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축하도 못해보고…' 남북 연락사무소 개소 2년 만에 숙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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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09-1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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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 2주년

  • 北 폭파로 남북 관계 '성과'서 '숙제'로 전환

  • 통일부 "사무소 재가동·연락채널 복원 희망"

지난 6월 북한의 일방적인 폭파로 흔적을 감춘 개성 남북공동사무소가 14일 개소 2주년을 맞이했다. ‘남북 평화’의 상징물이었던 연락사무소가 남북 간 공동 개소 기념행사도 치르지 못한 채 사라진 셈이다.

연락사무소는 ‘4·27 판문점선언’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남북 관계 성과로도 꼽혔다. 하지만 이젠 성과가 아닌 풀어야 할 숙제로 변질했다는 지적이다. 

국민 세금 수백억원을 들여 지은 연락사무소가 북한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폭파된 만큼 정부가 북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1일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적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 더 검토할 여지가 있다”면서 “조금은 실효적인, 그러한 영역 때문에 한계가 있는 점들도 같이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락사무소 폭파 관련 경제적 배상 관련 문제는 이 장관이 참석할 예정인 15일 오후 국회 본회의 외교통일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19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개성공단 내 폭파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개성공단 지원센터 청사(아래 사진)가 부서져 있다. 2019년 5월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두 건물(위 사진)을 보면 폭파의 규모를 알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남북 연락사무소는 과거 개성공단 내 남북교류협력 협의 사무소로 쓰던 4층 건물을 고쳐, 2층과 4층에 각각 남북 인력이 상주 근무하며 일상적으로 대면 소통을 이어갔다. 또 남북 소장이 주 1회 정례회의를 열고 관련 현안을 논의하는 등 남북 간 상시 연락 채널로 이용됐었다.

그러나 지난 1월 30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남측 인이 전원이 철수하면서 대면 협의는 중단됐다. 다만 서울-평양 간 팩스 및 전화선을 통해 오전과 오후 총 2차례 연락 업무를 유지했다.

하지만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통신선을 차단하면서 6월 9일 남북 간 공식 연락 채널은 전면 차단됐고, 같은 달 16일 북한은 일방적으로 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는 사무소 개소 1년 9개월 만이었다.  

북한의 연락사무소 폭파로 남북 관계의 교착국면은 한층 심화했고, 한반도 정세가 전쟁위기가 고조되던 2017년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등장하기도 했다.

 

2018년 9월 14일 개소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통일부는 연락사무소 폭파에도 관련 조직을 여전히 운영하며 남북 연락 채널이 하루빨리 재가동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오늘은 연락사무소 개소 2주년이 되는 날”이라면서 “지금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경영이 중단돼 남북 간 기본적인 연락체계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하는 것에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하루속히 남북연락사무소가 재가동이 되고 남북 간 연락 채널이 복원되기를 희망한다”면서 “현재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관련) 조직은 유지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는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연락사무소 조직 해산은 선택지에 없다”고 했다. 연락사무소가 폭파되기는 했지만, 남북 연락 채널 유지 및 복원 필요가 여전한 만큼 관련 조직 해산은 없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진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1월 개성을 떠나던 날을 회상하며 연락사무소 개소 2주년을 기념했다.

박 사무처장은 개성을 떠나던 날 북쪽 대표들이 “곧 다시 만나자”, “꼭 다시 돌아오겠다”고 인사를 나눴다면서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점점 불안해진다”고 적었다. 그는 “내일(14일) 아침엔 북으로 전화를 걸어 볼 생각이다. 북쪽 대표 누구라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여보시오? 전화 받습니다.’ 그렇게 대답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남북 대화 복원을 희망했다.

한편 통일부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보수 및 운영에 100여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가 2018년 10월 국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청사에 33억9000만원, 직원 숙소에 21억5000만원, 식당 등 편의시설에 15억3000만원, 임시 사무소에 8억7000만원, 정배수장 등 지원시설에 16억6000만원 등 개보수에 총 97억8000만원이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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