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근거 부족” vs “일본 60년 전부터 시작” 첩약급여화 두고 ‘평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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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기자
입력 2020-09-10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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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대위 “전문가 패싱한 협의체 문제있어”

  • 복지부·한의계 “내로남불…집단 이기심에 반대하는 것”

범의약계 비상대책위원회 소속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의협 용산 임시회관에서 첩약 과학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김태림 기자]



우여곡절 끝에 병원으로 돌아간 의료계가 이번엔 또 다른 의료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의료계는 오는 10월 시행 예정인 첩약(한약) 급여화 시범사업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들은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이 졸속행정이라고 주장했다. 의료 전문가인 의사들의 의견이 배제됐고, 가이드라인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의계는 의료계의 요구에 대해 즉각 반박했다. 한의계는 의료계가 집단휴진에 이어 ‘집단 이기주의’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고,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을 예정대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의약계 단체 및 원로들로 구성된 ‘첩약 과학화 촉구 범 의약계 비상대책위원회(범대위)’는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한방 첩약급여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앞서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휴진에 대해 의료계와 합의하는 과정에서 첩약 급여화의 원점논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첩약급여화 관련 안건이 지난 7월 24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상정됐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범대위는 첩약급여 시범사업이 건정심을 통과해 정부의 역할이 더 이상 없다는 복지부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국제위원장은 “이번 시범사업안은 건정심 심의의결 안건이 아니었고, 당시 소위에서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약사회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본회의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것”이라면서 “불순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러한 과정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범대위는 협의 과정에서 복지부가 의료계를 ‘패싱’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4월 첩약급여화 협의체 회의에서 복지부는 첩약급여 시범사업 시행과 관련해 의사협회와 협의 창구를 마련해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단 한 번도 논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와 한의계는 의료계가 이해 당사자의 영역을 침범했다고 반박했다.

이창준 복지부 한의학정책관은 “의사회, 약사회 등이 소위 논의 과정에 참여해 반대 의견을 냈지만, 참여한 공익위원들 등 여러 단체를 설득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협의체 참여 문제에 대해선 “첩약급여화의 이해 당사자는 한의계와 환자 등인데, 의료계의 논리대로라면 의과의약품에 대해 논의할 때 한의계도 참석해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경호 대한한의사협회 부회장도 의료계의 주장에 대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격이라고 지적하며 “첩약급여화에 대해 딴지 거는 건 의사 파업 후 내부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차원으로 그러는 것 아닌가. 의사단체의 이기심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비판했다.

한의계와 정부의 설명에도 범대위는 첩약급여 시범사업 철회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의료계는 첩약의 원재료관리부터 조제 후 과정까지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꼽았다. 사업 시행에 앞서 첩약에 대한 과학적인 검증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방종혁 의사협회 총무이사는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은 국민을 실험 대상으로 놓는 것”이라며 “(비슷한 예로) 지난 한방 난임 관련해서도 막상 써봤더니 잘못됐더라 하는 자세를 보였다. 보건 쪽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잘못 됐다”고 주장했다.

이왕준 위원장도 “코로나 시대에 모자라는 건강보험 재정에서 감염병관리, 중환자관리, 코로나 사태 이후 정신보험 지원사업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당장 첩약급여화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했다.

범대위는 다음 주 중 첩약급여화 시범사업과 관련한 의약계의 가이드라인 및 프로세스를 공개하고 이에 대한 공청회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이창준 복지부 정책관은 “일본에선 1961년부터 치료용 첩약에 대해 보험적용을 하고 있는데, 일본 정부와 의사들은 60년간 비과학적인 정책을 진행 중인 것인가”라면서 “현재 첩약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생산부터 유통까지 다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만큼 선진적인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시범사업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한편, 정부는 월경통,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증(만 65세 이상) 등 3개의 치료용 ‘첩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시범사업 기간은 오는 10월부터 3년이다. 정부는 이 시범사업을 위해 연간 5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시범사업이 시작되면 환자들은 20만원 정도의 한약을 10만원 미만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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