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공감과 연대는 최상의 코로나 백신

임병식 객원논설위원· 서울시립대학 초빙교수입력 : 2020-09-07 11:16

[임병식 위원]


가을학기가 시작됐어도 대학 캠퍼스는 온기 없는 온돌처럼 썰렁했다. 지난주 배정받은 연구실을 정리하기 위해 학교를 찾았다. 대학 졸업 후 30년 만이니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었다. 계절은 처서를 지나 공기는 서늘하고, 바람에 일렁이는 나뭇잎은 눈부셨다. 그러나 계절에 대한 단상도 잠시, 뜨악했다. 비대면 수업 탓인지 학생들이 드물었다. 그나마 몇 안 되는 학생들조차 묵언 수행하듯 캠퍼스를 오갔다.

점심식사 시간, 학생식당에서 또 한번 당혹스러웠다. 식당 안에서 식사는 안 되고, 도시락 형태로 음식물이 제공됐다. 식당 밖, 나무 그늘이나 벤치에 모여 식사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여느 때 같으면 가을 햇살 아래 낭만적일 법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만든 우울한 풍경이다. 2020학번 새내기들에게 2020년은 어떻게 기억될까. 이미 고교 졸업식과 대학 입학식을 건너 뛴 첫 세대다.

새내기들은 강의실 구경조차 못했다. 신입생 환영회와 MT는 취소됐고, 동아리활동도 위축됐다. 학과 교수와 같은 반 친구들 얼굴도 제대로 못 봤다. 학내에선 일정 수 이상 모일 수 없어 중앙도서관 이용도 제한되고 있다. 기대했던 캠퍼스 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활기 넘쳐야 할 대학 캠퍼스가 이럴진대 다른 분야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식당 영업시간은 줄고, 커피숍에서는 담소도 나누지 못한다.

지난주 지인들과 점심식사 후 습관처럼 커피숍을 찾았다가 낭패를 봤다. 실내에서 커피를 마실 수 없다는 말에 인근 햄버거 가게에서 가까스로 해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연장되면서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정부가 햄버거 가게와 제과점도 금지했기 때문이다. 저녁식사 자리는 또 어떤가. 지난 금요일, 저녁식사 자리는 오후 8시 50분 종료됐다. 가게 밖으로 나온 거리는 밤 9시를 겨우 넘겼지만 적막했다.

주말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우면산 산행을 생각하다 포기하고 말았다. 마스크를 쓴 채 산길을 걷는 게 더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것 같아서였다. 결국 찾은 곳이 예술의전당. 광장은 갈 데 없는 남녀노소 사람들로 즐비했다. 하나같이 마스크를 쓴 채 무표정한 얼굴이다. 어른들은 그렇다 치고 두어 살 아이까지 마스크를 쓴 모습에 “재앙이 있다면 이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코로나19는 이처럼 우리 일상을 헤집어 놓았다.

예의를 표해야 하는 관혼상제도 속수무책이다. 지인은 8월 24일 예정된 자녀 결혼식을 사흘 앞두고 취소했다. 정부가 50인 미만으로 제한하자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그나마 50인에는 스태프가 포함된 것으로, 양가에서 참석할 수 있는 인원은 30명 안팎에 불과했다. 천재지변이 아닌 한 결례였지만 다른 선택은 없었다. 또 다른 지인은 3월, 6월 두 차례 연기한 결혼식을 9월 12일 치른다고 알려왔다. 정상적인 결혼식은 포기한 상태다.

정부는 수도권 2.5단계 사회적 거리두기를 13일 자정까지 연장했다. 확진 환자가 100명 이내로 줄기는 했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추석 연휴는 또 다른 재확산의 도화선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이동을 최소화하고 가급적 집에 머무르면서 휴식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명절마저 집에 갇혀 보내야 하는 현실은 재난 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당면한 현실은 영화가 아니라 실제 겪고 있는 재앙이다.

가장 가슴 아픈 건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다. 일반 가정도 어렵지만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처한 현실은 냉혹하다. “코로나가 아니라 경제 때문에 죽겠다”는 푸념은 더 이상 엄살이 아니다. 식당, 치킨 가게, 학원을 비롯한 수많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한계 상황에 달했다. 상당수는 임계점을 넘어섰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떠해야 할까. 많은 이들은 연대와 공감, 배려를 말한다.

대공황이란 재난 상황에서 대통령직에 오른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당시 30%에 달하는 실업과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나라 전체는 우울했다. 그는 “두려워해야 할 유일한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는 말로 국민들을 위로하고 함께하자고 했다. 그가 존경받는 이유는 경제위기 극복보다는 국민들과 공감했기 때문이다. 어제 1주일을 연장하는 자리에서 정 총리는 “국민이 얼마나 힘드신지 생각하면 참으로 송구한 마음”이라며 곡진한 말로 위로했다.

공감과 연대는 공동체를 유지하는 핵심 덕목이다. 우리 모두는 누구 할 것 없이 지금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터널을 벗어나는 길은 간단하다. 나보다 어려운 이들과 연대하며 욕망은 자제하는 것, 그러면서도 차별이 없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것. 그럴 때 영세 자영업자에게 웃음을 되찾아주고, 오늘 낮에 만난 두 살짜리 아이 얼굴에서 마스크를 벗길 수 있다고 믿는다.

임병식 객원 논설위원/ 서울시립대학 초빙교수


 
 

임병식 객원논설위원· 서울시립대학 초빙교수  montl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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