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보증금·월세 모두 다 올랐다"…헬리오시티 전세매물 94%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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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0-09-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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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건 나오면 보지도 않고 잡는다"...체감 전세난 2015년 이후 최악

  • 신혼부부들 1시간 거리서 총알택시 타고 왔다 빈손

 

계약갱신요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규정한 ‘임대차 2법’ 등 정부 규제 여파로 전세 품귀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1만가구 매머드급 단지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전세매물이 지난달 초 607건에서 최근 39건으로 93.6%나 줄었다. [사진=헬리오시티 전경. 아주경제 DB]


"전세요? 없어요, 없어"

1일 찾은 서울 송파구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전세를 구하러 왔다"는 말에 "다 나갔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 중개업소 배후에는 5000가구 이상의 4개 아파트 단지(엘스·리센츠·트리지움·레이크팰리스·파크리오) 2만4693가구가 있어 평소 집을 구하는 사람들의 유입이 활발한 편이다.

6개월 전만 해도 빼곡하게 찼던 매물 게시판은 듬성듬성 이가 빠진 것처럼 보였다. 전세를 문의하는 손님을 5명이나 그냥 보냈다는 중개업소 관계자의 표정에는 짙은 허탈함이 보였다. 실제 이 중개업소 유리창에는 아파트 전세 안내 포스터 대신 '상가 급매' 포스터가 도배됐다.

다른 중개업소 표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엘·리·트 아파트를 주 거래로 하는 J공인중개업소는 최근 상가와 하남 미사·다산 신도시 일대 아파트, 토지를 중개하고 있다. J사무소 관계자는 "소형은 물론이고 중대형 아파트도 전세가 씨가 말랐다"면서 "주상복합과 오피스텔 전세는 그나마 1~2건 나와있는데 반전세와 월세인 데다가 보증금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 중개업소는 외벽에 붙은 포스터는 4개였는데 2개가 상가급매 물건이었다. 나머지 16개 칸은 비어있었다.

1만 가구에 달하는 대단지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세매물도 상황이 비슷하다. 전세매물이 지난달 초 607건에서 최근 39건으로 93.6%나 줄었다.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도 같은 기간 362건에서 41건으로 88.7% 급감했다. 헬리오시티 인근 C공인 중개업소는 "세입자 계약갱신요구권으로 거래가 가능한 전세물건이 줄었다"면서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금을 미리 걸어놓을 테니 물건이 나오면 제발 알려만 달라고 읍소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대표는 "지난 주말에는 물건이 나오자마자 2시간 만에 계약이 되는 바람에 하남에서 신혼부부가 총알 택시를 타고 왔다가 빈손으로 되돌아갔다"며 "아들내외를 보는 것 같아서 내내 마음이 좋지 않다"고 했다.

이같은 현상은 송파구뿐 아니라 서울 강남, 강동, 마포 등 주요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서울 전역에서 전세물량이 급감하면서 본격적인 이사철이 시작되는 9월에는 최악의 전세대란도 우려된다.

실제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90.1로 지난 6월(163.8)보다 26.3이나 높아졌다. 전세수급지수는 0~200까지로 100을 넘으면 전세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190.1은 최악의 전세대란이 일어났던 2015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전세 가격이 오르면서 반전세 보증금과 월세도 동시에 오르고 있다. 이마저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인근 빌라와 오피스텔로 눈을 돌리면서 이들 전셋값 움직임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삼성 97.35㎡(전용면적)는 지난 7월 보증금 7억5000만원에 월세 130만원(18층)에 임대차 거래가 됐는데, 한달 만에 보증금이 1억원이나 올라 지난 8월 보증금 8억5000만원에 월세 140만원(4층)에 계약서를 썼다. 송파구 잠실엘스 84.8㎡의 경우 지난 6월 보증금 6억원에 월세 100만원(5층)에 임대차 계약을 했는데, 지난 7월에는 보증금 6억5000만원에 월세 100만원(10층)에 거래를 마쳐 보증금이 5000만원 올랐다.

이는 아파트 인근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했던 다세대·연립주택과 오피스텔 거래량이 늘어나고, 가격도 오름세다. 서울부동산광장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의 다세대·연립 매매 건수는 7426건으로 2008년 4월(7686건) 이후 12년3개월 만에 7000건을 넘기며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울 오피스텔 평균 전셋값도 지난 7월 2억100만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 2억원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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