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법 사수하라"... 방통위, 페이스북 소송 2심 패소 후 고심 끝 상고

차현아 기자입력 : 2020-09-22 15:05
"새로운 사실관계 입증 어려울 것" 해석에도 방통위 "대법원에 상고" "일단 상고 후 정책 추진 시간 벌기 위한 것" 해석도

방송통신위원회 현판. [아주경제DB]

페이스북이 망 접속 속도를 고의로 떨어뜨려 이용자가 큰 피해를 입었는지 여부를 가리는 행정소송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2심까지 패소했지만 고심 끝에 상고 결정을 내렸다.

업계에선 이번 상고 결정에 대해 방통위가 법리보다 정책적 판단을 우선시해 내린 결과라고 해석한다. 현재 추진 중인 넷플릭스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제정 작업과 SK브로드밴드·넷플릭스 간 소송전 등 하반기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때문이다. 상고 진행을 통해 망 안정성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시간을 벌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방통위는 최근 2심 패소판결에 대해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통위는 "2심 판결에서는 이용자 피해 소명과 법리오해 등의 문제가 있었다"며 "좀 더 새로운 시각에서 적극 대응하고자 새로운 소송대리인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서울고등법원 행정10부는 페이스북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처분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페이스북이 임의로 접속경로를 변경하며 속도가 떨어져 이용자의 이용을 제한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접속경로 변경이 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는 점은 1심과 동일하다.

이에 방통위는 대법원 상고를 통해 이용자의 이익이 현저하게 침해됐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방통위는 "전기통신사업법의 입법취지와 목적에 근거해 국내 이용자의 민원제기와 응답속도를 기준으로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는 방통위의 상고 결정에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유사한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용자 피해의 '현저성'을 입증할 새로운 사실관계가 드러나지 않는 한 대법원이 1심과 2심 재판부와 다른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대법원이 심리조차 진행하지 않는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 때문에 방통위가 넷플릭스법과 관련 소송을 코앞에 두고 '시간끌기' 작전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대로 상고를 포기하면 사실상 정부가 만든 넷플릭스법과 상충되는 판결을 정부 스스로 받아들이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은 넷플릭스법 시행령 제정과 소송, 향후 넷플릭스법을 기반으로 내리게 될 행정처분까지 다방면에 걸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2심 재판부는 인터넷 망 품질을 관리할 의무가 페이스북과 같은 콘텐츠 사업자(CP)에게 있는 게 아니라, 통신사업자(ISP)에게 있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넷플릭스법과 SK브로드밴드·넷플릭스 간 소송 역시 결국 CP의 망 안정성 책임과 역할의 범위를 다투는 내용이다. 

넷플릭스법 시행령은 오는 12월에 입법예고가 예정돼 있으나, 현재 전면 개정해야 한다는 인터넷 업계의 반발에 직면했다. 내달 30일에는 SK브로드밴드·넷플릭스 간 소송의 첫 변론기일도 잡혀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심리불속행 결정이 나기까지 최대 4개월이 걸리고, 만약 심리불속행 결정 없이 대법원에서 판결이 나오더라도 기본 2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며 "당장 나온 판결에 불복하기보다는 일단 상고 진행 후 시간을 끌며 새로운 논리를 만들자는 전략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방통위 입장에서는 상고를 하지 않으면 스스로 불법 행정처분을 내린 것을 인정한 셈이 된다"며 "소송도 중요하지만 이후 방통위가 명확한 기준에 근거해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시행령 등을 보완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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