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비핵화 협상, 미·중 갈등 영향받나…美, 북핵 '대중 압박' 카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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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20-09-0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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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 앞둔 미국, 연일 대북 압박 메시지 발산

  • 당 창건 75주년 앞둔 北 도발 사전 차단 목적

  • 美, 대중 압박카드로 北 이용한다는 주장도 有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북 압박 메시지를 연일 내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걸린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북한의 도발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목적인 듯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중 갈등이 점차 심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을 대중 압박 카드로 쓰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미국은 2일(현지시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를 시험 발사하고, 북한의 ICBM을 무력화할 신형 요격 미사일 배치 계획도 발표했다. 이는 전날 미국 국무부 등이 합동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돕지 말라고 세계 산업계에 경고한 이후 하루 만이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날 워싱턴 국무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향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전날 미국 국무부, 재무부, 상무부가 공동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장비, 물자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기업이나 개인도 미국이나 유엔의 제재를 받을 것이라고 발표한 내용을 언급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이번 발표에 대해 북한을 협상장에 나오도록 하기 위한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라면서 “북한 국민에게는 밝은 장래가 있지만, 고립 상태로 있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과거 북한이 미국의 주요 일정에 맞춰 도발을 감행했었던 만큼,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의 상황관리 행보라고 해석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신범철 한국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3일 본지와 통화에서 “북핵에 대한 경고다. 실무차원에서 매번 나왔던 얘기”라면서 “북한이 (미국) 대선 이전에 도발하지 못하도록 경고를 한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앞두고,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미국 싱크탱크 등에서는 북한이 창건일에 맞춰 ICBM 시험 발사에 나설 수도 있다고 우려한 상태다.

이 때문에 미국이 북한을 향해 트럼프 대통령 재선에 악영향을 줄 행동에 나서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미국 3대 기관이 공동으로 북한 탄도미사일 부품 조달 활동에 대한 주의보를 발령한 것을 이례적”이라고 했다. 다만 양 교수는 “외형상으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 위험성을 재확인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대중 경고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이상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이날 통화에서 “중국 쪽에 (북한의 도발을) 컨트롤(제어)하라고 압박하는 걸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과거 경험에 따라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북한과 가까운 중국에 책임을 돌리고, 만에 하나 북한의 도발이 있으면 그 보복을 중국에 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이 교수는 미국 대선 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낮게 점쳤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행보가 ‘민생 안정’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이유에서다.

이 교수는 “노동신문 등을 보면 최근 김 위원장의 행보는 민생, 체제 안정에 집중돼 있다”면서 “그만큼 북한 경제가 좋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ICBM 시험 발사까지 하면서 미국의 심기를 건드려 상황을 악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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