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 "외딴 섬 사세요…1년에 64만원" 中 무인도 난개발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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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0-09-0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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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발 정도 따라 43억원까지 치솟기도

  • "새 투자기회" VS "돈먹는 하마" 맞서

  • 행정지원 열악, 지방정부 짬짜미 비판

  • '성과주의+한탕주의=난개발' 우려 커

중국 장쑤성의 친산다오(秦山島). 국가해양국이 선정한 중점 개발 무인도 176개 중 한 곳으로, 장쑤성의 항구 도시 롄윈강시 해변에서 불과 8㎞ 떨어져 있다. [사진=중국신문망]


최근 중국 랴오닝성이 발표한 무인도 사용료 부과 기준에 따르면 1ha(1만㎡) 면적의 섬을 연간 3700위안(약 64만원)에 임차할 수 있다.

직장인 한 달 월급 수준의 돈만 내면 섬 주인이 될 수 있는 셈이라 온라인에서도 크게 화제가 됐다.

중국도 저성장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투자 기회에 대한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2000년대 초·중반의 무인도 개발 붐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예상보다 비싼 개발 비용, 낙후한 행정 지원, 개발권을 둘러싼 정경 유착 등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무엇보다 성과주의에 사로잡힌 지방정부와 한탕주의 자본이 결합돼 난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64만원과 43억원 사이

지난 7월 22일 랴오닝성 재정청과 자연자원청은 '해역·무인도 사용료 징수 표준에 관한 통지'를 발표했다.

중국 동북 지역의 랴오닝성에는 633개의 섬이 있는데, 주민이 거주하는 섬이 44개, 무인도가 589개다. 무인도 중 이미 개발이 진행된 곳은 198개로 집계됐다.

이번 통지는 국유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사용료 기준을 명확히 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통지에 따르면 등급이 가장 낮은 6등급 무인도의 경우 연간 사용료가 ha당 3700위안에 불과하다. 임차 기한은 50년이다.

이 대목에서 많은 누리꾼들이 환호했다. 섬 주인이 되는 꿈을 의미하는 '도주몽(島主夢)'이 인기 검색어 순위에 한동안 머물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비용 부담은 예상을 훨씬 웃돈다. 3700위안은 자연을 그대로 보존했을 때의 사용료다.

개발 목적(관광·양식·창고·건설)과 자연 훼손 정도에 따라 사용료는 계속 올라간다.

바다를 매립해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경우가 가장 비싼데, 6등급 섬이 927만 위안(약 16억1000만원), 최고 등급인 1등급 섬은 2455만 위안(약 42억6400만원)에 달한다.

개발이 수년 내에 끝나도 임차 기한 50년간 수천억원의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추이왕라이(崔旺來) 저장해양대 교수는 "이번에 발표된 사용료 기준을 감안하면 진입 문턱이 낮은 건 아니다"며 "개발보다 (자연 환경) 보호에 방점을 찍은 흔적도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7월 22일 랴오닝성 자연자원청이 발표한 '무인도 사용료 징수 표준에 관한 통지' 내용. [사진=랴오닝성 자연자원청 홈페이지]


◆2000년대 이후 수차례 개발 붐

중국 내 면적 500㎡ 이상인 무인도는 6693개다. 대부분 저장·푸젠·광둥성 등 동남부 연안에 분포해 있다.

무인도 개발이 본격화한 것은 2003년부터다. 그해 발표된 '무인도 보호·이용 관리 규정'에 따라 개인과 기관이 무인도를 임차해 개발하는 게 가능해졌다.

추이 교수는 "해양 경제 발전이 국가의 중요한 전략이 됐다"며 "무인도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고 말했다.

외자도 뛰어들었다. 싱가포르의 한 투자 회사가 4억 위안을 들여 저장성 쉬궁다오(徐公島)를 개발했고, 한 대만 갑부는 광둥성 팡지다오(放鷄島)에 3억 위안을 투자했다.

2011년 국가해양국이 개발 가능한 176개 무인도 명단을 발표하는 등 규제가 완화되면서 2차 개발 붐이 일었다.

쉬웨이(徐偉) 국가해양기술센터 연구원은 "2018년 기준 3000여개 무인도가 개발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부동산 등기가 된 큰 섬만 26곳"이라고 전했다.

왕치(王琪) 중국해양대 교수는 "무인도 개발은 기업이 독자적으로 호텔이나 리조트를 지어 운영하고 섬 임대료만 내는 '몰디브 방식'과 지방정부·기업 간 합작 방식 등으로 이뤄진다"며 "중국은 정부 비중이 높은 후자의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광둥성 팡지다오 개발은 지방정부와 개발업자가 고루 수익을 거둔 성공 사례로 거론된다.

