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행복도 북고남저" 중국인 '행복지도'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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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0-07-0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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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소득 12만~20만위안 때 가장 행복

  • 남성 10~20대, 여성 20~30대 행복지수 높아

  • 여가·수면 계속 줄어, 광저우 최악

  • 고품질 생활·자아실현 성취욕 저하

  • 닝샤회족자치구 남녀 가장 가정적

# 대학 졸업 후 지린성 창춘에서 취업한 왕젠(王健)씨는 올해 연봉 16만 위안(약 2700만원)을 받는 25세 직장인 남성이다. 그는 닝샤회족자치구 출신의 여자친구와 2년째 열애 중이지만 아직 결혼 계획은 없다. 매주 토요일마다 여자친구와 등산을 다니는 게 그의 유일한 취미다.

# 36세 워킹맘인 쑨쉬안(孫玹)씨는 광둥성 광저우에서 작은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데 연간 32만 위안(약 5400만원) 정도를 번다. 친구들보다 소득 수준은 높지만 하루 휴식 시간이 2시간 미만이다. 일주일에 사흘씩 야근을 하고 귀가 후 초등학생 자녀까지 보살피다 보니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느라 주말을 통째로 허비하기 일쑤다.

지난 7일 중국중앙방송(CCTV)이 발표한 '중국경제생활대조사' 결과에 따르면 왕씨는 행복감이 가장 높은 남성, 쑨씨는 행복감이 가장 낮은 여성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중국경제생활대조사는 CCTV와 국가통계국, 중국우정그룹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최대 규모의 민생 통계 조사다. 매년 10만 가구에 설문지를 발송하는데 올해는 96%의 회신율을 기록했다.

중국인들이 느끼는 행복도는 지역별 편차가 큰데, 대체적으로 북쪽이 높고 남쪽이 낮았다. 소득 수준과 행복 수준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도 아니었다.

중국인들의 느긋하고 여유 있는 생활 태도를 일컫는 '만만디(慢慢的)'는 옛말이 돼 가고 있다. 바쁜 일상에 치여 수면과 여가 시간이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다.

통계로 드러난 중국인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들여다보자.
 

[그래픽=이재호 기자 ]


◆행복도 가장 높은 연봉 2700만원

CCTV는 올해 '10대 행복 도시'로 창춘을 비롯해 베이징·상하이·창사·칭다오·쿤밍·지난·하이커우·선전·샤먼 등 10곳을 선정했다.

하이난성 하이커우와 푸젠성 샤먼 등 신도시로 재개발 중인 곳이 10~30대의 환영을 받았다. 반면 창사와 지난 등 유서 깊은 도시들은 30대 중반 이상의 지지를 받았다.

지역별 행복도를 살펴보면 지린·랴오닝·헤이룽장성 등 동북 지역이 18.76%로 가장 높았다. '지난 1년간 행복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률이다. 산둥·장쑤성 등 동부 지역이 15.9%로 뒤를 이었다.

도시 규모로는 3선 도시의 행복도가 가장 높았고, 이어 1선 도시와 2선 도시 등의 순이었다.

소득 수준별로는 12만~20만 위안(약 2000만~3400만원)의 행복도가 59.9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인 7만892위안 이상을 기준으로 했을 때다. 8만~12만 위안은 54.4%, 20만~30만 위안은 57.91%, 쑨씨가 포함된 30만~50만 위안은 56.13%였다.

100만 위안 이상(59.92%)을 벌어도 2000만원대 연봉을 받는 이보다 행복도가 높지 않았다. 물론 8만 위안 미만 저소득층의 행복도는 37~45% 수준에 그쳤다.

성별 차이는 크지 않았는데 연령대별 차이는 확인됐다.

남성의 경우 18~25세(49.5%)와 46~59세(41.92%)의 행복도 격차가 상당했다. 은퇴를 한 60대 이상(49.72)은 절반 정도가 행복하다고 답했다.

여성 중에서는 사회 생활이 활발한 26~35세가 47.31%로 최고치였고, 학업 스트레스가 심한 18~25세는 45.99%로 집계됐다. 행복도가 가장 낮은 연령대는 36~45세(43.23%)였다.

연애를 하면 엔도르핀이 샘솟는 게 사실일까. 솔로(43.96%)보다는 기혼자(44.16%), 기혼자보다는 연애를 할 때(45.62%)의 행복도가 더 높았다.

