인 과정을 통해서 그림을 그리다 보니까 영감을 얻기 위해서 노력을 하거나 고심하지는 않는 편이에요. 다른 사람들보다 작업 과정이 수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또 그리고 싶은 그림들은 휴대폰에 저장해 놓고 있어요. 어떤 걸 그릴까 고민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언제 이걸 다 그릴 수 있지?’를 고민하는 스타일이라서 죽을 때까지 이걸 다 못 그리고 죽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서 영감이 안 떠올라서 고민하기보다는 영감을 얻은 것들을 실제로 최대한 많이 그리고 싶어서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인 것 같아요.

Q. 사람으로서의 심찬양, 그래피티 아티스트로서의 심찬양은 어떠한 사람인가요?
A. 되게 불완전한 존재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그림을 그리는 심찬양으로서는 완전에 가까운 사람일 수는 있겠다고 생각해요. 저 스스로도 굉장히 저를 몰아붙여서 그림을 그리는 스타일이고,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작업을 안 멈추거든요. 진짜 마음에 들 때까지 그려야 되고, 최대한 완전한 그림을 그려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그림을 그리는 제 실제 모습이랑 사람들이 생각하는 모습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해요. 되게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고, 반대로 저를 아는 친구들이나 운동을 같이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제가 이런 그림을 그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하거든요. 실제로 저는 불만이 많고 짜증도 많고 예민한 편인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그림에 영향을 주는 편인 것 같아요.
 

[사진= 김호이 기자/ 심찬양 그래피티 아티스트가 전하는 메시지]

Q. 한국을 대표하는 그래피티 아티스트로서 무엇을 향해 달려왔으며 지금은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나요?
A. 주목을 받았던 2016년을 기점으로 많이 바뀐 것 같아요. 그전에는 그림을 그려서 돈을 벌고 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 이후에는 목표로 가지고 있는 것들이 너무 쉽게 이뤄지니까 목표가 사라졌어요. 그래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말도 안 되는 일이 나한테 생겼다고 생각했고 그때 이후로는 큰 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아요. 욕심이 없다는 게 좋은 점이지만 멈춰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가끔 있죠. 미국에서 살고 있다 보니까 미국에서만 할 수 있는 일들,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겪으면서 작업을 많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Q.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그려나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A.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을 많이 그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평범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과 그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들의 제일 큰 차이는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여부라고 생각해요. 직장을 다니는 분들은 남의 이야기를 해주고 대가를 받으면서 사는 게 대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음악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예술계통의 직업을 가진 분들은 직업이라서 하기보다는 내가 좋아하고 해야 되는 일이라고 여기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에는 그림을 그리면서 제 이야기를 계속하다 보니까 제 직업이 된 거죠. 자기가 좋아하는 일, 자기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꾸준히 해나가는 게 내가 이 세상에 오게 된 이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일을 하고 계신 분들도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들려줘야 되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려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우리 사회가 자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좋은 환경을 계속해서 만들어나갔으면 좋겠어요.
 

[사진= 김호이 기자/ 심찬양 그래피티 아티스트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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