◆낙후한 행정, 짬짜미 등 걸림돌도

2011년 11월 저장성 닝보의 다양위다오(大羊嶼島) 임차 경매가 실시됐다. 시작가 1500만 위안, 임차 기한 50년이었다. 양웨이화(楊偉華) 가오바오투자회사 사장이 2000만 위안에 개발권을 따냈다.

그는 유람선이 오가는 호화 관광단지를 짓겠다고 밝혔다. 이후 환경 영향 평가 등을 거쳐 첫 삽을 뜰 때까지 3년이 소요됐다.

양 사장은 "전문가 심사 회의가 수없이 반복됐다"며 "데이터를 수집하고 모니터링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했다"고 토로했다.

개발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섬 인근 상산현의 바오시웨이(包希偉) 해양어업국 부국장은 "같은 건물을 짓는다면 육지보다 섬이 3배 정도 비싸다"며 "모든 자재를 육지에서 섬으로 날라야 하기 때문"이라고 술회했다.

그 와중에 지방정부는 5억 위안을 더 투자하라고 압박했다. 투자회사 주주들은 1위안도 더 못 낸다고 버텼다. 다양위다오 개발 사업은 실패했다.

무인도 임차 사업자 단체인 중국도주연맹의 발기인 린둥(林東)씨는 "많은 이들이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무작정 섬을 사들인다"며 "이는 자신도 망치고 지방정부도 지치게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무인도 개발은 초기 비용이 많이 들고 건설 작업도 어려우며 투자 회수 주기가 길다"며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투자자 입장에서 함정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추이 교수는 "무인도 개발을 위한 기초 인프라 구축을 놓고 지방정부와 기업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복잡하고 낙후한 행정 체계도 문제다.

왕 교수는 "섬 개발은 해양국 소관이지만 투자 유치는 초상국, 건설 업무는 주택건설국,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 및 심사는 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담당"이라며 관련 업무가 지방정부 내 여러 조직에 흩어져 있다 보니 효율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지방정부와 현지 기업 간 짬짜미 의혹까지 제기한다.

실제 2017년 광둥성 주하이의 싼자오다오(三角島) 개발 사업을 국유기업인 주하이주저우그룹이 22억 위안에 수주했다. 홍콩·마카오와 인접한 지리적 이점 때문에 많은 투자자가 몰렸는데 결국 현지 기업의 품에 안겼다.

주하이 정부는 외부 기업이나 외자 유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2014년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먀오완다오(廟灣島) 개발 사업도 주하이에 본사를 둔 개발업체 거리부동산이 차지했다.

린씨는 "지방정부가 내부 조작을 벌이면 헝다와 같은 대기업도 수주를 자신할 수 없다"며 "지방정부가 어떤, 눈에 안 보이는 문턱을 설치했는지 알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2011년 11월 11일 저장성 닝보시에서 진행된 다양위다오(大羊嶼島) 개발권 경매에서 정부 관계자가 개발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난개발 막을 수 있나

무인도 개발이 성행하면서 중국 정부는 환경 훼손을 막기 위해 다양한 조치를 취해 왔다.

2010년 '해양보호법'을 제정해 무인도의 소유권과 관리권이 국가에 귀속된다는 것을 명시했고, 환경 훼손 정도가 높을수록 더 많은 사용료를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기준도 마련했다.

2011년에는 외국인과 외자 기업의 경우 국무원 비준을 받아야 무인도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개발 성과에 목을 매는 지방정부와 한탕주의에 눈이 먼 자본이 만나면 필연적으로 난개발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저장성의 경우 투자자들이 개발 명목으로 섬을 마구 깎아내 1990년부터 2010년까지 무려 200여개 섬이 사라졌다.

하이난성 싼야의 펑황다오(鳳凰島) 개발 사업은 생태계 파괴의 또 다른 사례다. 당초 싼야국제여객항 명의로 사용권을 따냈는데, 실제로는 호텔 등 부동산 개발 용지가 항구 용지 면적을 훨씬 초과했다.

이 때문에 싼야만 서부 해안선 침식이 심각해졌고, 관광객이 과도하게 몰려 싼야강 오염도 심해졌다.

추이 교수는 "중앙정부의 반대에도 개발 충동에 사로잡힌 지방정부가 싼값에 섬 개발권을 넘기는 일이 많다"며 성과주의에 매몰된 지방정부의 행태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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