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금융뉴딜] ②대통령이 ‘펀드매니저’로 데뷔?…정권 따라 ‘용두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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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0-09-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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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 때 녹색펀드·박근혜 정부 통일펀드 등 ‘관제펀드’ 부활 논란

  • 한국판 뉴딜펀드 연속성 미지수…文정권 잔여 임기 1년 반 남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록물 등이 지난해 9월 24일 오후 세종시 대통령기록관에서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뉴딜펀드 출시로 역대 과거 정부들이 내놓은 편드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른바 ‘관제펀드’ 논란 속에서도 정권마다 투자 활성화를 위한 펀드상품을 출시했기 때문이다.

관제펀드 흑역사는 이명박(MB) 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MB 정부는 2008년 친환경 정책에 맞춰 녹색성장펀드를 출시했다. 이듬해 2월 녹색성장위원회를 출범했고, 4월 금융기관이 총동원 돼 관련 상품을 내놨다. 4월 한 달 동안에만 20개 넘는 녹색펀드가 설정됐다. 당시 정부는 녹색펀드 활성화를 위해 배당소득을 비과세했다. 그러나 자금은 몰리지 않았고, 출시 한 달간 가장 높은 설정액을 기록한 펀드가 40억원에 불과했다. 1억원 미만 펀드도 11개에 달하는 최악의 성과를 거뒀다.

당시 상장된 녹색성장 관련 기업이 많지 않아 차별화가 되지 않아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에만 투자가 쏠렸다. 녹색펀드는 2009년 평균 58% 수준의 수익률을 올리기도 했지만, 정권 교체 후 대부분 자금이 이탈한 상태다.

박근혜 정부의 ‘통일펀드’도 같은 길을 걸었다. 2014년 1월 박 전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는 발언을 한 것이 시작이었다. 통일펀드는 2016년 개성공단 폐쇄를 기점으로 수익률이 급락했다. 결국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서면서 통일펀드는 대폭 축소됐다. 통일펀드 9개의 최근 3년 평균수익률은 마이너스 4.34%에 불과했다.

펀드 출시에 따른 성과는 정부 차원의 치적으로 ‘역사’로 남았지만, 투자했던 소액투자자들의 수익률은 좋지 못했다. 현 정부의 정치·경제적 필요에 의해 생겨난 결과라는 지적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고자 내놓은 ‘소부장펀드’로 불리는 필승코리아펀드에 이어 뉴딜펀드 출시계획을 밝혔다.

역대 정부가 내놓은 펀드들과 마찬가지로 뉴딜펀드도 관제펀드 논란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실제 지난 3일 정부 발표 후 5대 금융지주와 6대 금융협회는 이날 뉴딜분야 금융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스마트시티·스마트그리드 산단을 추진 계획으로 제시했고 KB금융지주는 그린스마트 스쿨·친환경 미래 모빌리티, 농협금융지주는 농촌 태양광 사업을 밝혔다.

하나금융지주는 5G 설비투자 및 데이터센터, 우리금융지주는 DNA(Data·Network·AI) 생태계 활성화를 주요 계획으로 언급했다.

특히 현 정정부의 경우, 임기가 1년 반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5년간 정부·정책금융기관·민간금융기관 등의 출자를 기본으로 한 계획이 다음 정부에서도 계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민들은 투자할 때 손실이 날 수 있는 펀드로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는 위험요소가 있다”면서 “정말 정부 발표대로 이익이 날 거라고 하면, 굳이 정부가 나서서 관련 펀드를 만들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했다.

홍콩계 증권사 CLSA는 지난 7일 ‘펀드매니저로 데뷔한 문 대통령’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뉴딜정책펀드는 이미 크게 오른 업종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기름을 끼얹는 격”이라며 “정부는 버블 조장에 앞장섰고, 우리 모두는 버블이 어떻게 끝나는지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CLSA는 “문재인 정부는 뉴딜펀드가 시중의 유동성을 생산적인 산업으로 이동시켜 부동산 가격을 지켜볼 수 있는 수단이 되는 한편, 손실 제한 펀드를 통해 시민들에게 자본이익을 챙겨줌으로써 표를 챙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뉴딜펀드 관련 7문 7답’에서 “과거 녹색펀드, 통일펀드는 사업 실체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며 “한국판 뉴딜은 차별화된 강점이 있다”고 항변했다.

그 근거로는 △디지털·그린은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신산업 분야인 점 △관련 예산이 이미 선정돼 사업 구체성이 상당 수준 갖춰진 점 △재정이 후순위 위험 부담을 지는 점 △정책펀드 운용 경험이 축적된 점 등을 꼽았다.

금융위는 관치금융 논란에 대해서도 “유동성이 늘어나고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금융회사들은 뉴딜 분야를 ‘수동적 지원 대상’이 아닌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금융회사들이 발표 중인 뉴딜 분야 투자 계획은 자체적인 경영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뉴딜 분야 특성상 불확실성이 크고 투자 기간이 길어 민간자금이 적극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재정 지원을 통해 위험 분담을 낮추고 세제 지원을 통해 투자를 유도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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