◆하루 평균 여가시간 2시간42분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54.59%가 수면 부족을 호소했다. 수면 시간이 감소했다고 답한 비율이 높은 도시는 난징·정저우·광저우·우루무치·지난·칭다오·쿤밍·란저우·다롄·허페이 등의 순이었다.

잠을 못 이루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 성도인 난징과 정저우 및 경제 도시인 광저우 등은 근무 시간이 길어서, 관광지인 다롄과 우루무치는 야시장과 한밤의 쇼핑을 즐기느라 잠 잘 시간이 부족했다.

성별로는 수면 시간이 줄었다고 답한 여성의 비율이 56.44%로 남성(54.35%)보다 높았다. 수면 시간이 가장 많이 감소한 부류는 창업자(59.5%)와 농민공(58.52%)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알리바바 타오바오몰에서는 안대와 아로마 향초 등 수면 보조 제품 판매량이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수면 시간 못지않게 여가 시간도 줄고 있다. 중국인의 하루 평균 여가 시간은 2시간25분으로 전년보다 25분 더 줄었다. 평균 여가 시간이 5시간 이상인 미국·영국·독일 등의 절반 수준이다.

중국 4대 도시 중에서는 광저우가 1시간50분으로 가장 짧았다. 선전이 2시간51분이었고 베이징과 상하이가 각각 2시간20분, 2시간26분이었다.

하루 여가 시간이 3~5시간이라는 응답은 23.26%에 불과했다. 이 비율은 남성의 경우 저장성(17.47%), 산둥성(17.34%), 네이멍구자치구(16.81%) 등 3곳이 가장 낮았다. 그만큼 여가 시간 확보가 어렵다는 의미다. 여성은 칭하이성(15.3%)과 시짱자치구(15.08%), 산둥성(14.93%) 등이었다.

여가를 즐기기 어려운 이유로 60%가 '기본적인 생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이어 자녀 양육(58.77%), 부모 부양(43.76%) 등의 순이었다.

2017년 가장 많은 이가 선택했던 '더 높은 수준의 생활을 추구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은 25.22%로 5위까지 떨어졌다. 같은 해 3위였던 '자아 실현'은 이번에 18.29%로 7위에 그쳤다.

성장 둔화와 경기 침체, 경쟁 격화 등으로 중국인들의 삶이 더 팍팍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허베이성 스좌장에 거주하는 39세 가장 린제(林杰)씨는 "매주 일요일만 쉬고 필요하면 연차를 낼 수 있는데 지난 반년간 한 번도 신청한 적이 없다"며 "연차 없이 개근하면 소액의 상금을 주는데 부모님과 아이들을 위해 꼭 받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얼마 전 퇴직한 50대 여성 왕수친(王素琴)씨는 "매일 오전 6시 반부터 1시간씩 광장무를 추고 서예도 새로 배우기 시작했다"며 "일과 양육을 병행하며 바쁘게 살다가 어렵게 되찾은 여가 시간인데 조만간 손주 키우는 일을 떠맡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래픽=이재호 기자 ]


◆자상함은 닝샤, 자신감은 산둥

중국에서 닝샤회족자치구 남성들이 가장 가정적이었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응답이 48.07%에 달했다. 2~3위인 장쑤성(41.09%), 간쑤성(40.77%)과의 격차가 상당했다.

여성도 닝샤회족자치구가 46.08%로 가장 높았고 네이멍구자치구(45.17%), 안후이성(39.93%)이 뒤를 이었다.

직업 훈련 등 자기 개발에 힘쓰는 남성이 가장 많은 곳은 후베이성(38.93%)이었고, 이어 저장성(36.82%), 시짱자치구(36.5%) 등의 순이었다.

여성은 하이난성(37.74%), 산시성(37.56%), 후난성(37.46%) 등으로 집계됐다.

관광을 하거나 야시장 등에서 유흥을 즐기는 식으로 여가 시간을 보내는 남성이 가장 많은 지역은 구이저우성(49.27%)과 쓰촨성(47.35%), 광둥성(45.47%) 등으로 조사됐다.

산둥성 남성의 22.48%가 스스로 자신감이 넘친다고 답했고, 후난성(22.25%)과 시짱자치구(21.95%) 등도 이 비율이 높았다.

여성의 경우 시짱자치구(25.52%), 신장위구르자치구(24.26%), 지린성(22.19%) 등에서 높은 비율을 보였다.

CCTV는 "행복에 대한 정의는 돈·휴식·건강 등 사람마다 다르다"며 "어떤 사람이 상대적으로 더 행복감을 느끼는지 중국인의 행복 지도를 그려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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