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솔루션 실적 명암]① 코로나19로 의외의 선방....하반기 신용등급 방어 불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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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0-09-14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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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솔루션이 'AA-' 등급 끝자락에서 버티고 있다. 상반기 유가 폭락이라는 갑작스러운 호재 덕에 신용등급 강등 시점을 다소 연기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지지부진한 현금창출능력이 대폭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대로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차입금 비중이 높은 한화솔루션의 이자부담이 수백억원 가량 늘어날 수 있다.

13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올 상반기 295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 2403억원 대비 23.01% 늘었다. 지난해 연말 적자를 기록했던 당기순손익도 2625억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출처=한화솔루션]


이는 시장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은 호실적이다. 당초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한화솔루션의 핵심 사업인 케미칼 부문에서의 수요 위축과 실적 악화가 예상됐다. 실제 예상처럼 수요가 위축됐다. 한화솔루션의 원료 부문(구 한화케미칼) 매출액은 올 상반기 1조7535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8932억원 대비 7.38% 줄었다.

다만 코로나19로 유가가 폭락하면서 시장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매출원가가 대폭 개선됐다. 실제 지난 4월 미국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수요 위축의 영향으로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가격으로 내려갔다가 6월 하반기에 이르러서야 배럴 당 40달러선을 회복했다.

 

[출처=뉴욕상업거래소]


지난해 같은 시기 60달러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2분기 내내 역사상 손꼽힐 정도로 저유가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그 결과 올 상반기 한화솔루션의 매출원가는 3조291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3조7199억원 대비 11.52% 줄었다. 차입금 대비 현금창출능력(EBITDA)이 열위하다는 평가를 받아 신용등급 강등 대상으로 꼽힌 한화솔루션에게 갑작스레 코로나19가 호재로 작용한 셈이다.

앞서 지난 4월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한화솔루션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두 신용평가사는 공통적으로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 대비 현금창출능력이 5.1배로 과도하게 높은 점을 전망 변경 이유로 꼽았다. 아울러 차입금이 줄거나 현금창출능력이 늘어나지 않을 경우 한화솔루션의 신용등급을 조만간 강등하겠다고 밝혔다. 신용등급 강등 위기가 예고된 상황에서 한화솔루션은 영업이익을 늘려 현금창출력을 다소 개선하는데 성공, 연내 신용등급 강등 고비를 우선 넘겼다.

다만 문제는 올 하반기에는 상반기 수준의 저유가 환경이 이어질 수가 없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대다수 산유국이 감산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4~5월처럼 배럴 당 마이너스 혹은 20달러선까지 유가가 재폭락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유가가 다시 한 번 재폭락하더라도 한화솔루션의 성장성·수익성이 기준에 미치지 못해 여전히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올 상반기 말 시점에서 한화솔루션의 순차입금 대비 현금창출력은 4.5배 수준으로 한기평이 AA- 등급 유지 기준으로 밝힌 3.5배를 크게 넘어선다.

 

[출처=한국기업평가]


순차입금이나 감가상각비가 기존 수준을 유지한다면 한화솔루션은 올해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한다면 3.5배 이하로 낮출 수 있다. 지금까지 영업이익 8000억원의 벽을 넘지 못한 한화솔루션이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위축을 극복하고 1조원을 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신용등급을 방어하는데 실패하면 그렇지 않아도 차입금이 많은 한화솔루션의 이자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통상 신용등급이 한 노치(notch) 떨어지면 0.05~0.1%포인트 금리 부담이 늘어난다. 한화솔루션의 차입금 규모가 7조원이 넘어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백억원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차입금을 대폭 줄이거나 시장점유율을 대폭 늘리는 등 큰 변수 없이 지금의 신용등급을 지키기가 사실상 쉽지 않다"며 "상반기는 코로나19 호재로 일단 위기를 넘겼지만 하반기에도 행운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솔루션이 입주해 있는 한화그룹 장교동 본사 전경.[사진=한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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